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국을 ‘승부 차원’에서만 바라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9단과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며 즐거움을 선사할지를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우진 NHN 대표가 18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대 한돌 대국’에서 AI와 인간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의 은퇴 기념 대국 자리에 한돌이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우진NHN 대표가 인사말을 전했다. / 오시영 기자
정우진NHN 대표가 인사말을 전했다. / 오시영 기자
양재호 K바둑 대표는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 은퇴를 기념해 만든 자리로,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대결이기도 하지만 떠나는 이세돌 9단을 한돌이 배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이세돌 9단과 한돌이 앞으로 새 출발과 도전을 이어가며 멋지게 성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승부로 바둑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후원한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는 "이세돌9단이 은퇴 기념 대국을 인공지능(AI) ‘한돌’과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가서 후원하게 됐다"며 "이세돌과 한돌을 모두 응원하겠다. 후회 없는 멋진 대국을 펼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우진 NHN 대표,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양재호 K바둑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오시영 기자
(왼쪽부터) 정우진 NHN 대표,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양재호 K바둑 대표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오시영 기자
인사말에 이어 NHN 한게임 바둑 ‘한돌’ 개발팀이 이번 대국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이 은퇴 상대로 AI를 지목하면서 성사됐다. 이세돌 9단은 당시 "내 마지막 경기에서 나를 상대할 기사가 얼마나 불편해하겠느냐"는 생각을 말했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AI를 상대로 지목했다. 이에 한게임 바둑 ‘한돌’ 개발팀은 이번 대국을 제안받았다.

송은영 NHN GB기획팀장은 "한돌은 동등한 조건에서 두는 ‘호선’에 최적화된 AI로, 접바둑 경험은 없어 정말 많이 고민했다"며 "이세돌 9단은 바둑계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인물이므로, 한돌도 이세돌 9단의 은퇴에 맞춰 새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은 "대국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호선 모델은 1년 이상 학습을 한 뒤 대회에 나갔는데, 접바둑은 테스트·학습에 2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다"며 "이세돌 9단과 경기하는 것 자체는 엄청난 영광이지만, 중요한 행사를 망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은영 팀장(가운데), 이창율 팀장(오른쪽)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송은영 팀장(가운데), 이창율 팀장(오른쪽)의 모습. / 오시영 기자
한돌 개발팀은 고민 끝에 바둑을 좋아하는 팬에게 좋은 경기를 보이자는 마음으로 접바둑 버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팀에 따르면 인공지능으로 접바둑을 구현하는 일은 특히 어렵다. 호선에서는 흑과 백의 승률이 비등비등하지만, 2점 접바둑에서는 훨씬 낮은 8% 승률부터 시작한다. 인공지능은 바둑판의 어떤 지점에 두는 것이 승률을 높일 수 있을지 생각하며 두는데, 승률이 낮을 수록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창율 팀장은 "처음에 접바둑을 학습할 때, 2점을 깔면 한돌이 동작하지 않을 정도였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실력을 늘려 2점 접바둑 기력은 상당히 올라온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한돌에 2점과 함께 3, 4점을 까는 접바둑도 학습시켰다. 대국 하루 전까지도 계속 학습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송은영 팀장은 "개발팀은 어떻게하면 한돌을 대중들과 바둑 애호가에게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내년 하반기 쯤이면 한돌 접바둑 버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둑 AI ‘한돌’ 마스코트. / NHN 제공
바둑 AI ‘한돌’ 마스코트. / NHN 제공
한돌은 NHN이 1999년부터 운영한 ‘한게임 바둑’으로 쌓은 바둑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이다. 회사는 2017년 12월 ‘한돌’ 1.0 버전을 출시하고, 두 번 판올림해 3.0 버전을 출시했다.

한돌 1.0과 맞붙어 90%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는 한돌 2.0을 상대로 한돌 3.0도 90%이상의 승률을 보일 정도로 성능이 향상됐다. 한돌은 처음 출전한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새계 인공지능 바둑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1월에는 신민준· 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톱5대 한돌 빅매치’를 펼쳐 전승을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