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 트렌드는 5세대 통신 상용화와 제4차 산업혁명 조류가 만나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모한다. 핵심인 플랫폼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특화 서비스, 신제품으로 중무장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쇼핑 분야는 전통적 유통 강자를 밀어낸 신진 전문몰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강소기업 탄생의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 중심의 결제 행태는 페이 등 새로운 솔루션의 등장후 빠르게 변모한다. IT조선은 최근 모바일 분야 각광받는 전문몰과 결제 업체 등을 직접 찾아 그들만의 사업 노하우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프리미엄 가상현실(VR) 콘텐츠 유통 기업, 어메이즈VR
‘기술에 집중’한 덕에 초기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
‘카카오 초기 멤버’ 뭉쳐 다음 패러다임 주도하고자 설립
뜻을 공유하는 팀원 뭉쳐 신뢰·유대감 높아
인터랙티브 등 VR 환경에 알맞은 콘텐츠 제공
이승준 대표 "리더십 유지하면 다음 패러다임의 승자 될 것"
"가상현실(VR)로 단지 현실을 똑같이 재현하기만 한다면 재미가 있을까요. VR이기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어메이즈VR의 목표입니다"
어메이즈VR은 프리미엄 VR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서비스 모습은 ‘넷플릭스’를 떠올리면 편하다. 이용자는 한 달에 7달러(8000원)를 내고 어메이즈VR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면, VR 헤드셋(HMD)으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이승준 대표는 "어메이즈VR은 웬만한 VR 프리미엄 콘텐츠를 전부 다루고 있다"며 "프리미엄 콘텐츠 수, 파트너 수, 소비자 반응으로 볼 때 우리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어메이즈VR이 2015년 창업할 때만해도 ‘전트(Jaunt)’ 등 막대한 초기 자본을 바탕으로 한 경쟁자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대부분 서비스를 접은 상태다. 이승준 대표는 어메이즈VR이 초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 ‘기술에 집중’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초기 경쟁사의 경우, 대부분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막대한 자본을 들여 콘텐츠를 제작,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당시 VR 콘텐츠 시장은 아직 투자한 만큼 실제 수익을 얻기가 힘들 정도로 미성숙했다. 이탓에 생산성 없이 제작비만 들이는 상황이 이어져 경쟁사는 하나둘 서비스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어메이즈 VR은 달랐다. 이승준 대표는 "우리는 기술 회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투자대비수익률(ROI), 제작 비용, 제작 방식 등을 개선하는 작업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며 "소프트웨어는 물론 VR제작 환경에 맞게 카메라를 손봐 대여해줄 정도로 창작자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했다"고 말했다.
어메이즈VR 2019년 소개 영상. / 어메이즈VR 유튜브 채널
이들이 카카오를 나와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에 따르면 우선 카카오가 스마트폰으로 인한 혁신 흐름을 주도했듯, 어메이즈VR을 통해 다음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서다.
이승준 대표는 "단순한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듯, VR, AR(증강현실)을 중심으로 한 디스플레이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발전해 VR, AR 헤드셋 같은 ‘개인화된 디스플레이’를 누구나 가지게 된다면 대부분의 콘텐츠가 해당 플랫폼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실감미디어 기기는 날이 갈수록 빠르게 발전한다. 최근에는 PC가 따로 필요 없는 독립 기기도 나왔다. 어메이즈VR은 기기 발전에 발맞추기 위해 새 기기나 개발 도구를 미리 받아 개발에 활용한다.
이승준 대표는 "VR기기 기술은 CPU, GPU, 디스플레이 등 모든 영역에서 체감상 거의 1년에 두 배쯤 발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 혁신을 시작한 '아이폰1' 포지션의 실감미디어 제품이 2~3년쯤 후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본질은 '통신 기능'이므로 카카오톡이 큰 성공을 거뒀다"며 "디스플레이가 본질인 실감미디어 시장에서는 결국 콘텐츠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 시절에 미국, 일본 등 해외 사업을 다수 추진했으나 결국 경쟁에서 다소 밀린 느낌이 있었다"며 "직접 현지 시장에 가서 최고의 인력을 모아 새 성공을 이뤄보고 싶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부딪혔다. 사업 초기 6개월간은 미국에 연고도 없는 설립자 4명이 집을 하나 빌려 합숙했다. ‘카카오 출신’이라는 점은 미국에서는 인정받기 어려운 경력이었다. 미국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콘텐츠 계약도 쉽게 따내지 못했다.
미국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레퍼런스를 제시할 수 있어야 했다. 어메이즈VR은 초기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각 영화제를 돌아다니며 자사 콘텐츠를 알리고 유명 VR 스튜디오와 접점을 마련하려 노력했다. 열심히 발로 뛰어다닌 끝에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에 기사가 실리기 시작하는 등 점차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승준 대표는 "카카오 시절 경험을 통해 얻은 사고방식이 새 사업을 진행할 때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며 "이를테면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문제를 정의·해결하는 과정이나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방식에서 특히 도움 됐다"고 말했다.
이 탓에 이승준 대표는 새 혁신을 만드는 주체로서 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어메이즈VR의 가장 중요한 제품은 팀이라는 것이다. 팀원 중에서는 한국 사람도 있고 미국 사람도 있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나, 문화적 차이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승준 대표는 "하지만 결국 새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뭉쳐 팀 내 신뢰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승준 대표에 따르면 인턴으로 시작해 결국 와튼 MBA를 포기하고 어메이즈VR을 택한 미국인 직원도 있다. 그는 "해당 직원은 좋은 능력을 갖춰 다른 곳에서 일했다면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며 "하지만 어메이즈VR을 통해 이루고 싶어 하는 바가 있고, 내가 먼저 발로 뛰니까 나를 따르고 이해해줄 정도로 강한 유대감과 신뢰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탓에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큰 공을 들인다. 이는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영상의 내용이 바뀌는 콘텐츠를 말한다. 어메이즈VR은 기술적 지식이 없는 콘텐츠 제작자여도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도구를 만들어 제공한다.
이승준 대표는 "VR기기를 이용할 때는 기본적으로 컨트롤러를 활용해야 하므로 그만큼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며 "이를 활용해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에 참여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시청자가 VR기기를 사용해서라도 꼭 보고싶다고 느낄만한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대표는 "만약 콘서트장에서 날아다니거나, 노래에 맞춰 운석이 떨어지거나, 밤낮이 조명처럼 계속 바뀐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라"며 "이용자에게 화면 속 세상이 아닌 ‘공간’ 자체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 유튜브, 넷플릭스가 TV와 똑같지 않듯, 넷플릭스, 유튜브와 VR 매체는 결국 전혀 다르다"며 "1위의 리더십을 지키고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VR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점이 오면, 결국 우리가 새 패러다임의 승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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