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 "신약은 반도체보다 3배 큰 산업"

"세계 신약 시장 규모가 반도체의 3배에 달합니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은 잠재력이 큰 영역이죠. AI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 리스크를 낮출 수 있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는 IT조선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메디리타는 신약 개발 기술인 '멀티오믹스 네트워크 인공지능(MuN-AI)'을 만드는 AI 스타트업이다.

배 대표는 생명공학과 정보기술(IT)에 능통한 전문가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1991년 IBM에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 입사했다. AI를 연구했고 헬스케어 및 바이오 기업 경력도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AI 신약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8년 6월 메디리타를 설립한 계기다.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 / 장미 기자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 / 장미 기자
신약 개발 돕는 ‘멀티오믹스 네트워크 인공지능’
메디리타는 ‘멀티오믹스(Multi-Omics) 네트워크 인공지능(MuN-AI)’을 개발한다. 유전체, 단백질체 등 여러 가지 생체정보(오믹스)를 동시에 분석하고 생물학적 현상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약물을 투입했을 때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세포 단위부터 전체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메디리타 MuN-AI는 신약 개발 연구 효율성을 높인다. 연구원이 직접 읽고 분석하던 논문, 특허 자료 등을 AI에 학습시켰다. 하나의 유전자에 관련한 논문만 해도 수십만 건에 달한다. 사람이 일일이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학습한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단축하고 정확도는 높인다.

임상 데이터 학습을 통해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도 가능하다. 신약재창출은 시판 중인 약이나 임상에서 탈락한 약물을 재평가해 새로운 약효를 찾는 걸 말한다. 신약에 비해 개발 기간은 짧고 성공률이 높다.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발기부전증 치료 효과를 발견해 재탄생한 비아그라가 대표적이다.

MuN-AI 기술은 논란이 그치지 않는 동물실험을 줄인다. AI가 약물 효능과 독성까지 예측·분석하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기술을 발전 시켜 정확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동물실험 없이 AI로 약물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메디리타는 MuN-AI 관련 기술 3건을 특허 출원했다.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기술, 정보를 활용해 분석·예측하는 기술, 그리고 신약의 약효와 독성을 예측하는 기술 등을 포함한다.

"제약사 신약 개발 실패 안타까워 이 사업 시작"
신약 개발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둬 다시 연구개발(R&D)에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화학, 생물학, 의학,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지식을 활용하는 산업이기에 인력 창출 효과도 크다. 배 대표는 "신약 시장은 한국 경제를 지탱한 반도체 산업의 3배에 달한다"며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 / 장미 기자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 / 장미 기자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신약이 아닌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에 집중돼 있다. 신약 개발에 진입 장벽이 높은 탓이다. 새로운 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기간은 평균 15년이 걸린다. 배 대표는 "글로벌제약회사 화이자는 R&D 예산으로 18조원 가량을 사용한다"며 "2019년 한국 정부 전체 R&D 예산 20조원에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AI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활용하면 비용 부담과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배 대표는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걸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며 "데이터를 좀 더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AI가 이러한 한계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 대표는 AI 신약 개발 시장이 아직 달궈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완성된 AI 신약이 없고 시장을 장악한 기업도 존재하지 않아 초기 단계라 부를 수 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경쟁력을 획득할 기회"고 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AI 기업과 협력하며 신약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협력은 필수…상호 존중이 성공 관건"
메디리타는 멀티오믹스 네트워크 인공지능(MuN-AI) 베타버전을 2019년 말 출시할 계획이다. 이후 제약·바이오사와 함께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나선다. 후보 물질을 발견해도 임상 실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협력이 필수다. 배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인공지능 기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염두에 뒀다"고 했다.

배 대표는 신약 개발 연구에 필요한 가치로 ‘존중’을 언급했다. AI 신약 개발은 협업이 필수인 만큼 전문가들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다른 학문을 쉽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다"며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되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협업이 시너지를 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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