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강성주 컬리 물류분야 총괄 리더 인터뷰
서비스 본질은 새벽배송이 아닌 상품
자동화 시스템에 수작업을 더한 물류시스템 강점
"나와 내 가족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신뢰 얻어야"

보라색 트럭 한 대가 부르릉 시동을 건다. 트럭이 출발한 뒤로 노란색과 흰색, 초록색 작은 트럭들이 줄줄이 따라 달린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컬리 뒤를 따라올 줄 몰랐다"는 멘트가 흐른다.

이는 최근 등장한 컬리 지상파TV 광고의 장면이다.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 시장을 만들고 업계가 그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컬리 자부심과 자신감이 담긴 광고다.

사실 업계는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마켓컬리가 샛별배송 서비스로 인기를 끌자, 크고 작은 물류 유통기업들이 새벽배송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 경쟁이 한껏 달아오른 뒤로는 마켓컬리가 적잖은 물류 비용을 감당하면서 샛별배송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국 그런 불안한 시선은 기우였다. 컬리는 어느 물류 공룡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는 2015년 창업 이후 차분히 다져온 컬리만의 물류 시스템 덕분이다. 현재 컬리는 일 평균 3~4만건의 주문을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컬리는 샛별배송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때문에 ‘컬리=샛별배송’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컬리에서 물류분야 총괄을 맡은 강성주 리더는 최근 IT조선과 만나 "새벽배송 자체가 마켓컬리 정체성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새벽배송은 이용자에게 더 좋은 상품을 적시에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수단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강 리더는 "우리 서비스 본질은 결국 상품에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주 컬리 물류총괄리더가 IT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 IT조선
강성주 컬리 물류총괄리더가 IT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 IT조선
"효율화 비결? 모든 물류를 로봇이 할 필요 없다"

새벽배송 승패는 배송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달렸다. 비용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이다. 배송은 효율적으로 하면서도 이용자 만족도는 높이는게 컬리의 과제였다. 컬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게 된 이유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 출신 전략가인 강 리더가 컬리에서 2018년부터 물류 총괄을 맡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물류 자동화 시스템이라고 하면 로봇이 스스로 물건을 가져다 포장하고 배송까지 해주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컬리는 로봇에 모든 물류과정을 맡기는게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강 리더는 "그런 물류 시스템을 갖추려면 천억원 이상 비용이 든다"며 "새벽배송에는 전반적인 물류 과정을 모듈로 쪼갠 뒤, 자동화 설비와 수작업을 적절히 배치하는 모델이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컬리에선 퇴근시간인 오후 7시 이후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샛별배송은 오후 11시까지 받은 당일주문에 한해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서비스여서다. 그러다보니 오후 11시가 가까워질수록 주문이 몰린다.

주문량과 내용은 매일 천차만별이다. 비가 많이 오면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반면 화창한 날엔 이용자는 직접 장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마켓컬리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엔 채소와 해산물 등 신선식품이 많아 하루 안에 재고를 소진해야 할 필요도 있다. 오후 11시에 임박해 쏟아지는 상품 입고량과 판매량을 유동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이를 로봇에만 맡길 수는 없었다.

자동화 시스템도 일부 적용된다. 컬리의 자동화 물류 시스템 기반은 다스(DAS, Digital Assorting System)다. 예를 들어 한 이용자가 샐러드 2개와 우유 하나를 같이 주문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우유 한 통만 주문했다면 우유는 총 3통, 샐러드는 2개가 접수된 셈이다. 다스는 이렇게 각각의 상품군이 총 몇 개 주문됐는지를 계산한 뒤 상품을 한 데 모아놓는 설비다. 우유 다스에는 우유 3통을 모으고, 샐러드 다스는 샐러드 상품 2개를 모은다. 다스는 종류 별로 모아놓은 상품을 다시 이용자 주문 별로 나눈다.

다스는 기본적으로 한 번에 상품 200개를 모아온다. 주문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60개 단위 ‘미니다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다스 자체는 자동화 시스템이지만, 다스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매번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한다. 판단기준은 데이터다.

컬리에는 데이터 농장이라는 데이터 분석 전문팀이 있다. 데이터농장이라는 이름은 컬리 서비스 여기저기에 뿌려진 씨앗 같은 데이터를 수확하듯 분석한다는 데서 따온 이름이다.

데이터농장팀은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분 단위로 하루에 3600건 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물류 수요를 예측한다. 모든 컬리 구성원들은 예측 시스템을 통해 추출한 매출과 물류 등 지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데이터를 물어다주는 멍멍이’라는 서비스도 있다. 데이터를 물어다주는 멍멍이는 데이터농장에서 분석된 실시간 데이터를 내부 직원에게 알려주는 알림 기능이다. 멍멍이라는 이름은 데이터를 그만큼 친근하게 느끼자는 취지에서 붙였다.

멍멍이는 30분 간격으로 데이터를 물어다 준다. 멍멍이는 특정 상품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니 긴급 발주를 하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혹은 날씨가 추워지거나 더워지는 변화를 감지해 매출량을 예상한다. 주문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 멍멍이 알림은 15분으로 간격이 짧아진다. 강 리더는 "멍멍이가 물어다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문량이 몰릴 때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컬리 구성원들에게 공개되는 실시간 데이터의 일부. 파란선은 오늘 중 발생한 매출을 10분 단위로 집계한 결과값, 주황색 선은 오늘 중 발생한 매출 패턴을 기반으로 추출한 10분 단위 예상매출값. 음영 부분은 동시접속자수를 의미한다./ 컬리 제공
컬리 구성원들에게 공개되는 실시간 데이터의 일부. 파란선은 오늘 중 발생한 매출을 10분 단위로 집계한 결과값, 주황색 선은 오늘 중 발생한 매출 패턴을 기반으로 추출한 10분 단위 예상매출값. 음영 부분은 동시접속자수를 의미한다./ 컬리 제공
컬리의 샛별배송은 자동화된 시스템과 이를 기반으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컬리 직원의 협업 결과물인 셈이다.

강 리더는 "자동화 시스템에 수작업이 더해져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물량 증감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완전 자동화로 구축한 물류센터에 비해 주문 건 당 설비투자 비용을 10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완전 자동화 시스템만이 물류 효율화의 지름길이 아닌 이유는 또 있다. 컬리에 입고되는 상품 질을 꼼꼼하게 검수하는 과정이 있어서다. 이는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할 수 없는, 현장 전문성이 반영된 작업이기도 하다.

강 리더는 "예를 들어 고기는 갈변했거나 혹은 핏물이 흐르지 않는지 걸러내야 하고, 홍시도 너무 많이 익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라며 "우리도 5년 간 사업을 하다보니 어떤 상품을 어떻게 검수해야 신선도를 유지한 상태로 고객 식탁까지 배송할 수 있을지 노하우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물류 효율 강화, 결국 이용자 만족도로 이어져"

컬리는 제3자 물류서비스 진출을 앞뒀다. 국토교통부는 컬리를 제3자 물류 사업자로 지정했다. 제3자 물류 사업은 컬리 자체 상품 배송뿐 아니라 다른 사업자 물류배송까지 맡는 사업 분야다. 한진택배 등 전문 택배회사들이 제3자 물류사업자다. 제3자 물류서비스를 하게 된 이유는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컬리의 배송물량은 지역 별 격차가 있다. 특정 지역에는 주문이 많아 해당 지역으로 배송하는 트럭이 꽉 차는 반면, 또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트럭은 텅 빌 수도 있다. 이 빈 공간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른 사업자 상품을 꽉 채워 배송하겠다는 취지다.

강 리더는 "한 차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실어보내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집적도가 물류 시장에선 중요하다"며 "70개를 실어서 보낼 수 있는 트럭에 20개 컬리 상품만 보내기 보단 나머지 50개 공간에 다른 사업자 상품을 같이 보내는게 훨씬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컬리가 집요하게 물류 효율화에 공들이는 이유는 상품 질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강 리더는 "물류 효율을 높여야 상품 질을 높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그렇게 컬리가 아니면 팔 수 없는 상품을 팔자는게 우리의 핵심 가치이자 비전이다"라고 말했다. 곧 컬리는 컬리에서만 살 수 있는 특이한 상품을 PB(Private Brand,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로 내놓을 계획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춘만큼 컬리는 물류량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컬리는 올해 9월부터 남양주시 화도읍에 냉동전용 물류센터를 새롭게 가동했다. 김포 켄달스퀘어 물류센터는 2020년부터 가동 예정이다.

강 리더는 "이제는 너도나도 새벽배송을 하는 시대다"라며 "나와 내 가족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상품을 컬리에서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게 컬리의 차별화 전략이자 핵심 가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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