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산업이 5세대(G) 통신이라는 든든한 아군을 만났습니다.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어려운 VR 콘텐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도록 5G가 도울 겁니다. VR의 미래는 지금부터입니다."

김동규 비전VR 대표는 2일 IT조선 주최로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VR콘퍼런스 ’넥스트 VR 2019’에서 ‘5G와 혁신적 VR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비전VR은 VR드라마 ‘손나은 VR 스타데이트’를 비롯해 ‘하나비’ 등의 고화질 VR 콘텐츠로 주목을 받은 회사다.

 김동규 비전VR 대표가 5G 싱용화 덕분에 실감형 VR 콘텐츠의 미래가 밝다고 설명한다. / 차주경 기자
김동규 비전VR 대표가 5G 싱용화 덕분에 실감형 VR 콘텐츠의 미래가 밝다고 설명한다. / 차주경 기자
촬영 장비와 게임이 초기 VR시장 견인

김동규 대표는 2016년 VR이 혁신 기술로 모습을 드러낸 후 지금까지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음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VR 콘텐츠 미래를 평가절하하는 측면이 있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를 보면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주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 발표에 따르면 2018년 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함한 실감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매출은 약 66억 달러(7조원)에 달한다. 그중 VR 시장은 36억 달러(4조원)로 전년 대비 30%나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슈퍼데이터는 향후 2022년에는 VR 시장이 163억 달러(18조원) 규모로까지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눈부신 성장세 기반에는 VR 기술 발전이 있었다. VR 산업 초창기에는 관련 기기(디바이스)가 높은 성능을 요구하고 선과 센서 연결 등 부가 작업도 많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없었다. 이제 ‘오큘러스 고’처럼 독립형 VR이 나와 무선으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관련 디바이스 가격도 점차 내려가 상용화 추세를 앞당긴다.

VR 촬영 장비 시장의 성장도 견인 역할을 했다. 작년 7조원에 달한 실감 콘텐츠 시장 매출에서 촬영 장비 시장은 7억 달러(7800억원)를 차지하며 급속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VR 시장이 점차 양질의 콘텐츠를 지향하면서 높은 화질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화질이 높을수록 현실과의 괴리감도 줄일 수 있어 VR 산업에는 없어선 안 될 기술 요소다.

게임 분야에 한정된 VR 콘텐츠 소비가 향후 엔터테인먼트 분야로까지 확대할 경우 VR 산업 시장은 더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지금은 ▲캐주얼게임(자투리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게임) ▲시뮬레이션 ▲액션 ▲퍼즐 등의 게임 콘텐츠가 인기다. 향후 스토리텔링과 현실 표현을 높이면 전방위 분야로 VR 콘텐츠 확장이 가능하다. ▲성인비디오 ▲팬덤(아이돌 팬 소비) 콘텐츠 ▲영화 ▲예술 ▲스포츠 ▲뉴스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 콘텐츠가 서로의 장점을 포섭하며 상대 영역을 끌어당기려 하는 점이 흥미롭다"며 "VR 기술이 발전할수록 다양한 분야가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규 대표의 발표를 듣는 청중 모습. / 차주경 기자
김동규 대표의 발표를 듣는 청중 모습. / 차주경 기자
비싼 기기 가격·콘텐츠 부족·데이터처리 한계, 5G로 한 방에 해결

김 대표는 VR 시장의 밝은 미래를 말하는 한편으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VR 산업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더 크게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VR 시장 토대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VR 기술이 먼저 나와 어려움이 잇따랐다.

VR 콘텐츠 제공자가 많지 않은 상태로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이들을 위한 정책 지원이 전무했다. 이는 절대적인 콘텐츠 수 부족으로 이어졌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아 디바이스 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요인이 소비자 만족도를 낮춰 VR 산업 성장에 발목을 잡고 말았다.

무엇보다 서비스 환경 제약은 VR 산업이 처한 가장 큰 난제였다.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고자 양질의 VR 콘텐츠를 내놓을수록 데이터양이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고성능 디바이스와 PC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VR 콘텐츠는 한눈에 볼 수 있는 360도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수십 개의 분절된 영상을 찍어 이어 붙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데이터양이 많다. 높은 화질의 영상을 제공하더라도 콘텐츠 소비자는 전체 화면 중 일부만을 확대해 보기에 실제 화질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높아지는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고자 화질을 높일수록 데이터양은 무수히 많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최종 뷰(view)가 한정적인 탓에 VR 콘텐츠에 화질 제약이 따른다. / 비전VR 제공
최종 뷰(view)가 한정적인 탓에 VR 콘텐츠에 화질 제약이 따른다. / 비전VR 제공
콘텐츠 현실감을 높이고자 상호작용(인터렉티브)과 다중접속 동기화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도 데이터 처리에서 난관을 겪게 하는 요소가 됐다.

김 대표는 "혁신요소가 많았음에도 여러 태생적 한계 때문에 VR 특장점이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만 편중된 소비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VR콘텐츠 핵심은 ‘실감’과 ‘인터랙티브’

이같은 VR 산업의 한계를 해결할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5G 네트워크다. 고가의 디바이스나 PC에 의존하지 않아도 네트워크의 혁신적인 발전이 VR 콘텐츠의 활용을 높일 수 있다.

김동규 대표는 "네트워크가 고차원으로 빨라지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며 "이는 VR 서비스 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고 평가했다.

5G를 기반으로 하면 HD급인 선명한 화질로 VR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현실감을 높이는 다양한 인터렉티브 효과도 더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인터렉티브의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로딩 없는 빠른 데이터 네트워크가 필요했다"며 "4G나 와이파이로는 불가능했지만 5G가 이를 실현하게 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비전VR은 향후 5G 토대를 기반으로 발전된 VR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한 가지만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VR 콘텐츠 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신기한 체험이 아닙니다. 그보다 현실 세계와 완벽히 일치하는 완성된 콘텐츠를 원합니다. 5G를 통해 이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VR 산업의 미래는 지금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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