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현실(VR)·증강현실(VR)·혼합현실(MR) 시장은 계속 성장하지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체감형미디어 시장의 거품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오지현 유니티코리아 에반젤리즘 팀장의 생각은 다르다. 산업간 융합을 통해 신규 시장이 오히려 확장 중이라고 평가했다. 거품이 꺼진 것이 아니라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2일 IT조선이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개최한 ‘넥스트VR 2019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와 ‘VR·AR·MR 기술 트렌드와 주요 사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오지현 유니티 코리아 에반젤리즘 팀장. / 최용석 기자
오지현 유니티 코리아 에반젤리즘 팀장. / 최용석 기자
오 팀장은 영상을 통해 게임뿐 아니라 교육·의료·방송·제조 등 다양한 산업이 VR·AR·MR 기술을 접목 중이라며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은 한때 한국을 뜨겁게 달군 AR게임 ‘포켓몬 고'와 유사한 AR 기반 고스트버스터즈 게임과 VR게임인 비트세이버다. 이 중 비트세이버의 인기는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의 조회 수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오 팀장은 "유튜브를 보면 비트세이버 게임 플레이 영상이 많고, 어떤 영상의 조회수는 몇백만을 넘기도 하다"며 "VR 게임은 단순히 소수만 즐기는 콘텐츠가 아니라 대중적인 콘텐츠로 변화한다"고 말했다.

VR로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만들고

그는 게임은 물론 미디어 엔터테이먼트 산업 전반에 VR 기술이 많이 쓰인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틸트 브러시와 시네마틱 VR을 들었다.

틸트브러시는 가상 현실 3D 공간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VR 게임이다. 2016년 나온 게임이지만 최근 예술가들 사이에 새로운 캔버스라는 평가와 함께 주목받는다.

오 팀장은 "출시 초반에는 일반인들에게 큰 반응을 얻진 못했지만, 아티스트분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됐다"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라이브로 아티스트가 VR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하는데, VR을 활용해 일반 대중에게 쇼 형태로 보여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에서 틸트브러시 갤러리를 검색하면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며 "창작자는 VR 공간을 특성을 활용해 작품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해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VR은 영화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사용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래디 플레이어 원'이 대표적인 예다. 시네마틱 VR(VR 콘텐츠나 기술을 영화 제작 방식에 활용하는 다양한 접근 방법)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그동안 예술 작품을 접하는 이는 2D스크린을 제3자 입장에서 바라봤지만, 앞으로는 브이알 헤드셋을 끼고 영화 속으로 들어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 팀장은 "최종 장면을 만들기 전 카메라 각도와 스토리 흐름을 잡기 위해 가상 카메라를 통해 작품의 장면을 미리 확인하고 이것 저것 바꿀 수 있다"며 "예전에는 모션 캡처와 렌더링을 따로 했지만, 이제는 실시간으로 이들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신 영화 중 디즈니 실사화 ‘라이온킹'에도 이 기술이 쓰였다. 오 팀장은 "영화관에서 어떤 아저씨가 라이언킹을 본 후 ‘사자는 그렇더라도 멧돼지는 어떻게 훈련시켰대'라고 말을 할 정도로 CG 퀄리티가 좋았다"며 "실제로 카메라 각도를 바꿔 촬영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되지만 가상 카메라를 통해 비용도 절감하고 콘텐츠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 ‘버추얼 유튜버'

그는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VR을 활용하는 예가 늘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바로 버추얼 유튜버다. 버츄얼 유튜버는 사람 대신 가상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유튜버로 등장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다.

오 팀장이 소개한 카구야 루나는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버추얼 유튜버다. 채널 개설 2주만에 10만 구독자를 모았으며, 현재 100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오 팀장은 "일본에서는 버추얼 유튜버(카구야루나) 캐릭터가 나와 공연을 하기도 한다"며 "사이버 캐릭터가 유튜브로 활동하는 데도 실제로는 VR·AR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업계에서 많이 활용하는 디지털 쇼룸과 디지털 매뉴얼 사례를 소개했다. 일반 매장에서 장소의 한계로 모든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없었다는 점을 극복했다.

오 팀장은 "자동차 매장을 가면 종이 카탈로그로만 봐야하는 데 AR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취향에 맞게 볼 수 있다"며 "태블릿을 엔진룸으로 가져가면 어디에 워셔액을 넣어야 하는 위치를 AR로 확인하는 등 사전 판매용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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