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상점에 들어가 필요한 물건을 갖고 나온다. 웬일인지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다. 그 대신 스마트폰에 알림음이 울린다. 구매내역이 도착했다. 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입장할 때 QR코드를 찍는 것 만으로 손쉽게 장보기를 마칠 수 있다. 천장에 달린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구매·결제 과정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무인점포 ‘아마존 고(Amazon Go)’ 얘기가 아니다. 국내 스타트업 인터마인즈가 설계한 15평 무인점포 실험실 풍경이다. 인터마인즈는 자체 기술력으로 완전 무인점포 및 맞춤형 무인점포 서비스를 개발했다. 유통가 반응이 뜨겁다. 신세계아이앤씨(I&C)와 이마트가 인터마인즈에 각각 10억원과 5억원을 투자했다.

김종진 인터마인즈 대표(오른쪽)와 김신화 인터마인즈 최고기술책임자(왼쪽). / IT조선
김종진 인터마인즈 대표(오른쪽)와 김신화 인터마인즈 최고기술책임자(왼쪽). / IT조선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 불만 1위가 줄서기입니다. 무인결제도 마찬가지죠. 대기 시간이 30초만 넘어가도 사람들은 못 기다려요. 이 숙제를 열심히 풀고자 했습니다. 결제가 1초 이내 완료되고 정확도는 99.99%에 달하도록 기술력을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고객 대기 시간을 확 줄이겠습니다."

김종진 인터마인즈 대표는 IT조선 기자와 만나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인터마인즈는 ‘한국형 아마존 고’를 꿈꾸는 시각 인공지능 전문 기술 기업이다. 소매점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리테일테크’를 구현한다. 소비자에게는 대기 시간 없는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점주에겐 영업 비용과 일손 부족 개선방안을 제공한다.

시각 인공지능 특화 기업…‘자동 크로핑’ 기술 개발

무인점포 핵심은 카메라와 AI다. 카메라가 사람과 제품을 인식해 데이터를 만들면 AI가 이를 분석·처리한다. 두 가지가 제대로 작동해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시각 인공지능에 특화된 인터마인즈는 동영상 인식 기술로 경쟁력을 갖췄다.

김신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 기술은 편의점 냉장고처럼 빽빽하게 채워진 제품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실제 상황에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물건을 집는 사람의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정밀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마인즈는 국내 주요 유통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다양하게 수집해 현재 만개 이상의 제품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상용화를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특허 출원한 ‘자동 크로핑(cropping)’이 대표적이다. 배경에서 상품 이미지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작업하면 제품 하나당 약 128시간이 걸린다. 자동 크로핑은 2분이면 된다. 데이터 학습 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한다. 연구진은 보다 중요한 개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추적 기술도 고도화했다. 인터마인즈 ‘피플 트래킹(people tracking)’은 얼굴 특징을 분석하는 안면 인식 기술과 차이가 있다. 센서가 대상을 사람이라고 인식하면 코드값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움직임을 좌표로 추적하기 때문에 개인정보침해 우려에서 자유롭다. 수집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삭제한다.

고객 맞춤 서비스로 사로잡은 ‘리테일테크’ 시장

리테일테크 시장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보편화한 서비스로는 간편결제 시스템이 있다. AI를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터마인즈는 대형 유통사 6곳과 협력한다. 김 대표는 "바코드가 등장해 반자동화를 이룬 것처럼 AI가 유통 시장을 바꿀 수 있다"며 "AI 기술을 도입한 매장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했다.

인터마인즈는 고객 수요에 맞춘 ‘온디맨드(On-demand)’로 차별화를 이뤘다. 무인점포를 새로 짓는 것뿐 아니라 기존 매장을 무인점포로 변형하는 ‘리모델링’ 작업도 한다. 스마트캐비닛, 스마트선반, 스마트카트 등 특정 설비만 판매하는 부분 자동화 서비스도 제공한다. 무인점포를 완전히 새로 짓는 아마존 고와 다른 점이다.

김 대표는 "부분 자동화로 하이브리드형 무인 편의점을 구현할 수 있다"며 "주간에는 직원을 두고 전체 매장을 개방하는 대신 야간에는 스마트캐비닛과 스마트냉장고만 개방해 야간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종진 인터마인즈 대표. / IT조선
김종진 인터마인즈 대표. / IT조선
아이디어는 위기에서 나왔다. 고객사를 처음 찾아갔을 당시 일이다. 점포 환경은 생각과 달랐다. 선반 등 기본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수 없었다. 김 대표는 기술력만으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곤란했던 경험을 거름 삼아 맞춤 제작에 나섰다. 김 대표는 "딥러닝을 하던 직원이 3D 모델링을 배워 가구 디자인을 했다"며 "카메라 및 장비를 일일이 고민해 최적화된 공간을 설계한다"고 했다.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한다. 서비스 단가를 현실적으로 조정해 점주 및 유통사가 접근하기 쉽게 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비슷한 기술을 가진 미국, 중국 업체가 있지만 국내 환경에 적합한 서비스를 내놓기는 어렵다"며 "단가가 비싸서 상용화가 어렵다는 것도 한계다"고 밝혔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인터마인즈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직원 20명이 채 안 되지만 의기투합했다. 김 대표는 보광그룹 홍보계열사 인터웍스와 인공지능 기업 마인즈랩 대표를 지낸 경영 전문가다. 팬택 관계자 소개로 김신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2016년 인터마인즈 문을 열었다.


김신화 인터마인즈 최고기술책임자(CTO). / IT조선
김신화 인터마인즈 최고기술책임자(CTO). / IT조선
김 CTO는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구글코리아에서 일했다. 컴퓨터를 사랑하고 반도체에도 관심이 많은 IT 전문가다. 산울림 보컬 김창환의 외아들로도 알려져 있다. 김 CTO는 "인터마인즈에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고 생각해 자리를 옮겼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을 뒤로하고 스타트업을 택한 김 CTO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 기술력을 갖춘 풀뿌리기업일지라도 중소·중견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주목받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김 대표는 "중소·중견 기업의 큰 고민은 인재 채용이다"라며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업계 최고 대우를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터마인즈는 2년 내 기술력을 집약해 ‘I’M 인터마인즈 모델하우스(가칭)’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무인점포, 스마트선반, 스마트냉장고 등 인터마인즈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김 대표는 "매장뿐 아니라 재고 관리에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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