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의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인터뷰] 신상돈 핌아시아 대표

‘떨이’는 팔다 남은 물건을 다 떨어서 싸게 파는 제품을 뜻한다. 유통기한 임박, 제품 흠결, 반품으로 가치가 급락한 일명 ‘B급 상품’이다. 핌아시아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이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었다. 신상돈 핌아시아 대표는 유통기한 임박 제품도 소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음을 깨달은 2013년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가격을 낮춰 직접 판매하는 채널 ‘떠리몰’을 열었다. 창업 후 벌써 7년이 흘렀다. 신 대표는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제품 가격을 뽑아내고, 고객사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쇼핑몰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떠리몰은 일종의 리퍼브몰이다. 리퍼브는 소비자의 변심으로 반품하거나 매장에서 전시한 제품, 제조 과정에서 흠집 등이 발생한 제품을 정품보다 싸게 파는 ‘리퍼비시드(Refurbished)’의 줄임말이다. 새 제품은 아니지만 실 사용에 문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가성비를 따지는 실속형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다.

신상돈 핌아시아 대표. / 핌아시아 제공
신상돈 핌아시아 대표. / 핌아시아 제공
유학 대신 선택한 유통기한 임박 상품 전문 판매몰 창업

신 대표는 대학 시절 건축을 전공했다. 6개월쯤 건축설계사무소 인턴으로 근무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갈 예정이었지만,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연계해 대학 탐방을 돕는 진로 교육 회사와 건강식품 온라인몰을 운영했다. 거래를 위해 수입식품업체 사장들과 대화하면서 알게된 이들의 고충은 떠리몰 탄생의 계기가 됐다.

수입식품업체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유통기한 3개월 미만 상품의 재고 처리다. 이런 상품은 백화점 납품이 어려웠고 끝내 처리하지 못해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수입식품 업체와 거래하면서 유통기한이 거의 임박한 제품의 경우 판매할 길이 없다는 호소를 들었고, 당시 관련 물품을 공짜로 건네받은 적이 있다"며 "그 순간 이 제품을 폐기 처분할 것이 아니라 전문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을 만들면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제품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다르다. 식품을 제조할 때 유통기한은 도소매에서 유통하기 위한 기한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지나더라도 섭취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 대표는 떠리몰 운영 초반 고객사와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컸다.

그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구입할 때 직접 먹어보는 등 샘플링 조사 작업을 거친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판매가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한다.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출고할 때도 직원들이 하나하나 육안으로 확인을 한다. 내용물 변질 우려가 있는 상품은 세균 검사를 진행한 후 합격 상품에 한해 판매한다. 세균검사와 별개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

이런 노력이 통했을까. 이제는 많은 고객사가 앞다퉈 제품을 공급한다. 그동안 누적 거래기업만 2500개 이상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도 포함됐다. 떠리몰 회원 수는 40만명을 넘겼다.

떠리몰 홈페이지. / 홈페이지 갈무리
떠리몰 홈페이지. / 홈페이지 갈무리
"떠리=B급 상품, 틀 깨겠다"

떠리몰에서는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건강기능제품, 의류, 가전, 신발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유통기한에 민감한 제품군인 화장품은 가격을 90% 이상 할인한 상품이 있다. 가끔 나이키 신발도 들어와 소비자를 유혹한다. 소비자는 최대 95%의 가격에 ‘득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평균 할인 가격은 60%다.

떠리몰은 제품의 할인 폭이 크다 보니 같은 주문량이라도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선 매출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관건이다.

신 대표는 "유튜브 리뷰나 회원간 입소문 등을 통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물류 비용은 줄이고 상품은 적절한 가격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향후 AI 솔루션을 활용해 떠리몰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 및 고객사 구매가격을 책정할 계획이다. 머신러닝 학습해 최적의 가격을 도출하고, 체화재고(정상재고를 초과한 분량)의 자산가치 평가 모델을 만든다. 이는 정부가 지원하는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이다.

그는 "떠리몰에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판매한 7년치 데이터가 쌓였다"며 "유통기한 임박 상품의 재고와 가치를 스스로 평가해 최적의 가격을 뽑아내는 AI 솔루션을 2019년까지 개발하고 2020년부터는 자사 MD가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떠리’라는 단어가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고 스마트한 소비로 해석될 수 있도록 노력을 이어간다. 현재 재고 폐기율이 1%가 안 되지만 이를 더욱 줄여 환경오염 방지에 보탬이 되겠다는 목표도 있다.

신 대표는 "핌아시아가 제시하는 떠리의 의미가 B급 상품이라는 틀을 깨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잡았으면 한다"며 "소비자에게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문제없다는 신뢰를 더 높이고 고객사 재고를 100% 소진해 친환경 회사로 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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