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웨이징 응앙 HTC 아태 제품총괄이사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세상 10년 안에 온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경쟁력…시장 키우려고 경쟁사 돕기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바이브X 운영
양질 콘텐츠 제작사와 접점 마련
한국 VR 급속 발전엔 정부 지원 한몫
VR과 3DTV 시장의 결정적 차이는 ‘콘텐츠’

"가상현실(VR)은 점점 진화합니다. 바이브는 5G, 블록체인, 인공지능(AI), VR,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기술을 한 기기에 모두 담아 새 생태계를 조성하는 ‘바이브 리얼리티’ 프로젝트를 개발합니다"

웨이징 응앙 HTC APAC(아시아태평양지역) 제품총괄이사는 궁극적인 VR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웨이징 응앙 HTC 제품총괄이사(왼쪽)가 정휘영 브래니 대표와 서울 이태원초에서 열린 ‘쿠링XR 코딩 캠프’ 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했다. / 오시영 기자
웨이징 응앙 HTC 제품총괄이사(왼쪽)가 정휘영 브래니 대표와 서울 이태원초에서 열린 ‘쿠링XR 코딩 캠프’ 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했다. / 오시영 기자
VR 기기 브랜드 ‘바이브(VIVE)’를 보유한 대만 기업 HTC는 1997년 휴대전화 제조업으로 출발했다. 스마트폰과 VR 기기 사업을 병행하다가 10월 6일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VR 기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즈VR 전문 기업 브래니가 11일 이태원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쿠링 확장현실(XR) 코딩 캠프’ 론칭 행사에 참여한 웨이징 이사를 만나 VR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웨이징 이사는 브랜드 ‘바이브’의 창립 멤버다. VR팀에 합류하기 전에 모바일 팀에서 일했다. 그는 기술 개발, 콘텐츠 수급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 등 중국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생태계를 담당한다.

업계는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와 HTC 브랜드 ‘바이브’를 VR 기기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고 평가한다. 웨이징 이사는 VR 시장 유력 업체가 된 비결에 대해 "바이브는 다채로운 제품 라인업을 생산한다는 강점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가형 제품부터, 바이브 프로까지, 추적 센서가 있거나 없는 제품 등 다채로운 제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브의 최신 제품 ‘바이브 코스모스’의 모습. / 바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바이브의 최신 제품 ‘바이브 코스모스’의 모습. / 바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이를테면, 바이브가 3월에 출시한 새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중 하나는 별도 컨트롤러를 이용하는 대신 VR 기기가 자체 카메라로 이용자의 손을 인식해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도구로 개발한 프로그램은 바이브의 모든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

최근 바이브는 눈 추적 시스템을 개발한다. 웨이징 이사는 "VR 콘텐츠에서는 이용자가 무엇을 보는지가 중요하다"며 "이용자가 어떤 지점을 보면 기기 내부 카메라가 이를 인식해 눈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눈 추적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HTC는 다른 VR 기기 제조 업체를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 시장을 키워나가는 동반자로 여긴다. 회사는 ‘웨이브’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배포한다.

웨이징 이사는 "개발자가 웨이브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이를 바이브 기기뿐만 아니라 피코, 아이치이 등 다채로운 기업 VR 기기에서 재생할 수 있다"며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바이브는 웨이브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바이브X’를 총괄한다. 바이브X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투자하고, VR 시장 공략을 돕기 위해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런던, 두바이, 도쿄에 각각 지사가 있는 HTC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진출도 돕는다.웨이징 이사는 직접 세계를 돌며 좋은 회사·콘텐츠와 접촉해 바이브와 접점을 만든다.

키즈 VR기업 브래니와도 2년 전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 협업 관계를 이어왔다. HTC는 브래니에 자사가 개발하는 최신 기술을 미리 제공해 새 VR 기기가 나오는 시점에 함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두 회사가 손잡고 어린이 VR 기기 ‘쿠링 VR 캡슐토이’를 대만 바이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태원초등학교 한 학생이 ‘바이브 코스모스’ 기기로 브래니 VR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이태원초등학교 한 학생이 ‘바이브 코스모스’ 기기로 브래니 VR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웨이징 이사가 ‘쿠링XR 코딩 캠프’에 참여한 것도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다. 그는 "VR을 활용한 교육의 ‘러닝 커브’를 분석한 결과, 일반 교육보다 30% 정도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발표도 있다"며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이미 VR 교육 커리큘럼이 상용화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웨이징 이사는 3년 반 만에 한국에 방문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VR 콘텐츠가 전무한 상황이었으나, 한국 VR 산업은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며 "그 비결 중 하나는 정부에서 VR 산업 육성에 많은 예산을 쓰고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방문해 브래니의 ‘쿠링XR 코딩 캠프’ 행사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서 "코딩 뿐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과, AR과 VR을 한 번에 활용해 교육한다는 점이 기존 방식과 달라 새로웠다"며 "대만 본사에 돌아가 앞으로 이번 VR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협업에 대해 상의해볼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웨이징 이사는 VR 기기의 미래에 대해 진단했다. 그는 "삐삐부터 스마트폰까지 진화하고, 고성능을 갖추는 데 30년이 걸렸다. 내가 휴대전화 제조 기업 HTC에서 일하며 그 과정을 지켜봤다"며 "하지만 VR은 시작한 지 3년쯤 된 사업인데도 휴대전화와 비교하면 그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내년에는 5G가 세계에서 상용화될 예정인데, 5G 기술을 활용하면 별도 추가 기기 없이 VR 기기만으로 구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기술 자체는 이미 개발된 상태로, 5G 상용화만 기다리고 있어 조만간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웨이징 이사가 이태원초등학교 학생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웨이징 이사가 이태원초등학교 학생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웨이징 이사는 "궁극적으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대부분 사람이 스마트폰처럼 개인 VR 기기를 갖는 시대가 10년 안에 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VR시장이 3D TV처럼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라는 일부 사람의 주장에 대해 "3D TV와 달리 VR 시장은 이미 다채로운 콘텐츠가 마련됐고, 개발 중이므로 유망하다고 본다"며 "중요한 것은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는 것으로, 바이브는 콘텐츠 개발자를 돕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반박했다.

웨이징 이사는 "VR 시장에는 어떤 콘텐츠도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게임,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에도, 의사나 소방관 같은 직업이 수술이나 화재 진화를 미리 훈련하는 등 산업·교육 분야 등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만들 수 있는 콘텐츠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활용하는 대상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