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와 블록체인은 그림자 금융을 이루는 핵심 인프라다. 그림자금융은 금융당국 규제 밖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던 금융 서비스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에는 핀테크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권 수준의 신뢰도를 확보한 혁신금융이라는 의미로 전환됐다. 스마트폰에서 공인인증서 없이 계좌를 만들고 투자를 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날개를 단 금융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조선미디어그룹 기술 전문매체인 IT조선은 5일 핀테크·블록체인 컨퍼런스 FinD 2019를 서울 신논현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R3, 위뱅크, 카카오뱅크, 핀크, 컨센시스 등 국내외 핀테크·블록체인 사업자들이 미래금융 전망을 내놓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장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홍기훈 홍익대 교수, 고정희 카카오뱅크 파트장, 톰 매너 R3 AP 총괄, 에릭 챈 위뱅크 오픈플랫폼 총괄, 라일리 킴 컨센시스 리드, 예정욱 핀크 부사장이 특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IT조선
가장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홍기훈 홍익대 교수, 고정희 카카오뱅크 파트장, 톰 매너 R3 AP 총괄, 에릭 챈 위뱅크 오픈플랫폼 총괄, 라일리 킴 컨센시스 리드, 예정욱 핀크 부사장이 특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IT조선
"중개기관 없이 개인끼리 금융거래하는 시대 열린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연사들은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술 등장으로 기존 금융권이 담보하지 못한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기관 개입 없이도 개인과 개인이 가상공간에서 만나 믿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거라고 전망했다.

톰 메너 R3 아시아총괄은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특유의 탈중심화와 투명성 덕분이다. 디지털 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면서도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단순히 계좌에 입금된 자산을 넘어 이제는 금과 부동산, 예술작품 등 다양한 실물자산도 디지털화해 거래할 수 있다.

톰 메너 총괄은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금융 거래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누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지, 누군가 해킹을 하는지도 볼 수 있으며 네트워크가 다운되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 통합 운영시스템 코디파이(Codefi)를 만든 컨센시스가 추구하는 미래금융도 이와 유사하다.

라일리 킴 컨센시스 코디파이 리드는 "미래엔 중간에 어떤 기관 개입없이도 개인과 개인이 가상 공간에서 만나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소수가 통제했던 웹 2.0 패러다임이 그대로 적용됐던 금융 서비스도 개인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웹 3.0시대로 넘어가게 된다는 전망이다.

업계는 규제환경 변화에도 촉각을 곧두세운다. 서비스 발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세계 핀테크와 블록체인 시장은 강력한 규제 환경을 가진 중국 기업이 주도한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가 만든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가 대표적 사례다.

에릭 챈 위뱅크 오픈 플랫폼 총괄은 그 비결로 "설립 초기부터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한 덕분이다"라며 "신규 서비스에 규제당국 승인을 받기도 편하고 지원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일리 킴 컨센시스 리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5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핀테크·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미래금융과 새로운 도전 사례에 대한 토론을 하고있다./ IT조선
라일리 킴 컨센시스 리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5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핀테크·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미래금융과 새로운 도전 사례에 대한 토론을 하고있다./ IT조선
한국 핀테크 업계에 부는 혁신경쟁

한국 핀테크 업계도 최근 금융혁신을 두고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핀테크 지원 정책으로 업계 발전을 적극 뒷받침한다. 핀테크 업체뿐 아니라 기존 금융기관도 빠르게 모바일 기반 서비스로 전환한다.

결국 금융혁신에서 경쟁 우위는 누가 더 이용자 편의를 도모하느냐에 달렸다. 모바일 환경에 얼마나 적합한 서비스를 내놓느냐도 관건이 된다.

핀크는 올해 5월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등급평가 서비스를 내놨다. 핀크가 소비자 스마트폰 이용정보를 금융회사에 제공하면 기존 신용등급과 함께 심사에 반영돼 대출여부와 금리한도가 결정된다.

예정욱 핀크 부사장은 "다른 업체도 신용등급조회 서비스를 내놨지만 핀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신용등급에 맞는 대출상품을 중개한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시장은 기존 금융업계가 외면했던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를 기술로 풀어내 새로운 서비스로 차별화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고정희 카카오뱅크 채널파트 파트장은 "최근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모바일에서 시작한 회사인만큼 서비스와 사용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기존 금융권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경쟁 우위에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IT조선은 최신 금융 트렌드를 먼저 읽고 다음 세대를 위한 핀테크와 블록체인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행사를 기획했다. 글로벌 핀테크와 블록체인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업비트, 글로스퍼, 화웨이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주요 핀테크와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와 임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