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예산도 과감히, 기술 강화 위한 정부·기업 협력은 글로벌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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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18 10:49
정부, 기업의 소부장 분야 R&D 역량 강화에 조단위 예산 투입
미 트럼프 행정부, 5G 지배력 강화 위해 퀄컴 돕기 나서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오늘의 호재가 내일의 악제로, 내일의 악제가 모래의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모두 해당하는 말이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IT 기업의 핵심 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기술’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정부까지 산업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철학에서 나온 결정이다.

한국은 일본발 무역 분쟁으로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분야 악제를 만났지만,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는 길을 열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연구개발 분야에 5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원천기술 자립을 추진한다. 국가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생산 현장 / IT조선 DB
삼성, LG, SK 등 국내 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도전에 직면했지만, R&D를 통한 기술 격차 벌리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사업 진흥을 위해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대형 디스플레이의 무게중심을 종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퀀텀닷(QD)으로 전환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LG그룹은 OLED 분야 R&D를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위기 극복에 나선다.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중국 기업 등의 도전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편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8단 4D 낸드’를 양산했다. 반도체 시장은 최근 호황에서 불황으로 빠르게 전환했는데,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의 집대성한 신제품을 기반으로 점프를 노린다.

과기정통부, 산업부, 중기벤처부 등 정부 부처도 기업의 기술 R&D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00개 이상의 핵심 품목을 선정해 맞춤형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특별회계 신설로 2024년까지 매년 2조원 이상을 소부장 경쟁력 강화에 투입한다.

정부가 기업의 기술 R&D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해외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기술 혁신에 나선 사례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통신·반도체 기업 퀄컴은 CDMA·LTE 특허 기술을 활용해 시장의 강자가 됐지만, 애플은 물론 미 연방거래위원회 등이 제기한 특허 라이선스 관련 소송으로 고전했다. 2018년에는 브로드컴이 적대적 인수에 나서는 등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5세대(5G) 통신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와 퀄컴이 자체 보유한 5G 기술로 어려움을 정면 돌파 중이다. 최근 제9순회항소법원은 행정부를 고려한 듯 특허 라이선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연방법원의 ‘라이선스 재계약’ 결정을 유보했다.

5G 네트워크 개념도. / 퀄컴 홈페이지 갈무리
핀란드의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30%를 차지할 만큼 시장의 절대강자였다.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핀란드 정부의 R&D 덕분이었다. 노키아는 핀란드 국영연구소가 개발한 이동통신글로벌시스템(GSM) 소프트웨어를 사들인 후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후 핀란드를 먹여살리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키아 휴대폰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비운을 맞았지만, ‘통신장비’ 분야 기술 혁신을 통해 현재는 세계 통신장비 기업 빅3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최근 5G 상용화에 발맞춰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해 한국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도 돕는다.

글로벌 주요 기업 CEO들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입을 모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직원과 전체 조직의 마인드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의지에서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일본발 소부장 사태 발생 후 외교적 해법 대신 기술 강화 카드를 꺼내들고 원천기술 강화를 위한 조단위 R&D 예산을 책정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며 "한국처럼 미 트럼프 행정부 역시 글로벌 5G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특허 라이선스 이슈로 골머리를 앓던 퀄컴에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의 역량 강화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이슈다"며 "통신 업계는 5G를 단순히 ‘통신망’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플랫폼이라는 전략을 세워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도전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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