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IFA2019에 참가한 가전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의류건조기, 의류 관리기 등 ‘신개념 가전’을 출품했다. 이들 가운데는 원조격인 LG전자 스타일러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은 제품도 있었다.

LG전자가 만들고 키운 신개념 가전은 이제 세계 제조사들이 따라 만드는 제품이 됐다. 경쟁이 심할법도 하다.

7일(현지시각) 전시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오히려 경쟁을 반기는 모습이다. 후발 주자가 생긴다는 것은 그 부문이 유망하다는 증거다. 후발 주자가 늘어날 수록 제품과 기술을 알아보는 사용자도 늘어난다.

후발 주자가 매섭게 추격하더라도 선발 주자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기술, 홍보 노하우 등 시장 예측을 먼저 확보해서다. 먼저 가는 사람은 여유가 있다. 그 여유를 가지고 앞을 내다볼 수 있다. 송 사장의 자신감의 근거다.

노창호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전무,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류혜정 LG전자 H&A스마트홈사업담당 전무(왼쪽부터). / LG전자 제공
노창호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전무,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류혜정 LG전자 H&A스마트홈사업담당 전무(왼쪽부터). / LG전자 제공
송 사장은 신개념 가전을 기획하면서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쳤다고 밝혔다. 경험은 고스란히 기술 노하우가 됐다. 신개념 가전의 방향성도, 가전 제품간 연결 방안도 구상할 수 있었다. 이 경험과 구상이 신개념 가전 시장을 이끌 LG전자의 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송 사장은 IFA2019에서 ‘공간 가전’을 화두로 제시했다. 모든 가전은 결국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가정이다. 공간 가전은 연결성을 토대로 가정, 주거 공간의 효율·기능성을 극대화하는 제품이다.

드럼세탁기 아래 통돌이세탁기 결합, 공간을 넓힌 LG전자 트롬 트윈워시, 가구와 가전을 융합해 사용자 고유의 시간과 공간을 완성하는 LG전자 오브제 시리즈, 옷방을 의류 관리 공간으로 바꿔주는 LG전자 트롬 스타일러 등이 공간 가전의 예다.

공간 가전을 강화하기 위해 LG전자는 가전과 가전간 연결성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각기 나뉜 가정을 하나의 공간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거실에 있는 스피커로 다용도실 세탁기를 제어한다. 화장실서 씻으며 부엌 냉장고 안 식재료 현황을 본다.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집 공기 현황을 보고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를 제어한다. 차에서 즐기던 음악을 그대로 집에서 이어 재생한다.

고속·저지연 5G는 공간 가전의 연결성을 크게 강화할 기술로 꼽힌다. LG전자의 5G 스마트폰 라인업이 돕는다. 이미 LG전자는 가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통신 기술을 실험 중이다. 일부 제품은 프로토타입(시험 제품)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홈 및 공유오피스용 공간 가전, 통신 요금제와 렌탈 가전의 결합도 시도한다.

IFA2019 LG 시그니처 전시관. / 차주경 기자
IFA2019 LG 시그니처 전시관. / 차주경 기자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는 태생부터 공간 가전이었다. 정제된 디자인, 차별화된 성능과 활용성으로 가정 공간의 품격을 높인다. 노창호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전무는 LG 시그니처 제품간 연결성 강화, 새 제품 합류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사장은 LG전자 브랜드를 다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브랜드 가치를 인정 받으면 그 가치는 사용자에게 또다른 혜택으로 돌아간다. 판매량보다 가치 전달 방법에 집중해야 대외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 영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이 나아가 중국을 비롯한 후발 주자와의 차이점이 된다고도 말했다.

송 사장은 강한 유럽 시장 공략 의지도 보였다. 승산은 있다. 유럽 가전 업계는 특정 분야에만 몰두한다. 반면, LG전자는 가전 외에 TV,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융합과 통합에 강하다.

유럽은 이제서야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가전에 넣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스마트홈 씽큐를 오래 전부터 키워온 LG전자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LG전자는 상반기 유럽 매출 69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매출 5982억원보다 17% 늘었다. 유럽 주요 미디어로부터 각종 상을 받기도 했다. 2023년까지 유럽 최고 레벨 빌트인 가전 제조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송 사장은 "미중 무역분쟁에 한일 기술전쟁 등 대외 환경이 험난하다. 하지만, 어려움은 항상 있었다. 이전에도 그랬듯 기술과 제품 차별화를 앞세워 슬기롭게 극복하겠다"며 "소비자의 삶에 차별화된 가치를 전하는 LG전자를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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