반도체 집적도가 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발표된 지 50년이 넘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던 무어의 법칙 한계가 가시화 되면서 그 돌파구를 찾는 노력의 하나로 새로운 컴퓨터 아키텍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양자컴퓨터와 함께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는 뉴로모픽 컴퓨터(neuromorphic computer)는 해외에서는 관심이 높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뉴로모픽 컴퓨터는 인간 두뇌에서 시작한다. 사람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를 통한 정보교류를 통해 사실을 기억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하며 의사를 결정하는 등 인지기능을 수행한다.
뉴로모픽 컴퓨터 연구는 인간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기존 컴퓨터로 수행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실질적인 이유다. 특히 최근 핫이슈인 인공지능을 인간 뇌에 보다 가까운 구조의 컴퓨터로 보다 용이하게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뉴로모픽 컴퓨터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탁월한 전력효율성에 있다. 현재 세계 1위 슈퍼컴퓨터인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써미트(Summit) 시스템이 200페타플롭스(PetaFLOPS) 성능을 내기 위해 10메가와트(MW) 전력을 필요한다. 이에 비해 인간 뇌는 불과 20W 에너지로 보다 다양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뉴로모픽 컴퓨터는 신경세포와 유사한 장치를 인공적으로 구현하고 이들을 상호연결해 구축한다. 디지털 회로를 이용해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날로그 형태 시스템도 있다.
일반적인 컴퓨터처럼 프로그램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지 않고 여러 자극에 대해 신경세포 연결강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학습을 수행한다. 주어진 자극에 대해 신경세포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인공신경망과 유사한 구조다.
현재 인텔과 IBM 등이 뉴로모픽 컴퓨터 연구를 활발히 진행한다.
인텔은 현재 60여개 기관들과 협력을 진행하며 드문부호화(sparse coding), 그래프탐색(graph search), 제약식만족(constraint satisfaction) 등의 문제에서 기존 컴퓨터에 비해 1000배 성능과 10000배 전력효율성을 보였다. 딥러닝처리도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GPU에 비해 109배의 전력 효율성을 보였다. 심지어 딥러닝처리 전용 하드웨어와 비교해도 그 효율성이 5배 뛰어났다.
또 현재 인공지능 주류인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에서 기존 학습된 내용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최악의 망각(catastrophic forgetting) 문제도 뉴로모픽 컴퓨터는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
IBM은 2014년 개발한 트루노스(TrueNorth) 칩을 이용한 뉴로모픽 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미 공군연구소(Air Force Research Laboratory)와 함께 6400만개 인공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블루 레이븐(Blue Raven)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 전력소모는 불과 40와트에 불과하다.
양자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뉴로모픽컴퓨터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컴퓨터로 해결할 수 없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인 뉴로모픽 수프리머시(neuromorphic supremacy)에 도달해야 한다.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싸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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