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 모바일게임의 미래? 고개를 들어 ‘메나’를 보라

입력 2019.10.26 06:00

하이게임은 기자의 닉네임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과 게임 세상을 합친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 업계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게임에 관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은 모바일게임계의 ‘황금향’
젊은 인구 많고, 스마트폰 보급 최근 이뤄져 모바일게임 시장 급성장
2023년 시장 규모 2조7000억원쯤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
성공의 키워드는 ‘현지화’…종교, 문화적 차이도 고려해야
넷마블, 드래곤플라이 등 현지 시장 도전하는 업체 점차 늘어

세계화 시대에도 ‘중동·북아프리카(MENA·Middle East & North Africa)’ 지역은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MENA시장은 모바일게임의 ‘황금향’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해당 지역 17개 나라 인구는 3억8800만명, GDP는 3.8조달러(446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MENA 시장의 특징으로 보통 ‘오일머니' 덕에 경제력이 탄탄하다는 점과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활발해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는 점을 꼽는다.

MENA 지역 대다수 나라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다. / 픽사베이 갈무리
불과 2014년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가장 유력한 게임 플랫폼은 ‘게임기’였다. 2017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로, 전체 인구의 80.6%가 스마트폰을 소유했다.

MENA 지역은 굉장히 ‘젊은’ 지역이기도 하다. 인구의 4분의 1쯤이 15세~25세 사이에 속한다. 모바일게임 사업 특성상 젊은이를 공략해야 하기에 이는 꽤나 유리한 조건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MENA지역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가 2015년 기준 6억8000만달러(8000억원)에서 해마다 18%~20%쯤 이어가 2022년에는 23억달러(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게임매체 게임즈인더스트리에 따르면 MENA지역 게임 산업 성장률은 25%쯤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 행사에서 이 게임을 중동, 북아프리카 이용자에게 아랍어 현지화해 선보인다고 밝혔다. / 유튜브 갈무리
모바일게임은 아니지만, 라이엇게임즈는 16일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북미나 유럽 서버를 이용하는 MENA 지역 이용자에게 게임을 아랍어로 현지화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이 최근 얼마나 ‘핫(Hot)’한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해당 지역 이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게임 언어 현지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망한 MENA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서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다수 해외 매체가 우선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현지화’다. 걸프 지역 일부 나라를 제외하면 MENA 지역 인구 중 3억명쯤은 아랍어만으로 의사소통한다. 하지만 아랍어 이용자를 위한 콘텐츠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콘진원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어 콘텐츠는 애플 앱스토어 기준 전체 콘텐츠 중 아랍어 콘텐츠는 1% 미만에 불과하다. 반면 한 조사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폰 이용자의 81%, 요르단 이용자의 70%, 이집트 이용자의 67%가 아랍어 앱만을 다운로드한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국기에도 등장하는 육각별(다윗의 별)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매우 신성한 상징이다. / 픽사베이 갈무리
시장 조사 업체 차트부스트는 종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테면 아랍 문화권에서 십자가, 육각별 등 모든 유형의 종교 상징은 매우 신성한 것으로 여긴다. 대부분 게임사가 이용자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종교적 상징을 연상시키는 것을 꺼린다.

여성 캐릭터의 옷도 고려해야 한다. 가슴 부위는 가리고 팔도 손까지 옷으로 가려야한다. ‘섹시’ 요소를 무턱대고 넣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종교적 검열로 인해 게임 일부 내용이 흑백 처리될 수도 있다.

누르 하리스 메이절워드(요르단 게임사) CEO는 지역, 국가, 도시 간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게임에 크리스마스 테마를 적용하려고 할 때 MENA 대부분 지역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며 "이 탓에 대부분 지역에서 현지 파트너를 구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수요가 폭증하는 라마단 기간에는 광고료도 늘어난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중동콘텐츠산업동향보고서 4호 갈무리
반면, 이슬람 종교의식인 ‘라마단’ 기간에 맞춰 특수를 누릴 수도 있다. 라마단은 이슬람교 선지자인 무함마드가 성전 '코란'을 배운 달로, 태음력으로 9월이다. 이슬람 신자는 라마단 한 달간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고 담배와 성관계 등도 금한다.

금식 탓에 이슬람 신자는 야외 활동 대신 영화, TV, 게임 등 실내 여가 활동을 주로 즐긴다. 라마단 기간에는 일반적으로 일을 빨리 마쳐 여가 활동 수요가 폭증한다.

콘진원은 보고서에서 아랍어 콘텐츠를 개발·배급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기업 ‘ONEMT’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게임 ‘리벤지 오브 술탄’을 알리기 위해 2017년 라마단 기간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라마단 기간 내내 24시간 트위터의 첫 페이지에는 ‘리벤지 오브 술탄’의 광고가 나왔다. 회사는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글을 다수 작성한 이용자에게 게임 내 상품을 제공했다. 라마단 기간에 활용할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라마단 기간에 5700만명에게 광고를 노출해 이 중 2.5%가 실제 게임을 이용했다. 리벤지 오브 술탄 트위터 계정 팔로워 수는 해당 기간 19만4000명쯤 증가했다.

중국 회사 게임이지만 아랍 현지화에 많은 공을 들인 작품, ‘리벤지 오브 술탄’. / 벤텀 제공
리벤지 오브 술탄이 MENA 시장에서 마케팅으로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 게임은 지역적 특성을 제대로 공략했다. 해당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는 모바일 마켓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는 '클래시 오브 클랜' 같은 전략게임이다. 역할수행게임(RPG) 중심의 한국 시장과는 다르다.

이에 더해 리벤지 오브 술탄은 중국에서 만들었고 게임 규칙은 '클래시 오브 킹즈'와 매우 흡사하지만, 캐릭터나 오브젝트를 중세 이슬람 문화를 따와 만들었다.

이러한 차별점이 이슬람 문화권인 MENA를 공략하는데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게임은 2018년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다수 나라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박상욱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은 "최근 중동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펍지 주식회사의 IP를 활용해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중국은 현지 최적화 전략으로 MENA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 순위권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이 2018년 라마단을 맞아 터키에 출시한 화이트 휘렘(왼쪽), 다크 유세프(오른쪽)의 캐릭터의 모습. / 넷마블 제공
한국 게임도 이러한 시도를 한 사례가 있다. 2015년쯤 중동에 진출한 넷마블 게임 ‘모두의마블’은 현지 이름을 ‘엄청난 부자가 되자!’는 의미의 아랍어 ‘파라마냐(PARAMANYA)’로 지었다. 영문 명은 ‘트래블링 밀리어네어’다.

모두의 마블 대표 캐릭터 중 일부인 ‘데니스’와 ‘슬기’에 해당하는 ‘유세프’와 ‘휘렘’ 캐릭터를 선보였다. 서비스를 진행하며 ‘억만장자 나세르’, ‘라마단 댄서 아시’ 등 캐릭터도 출시했다. 이에 더해 현지에만 출시한 사막 맵과 라마단 주사위 아이템도 있다.

최근에는 스페셜포스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게임사 드래곤플라이가 2019년 4분기부터 MENA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드래곤플라이는 자사의 대표 IP '스페셜포스'를 기반 모바일, PC, 가상현실(VR)게임까지 중동지역의 현지 파트너와 손잡고 유통할 예정이다.

‘스페셜포스 VR 인피니티 워’를 즐기는 어린이의 모습. /오시영 기자
드래곤플라이 측은 "스페셜포스 모바일을 MENA 지역에 선보인 뒤 2019년 내로 MENA 지역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며 "이에 더해 현지 유력 퍼블리셔와 PC게임 ‘스페셜포스’나 VR게임 서비스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찬 드래곤플라이 대표이사는 "MENA 지역에서 국내 개발사의 확실한 성공 사례를 만들 것이다"며 "2019년 모바일 게임 론칭을 시작으로 PC 온라인, VR 게임까지 라인업을 확대해 드래곤플라이의 새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욱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은 MENA 지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이용자 인터페이스는 물론, 캐릭터, 아이템, 마케팅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현지화 전략이 성공의 열쇠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알맞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친숙해진 듯하면서도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은 MENA 지역, 한국 게임사가 이 지역에서도 ‘게임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선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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