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 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최근까지 온라인 쇼핑 시장은 새 상품을 누가 더 싸게 파느냐를 두고 경쟁했다. 특가할인, 타임딜은 온라인 쇼핑 시장 클리셰(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였다. 하지만 최근 이런 트렌드에 균열이 가해진다. 비싸고 새로운 제품이 아닌, 새것 같은 중고를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최근 분석한 2019 대한민국 쇼핑 앱 사용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중고거래 쇼핑 앱 월간 방문자 수는 1월 280만명 대비 8월에는 363만명으로 30%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급격히 커진 중고거래 시장에서 당근마켓이 눈에 띈다. 특히 아이지에이웍스의 조사 결과 당근마켓은 10대부터 60대 이상 전 연령 남성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 이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 앱 순위를 살펴보면 쿠팡, 11번가, G마켓에 이어 당근마켓이 4위를 기록했다. IT조선은 4일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당근마켓 제공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당근마켓 제공
AI가 찾아준 중고거래의 핵심 ‘신뢰’

당근마켓 성장 비결은 ‘이웃 간 신뢰’가 꼽힌다. 기술을 기반으로 서로 믿고 중고상품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게 유효했다.

대표 기능이 당근마켓 ‘매너온도'다. 그간 이뤄진 거래 내역과 후기 등을 기반으로 판매자 매너온도를 보여준다. 온도가 높을수록 믿을만한 판매자라는 뜻이다.

또한 사기거래를 막기 위해 당근마켓은 최대 6㎞ 반경 내에 있는 이웃끼리만 매칭한다. 서울처럼 매물이 많이 올라오는 지역은 3~4㎞ 반경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도록 제한했다. 이용자는 자신의 주거지역을 스마트폰 GPS(위성항법장치)로 인증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길가다 우연히 만날 거리 안에 사는 이웃끼리 거래를 하다보니 그만큼 사기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사라진다.

당근마켓은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도 접목했다. 머신러닝에 가품 데이터를 학습시켜, 가품 게시물이 올라오면 자동으로 인식한다. 판매불가 상품인 주류나 담배 등도 AI가 판별한다. 사기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수십 개 아이디를 번갈아가며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잡아내는 기술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현재 당근마켓 직원 35명 중 25명이 개발자일만큼 AI 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이용자에게 상품을 둘러보는 재미를 주기 위해 개인맞춤형 콘텐츠 노출 기능도 넣었다. 당근마켓은 첫 화면에 뜨는 상품 6개 중 1개를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상품을 분석해 노출하고 있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현재 거래 만족도는 99.3%에 이른다"며 "AI 기술을 기반으로 가짜 제품을 걸러내고 사기 우려가 있는 이용자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만족도가 올라가니 이용자도 급증했다. 당근마켓은 2015년 서비스 출시 이후 10월 현재 기준 월 방문자는 350만명을 기록했다. 월 거래액 규모는 540억원에 달한다. 올해 2월 초 250억원에 비해, 1년도 안 돼 두 배 이상 훌쩍 뛴 수치다. 누적 가입자수는 900만명이다.

당근마켓은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9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4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480억원이다.

당근마켓의 지역 커뮤니티 기능. 정보교류나 남는 물건을 서로 주고받는 ‘품앗이'를 하는 이용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근마켓의 지역 커뮤니티 기능. 정보교류나 남는 물건을 서로 주고받는 ‘품앗이'를 하는 이용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맘카페처럼 이웃 간 정보교류하는 공간 목표"

동네 주민들이 당근마켓에 삼삼오오 모여드니 자연스럽게 지역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현재 당근마켓은 동네 구인구직, 부동산, 지역업체 소개 등 우리동네 홍보 게시판을 운영한다. 이 공간에서는 사은품 증정 행사를 진행하는 특정 지역 안경점 소식이나 과외자리를 구하는 동네 대학생 게시물 등을 볼 수 있다.

서울 강남, 송파, 경기도 분당, 수지,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도 커뮤니티 서비스도 올해 7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 서비스는 홍보를 넘어 일반 이용자끼리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맘카페처럼 지역 상점 정보를 물어보거나 함께 모여 물건을 공동구매하는 지역 공동체를 지향한다.

김 대표는 "자기가 기르는 고양이를 자랑하거나 강아지 산책을 함께 갈 사람을 구하는 내용도 있다"며 "이웃끼리 교류하고 소통하는 맘카페 같은 공간으로 성장시키는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올해 하반기 중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한다. 진출 지역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김용현 대표는 "네이버 라인 때문에 어디로 진출할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최근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베트남에서 ‘겟잇'이라는 중고거래 앱을 내놨는데, 매너온도 등 당근마켓 시스템을 유사하게 베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카피캣 논란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카피캣 등장은 모바일 중고시장이 성장한 결과고, 이는 당근마켓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경쟁자를 의식하기보다는 불편사항을 빠르게 개선하고 이용자 만족도를 유지하는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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