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두는 4차산업혁명이다. 각 나라 정부는 4차산업과 관련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드론과 같은 신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고 이 산업을 키우기 위해 분주하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제 혁파는 이야기한지 오래다. 그 노력 일환으로 소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법)이 모두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처리됐다.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만 기다리고 있다.
데이터3법 통과를 환영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 진영도 존재한다. 그 중심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반대파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규제를 완화하면 데이터 소유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개인의 고유한 권리를 산업 발전이라는 이유 때문에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맞다.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 침해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해 보인다.
사실 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개인정보 활용 가능성은 진작 더 높였어야 한다.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서 인공지능(AI)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머신러닝이 기본이다.
머신러닝은 기계가 직접 데이터를 학습(러닝)함으로써 그 속에 숨겨진 일련의 규칙성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가진 사례 형식 데이터를 컴퓨터가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 데이터를 평가, 예상해 이를 우리가 활용하는 것이다. 예측 모델을 구상하는데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후 검증 단계에서 또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이런 머신러닝에 자유롭게 사용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는 사용가능하지만, 사업자가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 준수가 어렵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완벽하게 비식별조치가 이뤄진 정보는 데이터적 성격이 사라져버린 무용의 데이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30대 여성 서울거주자 평균 데이터 ‘A’와 30대 여성 서울거주자 중 저녁 7시에 삼성역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사람의 데이터 ‘B’가 있다고 가정하자. 데이터로서 가치는 B가 A보다 훨씬 크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는 이들은 B 데이터를 이용했을 때 행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3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통과를 앞뒀다. 개인의 사생활이 소중하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분석된다.
개정안의 가장 큰 의미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개념 체계를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또 가명정보는 통계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여기에 과학기술 연구 등을 위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도 의미가 있다.
산업 발전과 프라이버시권 보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균형점을 찾는 게 정부와 법률이 해야할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데이터3법 개정안은 적정선을 잘 지킨, 아니 오히려 개인의 보호에 좀더 치중한 법률안이 아닐까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서희 변호사는 법무법인 유한 바른에서 2011년부터 근무한 파트너 변호사다. 사법연수원 39기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 공정거래법을 전공했다. 현재 바른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전문가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자문위원,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블록체인법학회 이사,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제1소위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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