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 SK바이오팜 훈풍에 기대감 솔솔
세노바메이트 FDA 허가 이변 없어…기면증 치료제 ‘수노시’ 유럽 시장 수출 호재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FDA 결정 따라 갈릴 듯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앞두고 업계 기대감이 커진다. SK바이오팜의 이번 승인 여부에 따라 각종 악재로 암울했던 제약바이오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 홈페이지 갈무리
./SK바이오팜 홈페이지 갈무리
20일 제약바이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변수가 없는 한 무난하게 FDA 신약 허가를 받을 뿐 아니라 증시 상장 준비에도 이변이 없을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이 미국 FDA가 선호하는 희귀의약품 시장을 공략했을 뿐 아니라 임상 결과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의학전문학술지에 게재된 부분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부가적인 요법으로 세노바메이트를 복용할 경우 위약 대비 발작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SK바이오팜은 여기에 유럽 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SK바이오팜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가장 주목받는 기면증 치료제 ‘수노시(솔리암페톨)’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 승인을 권고하는 의견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럽 판매 승인이 가시화되면 국내 개발 중추신경계 혁신 신약 최초로 미국 시장에 이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셈이다.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몰려와 자칫 잘못하면 불의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수노시는 미국 재즈사에 기술을 수출하고 올해 7월부터 시판됐다.

블루오션된 희귀의약품 시장…SK바이오팜, ‘남이 가지 않는 길’ 개척

SK바이오팜은 다른 국내 신약 개발사와 달리 약이 없거나 미비한 희귀의약품 시장을 주로 공략한다. 현재 희귀 신경계 질환과 집중력 장애, 조현병, 파킨슨병, 조울증 치료제 등 8개 희귀의약품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희귀의약품 시장은 희귀질환 대부분이 발병기전이 불명확한데다 환자수도 적어 임상실험 진행이 힘들 뿐 아니라 사업성이 낮아 개발이 어려웠던 분야다. 하지만 최근 분자적·유전자적 분석을 통해 희귀질환을 세분화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희귀의약품 개발도 점차 많아진다.

특히 희귀질환 환자 대부분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인 쇠약을 동반하는 중증질환인 경우가 많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희귀난치 질환을 공공보건 정책 우선순위로 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세계 의약 기관들도 신속승인 제도를 통해 시판을 돕는다.

FDA의 경우, 매년 희귀질환 치료제와 획기적 치료제에 우선심사와 신속심사를 진행하고 시판을 승인한다. 특히 FDA는 희긔의약품에 세금 감면이나 허가 신청비용 면제, 동일 계열 제품 중 처음 시판허가 승인 시 7년간 독점권 부여 등 파격 혜택을 제공한다. 2018년 FDA가 허가한 신약 승인 내역 59건 중 34건은 희귀질환 환자 치료 관련 신약이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2017년 희귀의약품시장 규모는 1250억달러(약 146조원)로 연평균 11.3%씩 성장해 2024년 2620억달러(약 306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예상 기업가치 6조원…유가증권시장 상장 준비에 박차

SK바이오팜은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는다. 이 회사는 10월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SK바이오팜 예상 기업가치는 5조~6조원쯤으로 점쳐진다.

변수가 없으면 내년 초쯤엔 무난하게 상장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바이오팜은 2016년 상장한 초대형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능가하는 또 다른 대형주다"라며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 업계는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FDA 허가에 따라 상장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 FDA 판매 허가 여부가 상장 여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공개한 임상 결과 등으로 인해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AI로 신약개발 속도 UP

SK바이오팜은 최근 생산 체제와 연구·개발(R&D) 부문을 동시에 키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신약 부문에도 적극 투자하면서 혁신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는 신약 개발 대상 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다양한 단계에 적용될 수 있다.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절감,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최근 SK가 투자한 스탠다임 기술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스탠다임은 AI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AI 및 시스템 생물학 전문가 등이 창업했다. AI 개발자와 생물학자, 의학화학자, 시스템생물학자, 변리사 등 전문 인력이 포진됐다. SK는 바이오와 제약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를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스탠다임’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SK 관계자는 "AI 신약 개발 기술은 기존 신약개발 사업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필수 역량이다"라며 "글로벌 수준으로 고도화된 알고리즘 개발 등 자체 신약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스탠다임과 SK그룹간 파트너십으로 양사 AI기술이 글로벌 마켓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