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쓰기에는 호환성, 안정성, 사용자 편의성 등 아쉬워

우여곡절이 많았던 티맥스 운영체제(OS)가 드디어 대중 앞에 섰다. 광복절인 15일 개인용 무료 버전인 ‘티맥스OS HE(Home Edition)’를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과연 기존 윈도나 맥OS 등 다른 운영체제를 대신할 수 있는 제품일까. 기자도 직접 설치해 사용해봤다.

티맥스OS HE의 바탕화면 모습. / 최용석 기자
티맥스OS HE의 바탕화면 모습. / 최용석 기자
티맥스OS는 현재 티맥스OS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설치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기존 윈도 위에서 설치해 멀티 OS 방식으로 사용하거나, 설치 이미지(ISO)를 이용해 단독으로 설치하는 방법이다. ISO를 이용한 단독 설치는 윈도처럼 설치용 USB를 만들어서 설치한다. 일단 기자는 윈도용 설치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T-UP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윈도에서 티맥스OS를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T-UP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윈도에서 티맥스OS를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PC의 기존 드라이브에 티맥스OS를 설치하려면 부팅과 설치용 파일 등이 들어갈 공간 등을 포함해 약 35GB(기가바이트)의 빈 공간이 필요하다. 티맥스 관계자는 "35GB는 앱 등을 설치하기 위한 여분의 공간까지 포함한 용량으로, 티맥스OS 자체의 용량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파티션을 재구성하고 설치용 파일을 인터넷에서 다운받는다. 설치용 파일 다운로드가 끝나면 재부팅을 하라는 안내창이 뜬다.

재부팅 후 본격적으로 티맥스OS를 설치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재부팅 후 본격적으로 티맥스OS를 설치하는 모습. / 최용석 기자
PC를 재부팅 하면 전에 볼 수 없던 운영체제 선택 항목이 표시된다. ‘TmaxOS Installer’를 선택하고 엔터를 누르면 설치 화면으로 넘어간다. 윈도와 비슷한 티맥스OS 부팅 로고와 이용약관 확인 창을 넘어가면 본격적인 설치가 시작된다. 설치에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전후로 빠른 편이다.

여기서 난관에 봉착했다. 설치 완료와 더불어 재부팅을 하니, 다시 설치 화면이 표시되면서 더는 진행이 불가능해진 것. 티맥스 측에 확인해보니, 노트북에 내장된 그래픽카드(엔비디아 지포스 940MX)를 아직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였다.

티맥스OS가 정상적으로 설치되면 부팅 시 운영체제를 선택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티맥스OS가 정상적으로 설치되면 부팅 시 운영체제를 선택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결국 사무실에 있던 여분의 노트북(인텔 내장 그래픽)을 이용해 다시 설치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국가 설정, 네트워크 설정, 사용자 계정 설정 등 초기 설정 화면이 제대로 표시됐다. PC를 처음 켤 때 운영체제 선택 화면도 제대로 된 것으로 바뀐다.

티맥스OS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윈도와 맥OS 양쪽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 최용석 기자
티맥스OS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윈도와 맥OS 양쪽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 최용석 기자
티맥스OS의 첫 화면은 MS 윈도와 맥OS 양쪽의 특징이 적당히 섞인 모양새다. 맥OS처럼 상태 표시줄과 주요 메뉴는 화면 상단에, 각종 앱 아이콘은 윈도처럼 하단 작업 표시줄에 표시된다.
하단 작업 표시줄에는 윈도의 탐색기 역할을 하는 ‘파일 매니저’, 인터넷 검색을 위한 ‘투게이트(ToGate)’ 웹브라우저, 시스템 설정을 위한 ‘제어판’, 간단한 메모를 위한 ‘스티커 노트’ 등의 앱이 배치되어 있다.

파일 매니저는 외형이나 폴더 구조 등이 윈도의 탐색기와 닮았다. 윈도에서 탐색기를 사용하는 느낌과 비슷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투게이트 웹브라우저는 구글 크롬 브라우저와 뿌리가 같은 크로뮴(Chormium) 기반 브라우저다.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느낌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문제없이 잘 열린다. 유튜브, 네이버TV 등 웹 기반 동영상도 깔끔하게 재생된다.

크로뮴 기반 웹브라우저인 ‘투게이트’ 웹브라우저의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크로뮴 기반 웹브라우저인 ‘투게이트’ 웹브라우저의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제어판은 티맥스OS의 주요 기능에 대한 세부 설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많지 않다.

하단 작업표시줄 왼쪽 하단 아이콘을 클릭하면 맥OS나 크롬OS처럼 현재 설치된 앱이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작업 표시줄에는 없던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투플레이어(ToPlayer)’, 계산기, 메모장, 이미지 뷰어, 작업관리자, 캡처 도구, 터미널 등의 앱이 보인다.

작업 표시줄 왼쪽 하단의 아이콘을 누르면 맥OS처럼 현재 설치된 앱들이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 최용석 기자
작업 표시줄 왼쪽 하단의 아이콘을 누르면 맥OS처럼 현재 설치된 앱들이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 최용석 기자
계산기와 메모장, 이미지 뷰어, 캡처 도구 등의 기본적인 앱들은 윈도에서 제공하는 것과 모양과 기능이 비슷하다. 투플레이어 역시 거의 기본적인 동영상 및 음악 재생 기능만 제공한다. 일부 고사양 영상 파일은 인식하지만 제대로 열지 못한다. 자막의 경우 영상에 포함된 자막은 잘 표시하지만, 외부 자막(smi 등)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티맥스는 티맥스OS와 함께 오피스 프로그램인 ‘투오피스(ToOffice)’를 무료로 공개했다. 투오피스는 바탕화면이나 앱 리스트 화면에 있는 자체 앱스토어 격인 ‘소프트웨어 센터’에서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투오피스를 사용하려면 티맥스 클라우드 계정을 생성해야 한다.

티맥스OS의 전용 앱스토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센터’의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티맥스OS의 전용 앱스토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센터’의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투오피스를 설치하면 MS오피스 워드에 해당하는 ‘투워드(ToWord)’, 엑셀에 해당하는 ‘투셀(ToCell)’, 파워포인트에 해당하는 ‘투포인트(ToPoint)’, 아웃룩에 해당하는 ‘투메일(ToMail)’ 등 4개 앱이 설치된다. 이름은 물론, 역할과 기능, 디자인 등이 MS오피스의 앱들과 흡사하다. 실제로 MS오피스 문서를 불러오거나 작업물을 MS오피스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다.

그 외에 소프트웨어 센터에서는 국내 대표적인 메신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과 공개 이미지 편집 도구로 유명한 ‘GIMP’를 제공한다. 카카오톡은 재미있게도 윈도용 앱을 그대로 사용한다. EXE 설치파일을 다운받아 그대로 설치 및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설치에 걸리는 시간이 4분~5분 정도로 꽤 오래 걸린다.

투오피스에 포함된 워드프로세서 ‘투워드’의 실행 모습. MS워드를 많이 닮았다. / 최용석 기자
투오피스에 포함된 워드프로세서 ‘투워드’의 실행 모습. MS워드를 많이 닮았다. / 최용석 기자
한시간 정도 티맥스OS를 써본 결과, 간단한 ‘업무용 운영체제’로는 쓸만해 보인다. 인터넷 검색의 경우 업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크로뮴 기반 웹브라우저를 채택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터넷 작업(검색, 동영상 시청 등)은 거의 문제가 없다. 오피스를 대신하는 ‘투오피스’로 기본적인 문서작업도 가능하다. 각종 기본 제공 앱과 무료 앱인 GIMP를 이용하면 문서나 발표자료를 위한 간단한 사진 편집과 가공도 가능하다.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도 윈도 운영체제와 비슷해 기존 윈도 사용자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처음에 우려했던 ‘퍼포먼스’도 그리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인텔 5세대 기반 노트북에 설치했는데도 앱 실행속도, 반응성 등은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크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카카오톡은 일반 윈도용 버전을 그대로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카카오톡은 일반 윈도용 버전을 그대로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물론, 개선할 부분도 많이 보인다. 특히 사용자 편의성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화면 비율 설정이다. 윈도나 맥OS와 달리, 디스플레이 해상도에 맞춰 무조건 100% 비율로 표시된다. 작은 화면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일수록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글자들이 작게 표시되어 보기가 불편하다. 현재로선 화면 해상도를 강제로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하드웨어 호환성도 문제다. 기자 본인의 노트북에서 설치가 제대로 안 된 것처럼 아직 하드웨어를 많이 가린다. 대용으로 선택한 노트북에서도 설치는 됐지만 키보드의 화면 밝기 조절 기능키가 작동하지 않는다. 티맥스 기술팀 관계자는 "아직 초기버전이라 하드웨어 지원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티맥스OS의 각종 기능을 설정하는 제어판의 모습. 하지만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 최용석 기자
티맥스OS의 각종 기능을 설정하는 제어판의 모습. 하지만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 최용석 기자
마우스나 키보드, 외장 HDD, USB 메모리 등 표준 규격을 사용하는 주변장치는 대부분 지원하지만 전용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하드웨어는 얼마나 제대로 지원할지 아직 미지수다. 아무래도 ‘게임’ 등의 용도로는 쓰기 어려울 듯싶다.

소프트웨어 지원도 아직 부족하다. 업계 표준인 MS오피스 호환성은 갖췄지만, 정작 최대 수요처가 될 국내 공공분야에서 널리 사용하는 HWP 문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기본 제공하는 앱들도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하는 만큼 전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기능과 성능이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문제없다지만, 여전히 제대로 실행은 커녕 설치도 안 되는 앱이 더 많다.

티맥스OS는 아직 손봐야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 최용석 기자
티맥스OS는 아직 손봐야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 최용석 기자
과거 티맥스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티맥스OS는 일단 ‘업무용 운영체제’의 최소 기준에는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완성도는 ‘정식 버전’이라기보다는 ‘오픈 베타’에 가깝다. 완성도와 호환성, 안정성, 사용자 편의성 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국산OS에 대한 기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걸림돌이다. 친숙하고 사용하기 편한 기존 윈도, 맥OS에서 기꺼이 넘어갈 만한 메리트가 없다. 기존 OS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크롬OS처럼 복잡한 기능과 성능이 필요 없는 공공기관용, 교육용 운영체제 같은 틈새시장을 노려볼만하다.

한편, 티맥스OS는 오는 4분기 경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티맥스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온라인 쇼핑몰(주로 결제 기능 관련) 지원이 강화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일정 관리 기능만 제공하는 ‘클라우드 스페이스’에 구글 G 스위트(G Suite)와 비슷한 클라우드 기반 웹 오피스 기능 및 협업 기능 등도 추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