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으로 10번째 한국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상반기에만 4개 유니콘이 탄생한데다가 정부가 제2벤처붐 확산 전략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정부의 지원 속에서 민간으로 자금 유입이 늘며 우수한 스타트업이 성장할 토양이 제대로 마련됐다는 평가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을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해 일컫는 말이다. 상장도 하지 않은 스타트업 기업 가치가 1억달러를 넘는 일은 유니콘처럼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됐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 기업 중 유니콘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크래프톤(게임), 위메프(전자상거래), 야놀자(프랜차이즈 호텔), 지피클럽(화장품) 등 4곳이다. 이로써 국내 유니콘 기업은 이들을 포함해 쿠팡(전자상거래), 옐로모바일(스타트업 연합), 우아한형제들(푸드테크), L&P코스메틱(화장품), 비바리퍼블리카(핀테크) 등 총 9개 기업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게 됐다. 스타트업 업계에 몰리는 투자자금 규모도 빠르게 늘어나 자금운용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는 특히 벤처 업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투자액이 쏠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월~7월까지 신규벤처투자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한 2조3793억원, 벤처펀드 결성액은 2조556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8년 투자 회수 규모도 2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올해 신규 벤처펀드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1000개 이상 스타트업도 꾸준히 생겨난다.

관련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올해 최소 두 곳 이상의 유니콘이 하반기 등장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 베스핀글로벌 페이스북 갈무리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 베스핀글로벌 페이스북 갈무리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 발판 ‘베스핀글로벌’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곳은 베스핀글로벌이다. 이 회사는 국내 클라우드 매니징 서비스 제공업체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 업체와 협업해 기업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과 시스템 이전, 관리 등을 돕는다.

창업 4년 차인 베스핀글로벌은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과 거래 실적을 만들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국영기업 클라우드 컴퓨팅 전환 사업을 맡았다. 5월에는 중동아프리카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기준 기업가치 약 6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연 매출은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스핀글로벌이 유력한 차기 유니콘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들이 공략하는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전년 대비 23.4% 성장한 19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2016~2021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14.8%로 전망된다. 기업 디지털 변환 수요와 맞물리며 베스핀글로벌 몸값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 조선DB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 조선DB
채팅 소프트웨어 세계 1위 ‘센드버드(Sendbird)’

센드버드 역시 업계가 꼽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 회사는 최근 12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 눈길을 끌었다. 엔터프라이즈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기업 간 거래) 회사로 채팅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꼽힌다. 고객사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에 간편하게 메시징, 채팅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센드버드 누적 투자액은 1389억원 규모로 기업가치는 6000억원쯤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고젝과 미국 프로농구(NBA) 사이트, 야후 스포츠, KB금융, LG유플러스, 넥슨 등을 고객사로 보유했다.

 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 / 조선DB
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 / 조선DB
AI 기반 에듀테크 선봉장 ‘에스티유니타스’

에스티유니타스는 이미 유니콘 반열에 올라간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이 보는 이 회사 기업가치는 약 2조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대중에 ‘영단기', ‘공단기'라는 교육 브랜드로 유명한 에듀테크 기업이다. 영단기와 공단기는 토익과 공무원 시험을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에스티유니타스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강료를 한번 내면 1년 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에스티유니타스 핵심은 인공지능(AI) 분석이다. 고득점을 달성한 이들의 성공비결 ‘빅데이터'를 모아 토익 단기 고득점 비결을 분석했다. 공무원 합격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단기 고득점 비법을 반영한 강의 커리큘럼을 내놨다.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 / IT조선 DB
이재웅 쏘카 대표. / IT조선 DB
모빌리티 등에 업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쏘카’

쏘카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모회사로, ‘벤처 1세대’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설립자가 대표를 맡고 있다. 쏘카는 한국 차량공유 시장에서 1위 기업이면서도 업계의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쏘카는 차량 제공서비스에서 전기자전거, 준고급 택시서비스까지 모빌리티 전반으로 사업을 넓혀나가고 있다. 쏘카 누적 투자액은 1600억원 규모이며 기업가치는 약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쏘카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빌리티 시장을 등에 업고 있다. 덕분에 2012년 차량 100대로 시작한 쏘카는 현재는 1만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차량 공유서비스 플랫폼 타다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인 7월 기준, 타다 이용자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다만 타다는 렌터카 규제에 걸려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택시업계에 미운털도 박혔다. 이들은 타다가 렌터카를 이용한 불법 택시영업을 한다며 퇴출을 주장한다. 국토교통부와 택시업계, 모빌리티 업계가 한데모여 제도 개선을 위한 세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택시업계는 실무협의 기구에 타다가 참여하는 것 자체로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성우 직방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7월 9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본사 4층 강당에서 열린 직방 기자간담회에서 프롭테크 기업 대표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직방 제공
안성우 직방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7월 9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본사 4층 강당에서 열린 직방 기자간담회에서 프롭테크 기업 대표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직방 제공
대표 프롭테크 기업으로 우뚝 ‘직방’

국내 대표 프롭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직방은 7월 16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금액은 국내 부동산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이자, 올해 단일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으로도 최대 금액이었다. 당시 업계는 직방이 투자유치로 7000억원 규모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내다 봤다.

직방은 프롭테크 판을 키워가는 행보로도 눈길을 끈다. 최근 아파트 정보 앱인 호갱노노, 2030세대를 위한 셰어하우스 앱 우주, 상업·업무용 매물정보 앱 네모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후 부동산 분양, 임대, 인테리어, 금융 분야까지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직방은 2022년 전후 기업공개(IPO)도 계획 중이다.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조선DB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조선DB
중동의 카톡 ‘아자르’로 유니콘 예약 ‘하이퍼커넥트’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유명세를 떨치는 기업이 있다. 하이퍼커넥트다. 중동의 카톡으로 불리는 아자르가 대표 서비스다.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설립 후 창업 5년 만에 1045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 9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 아자르 인기 덕분이다. 아자르는 영상 기반 소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랜덤 매칭을 통해 낯선 사람과 1대1 영상 채팅을 즐길 수 있다. 세계 230개 국가에서 3억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구글플레이에서 세계 비게임 앱 수익 부문 5위를 기록했다.

아자르 인기를 기반으로 하이퍼커넥트는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업계는 하이퍼커넥트 기업가치를 7000억원까지로 추정한다. 현재까지 알토스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22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조선DB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조선DB
BTS로 세계 홀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대표 주자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 업계 일각은 이미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기업가치가 2조원을 훌쩍 넘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연예인 소속사를 넘어 글로벌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BTS 세계관은 음악을 넘어 웹툰과 웹소설로 진화한다. 곧 BTS 세계관이 담긴 드라마도 제작할 예정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온라인 플랫폼 회사 비엔엑스를 자회사로 영입해 ‘위버스'와 ‘위플리'라는 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이 일대일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6월 출시 후 두 달 만에 세계 229개국에서 200만명의 이용자가 모였다. 위플리는 팬들이 콘서트 티켓과 응원봉 같은 굿즈를 살 수 있는 공간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 조선DB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 조선DB
바쁜 현대인의 든든한 아침 조력자 ‘마켓컬리’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업계는 유력한 차기 유니콘으로 꼽는다. 이 회사는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현관 앞에 배달해준다는 새벽배송 시스템을 국내에 가장 처음 도입한 곳이다. 현재까지 총 투자유치액은 2228억원이며 업계 추정 기업가치는 6000억원이다.

선점효과 덕분에 새벽배송 시장은 여전히 마켓컬리가 꽉 잡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40%다. 새벽배송 시장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2018년 기준 4000억원 규모로 훌쩍 커졌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 조선DB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 조선DB
핀테크 분야 희망의 등불 ‘뱅크샐러드’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는 유니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기업 중 하나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유일하다. 레이니스트는 최근 3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총 4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뱅크샐러드의 유니콘 반열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국내 핀테크 기업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은 전통 금융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 기업은 유독 성장세가 더디다. 국내 유니콘 기업 중 핀테크 기업은 토스가 유일하다. 레이니스트의 유니콘 등극에 업계가 거는 기대가 높은 이유다.

뱅크샐러드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금융 분야에서 마이데이터 시스템을 가장 먼저 구축하고,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양한 산업군에 흩어져 있는 개인 데이터를 금융 산업 데이터와 연결해 고객 맞춤 솔루션의 수준을 한층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