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NHN 바둑 AI 한돌에 패배
31, 33번째 수에서 치명적 실수 범해
해설 "AI 전력이 강해 실수가 나온 것 같다"
이 9단 "3국에서는 이세돌 스타일로 둘 것"

19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대 한돌 대국’ 2국에서 이세돌 9단이 NHN의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에게 122수 끝에 돌을 던져 패배했다. 2점 접바둑으로 진행한 1국에서 이 9단이 승리해 2국은 동등한 조건인 호선으로 진행했다.

호선 방식에서 한돌은 강적이다. 한돌은 1월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톱5 대 한돌 빅매치’를 펼쳐 전승을 기록했다.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참여해 3위를 달성했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경기 후 인터뷰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이세돌 9단(오른쪽)이 경기 후 인터뷰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이세돌 9단의 31번째 수가 치명적이었다. 31수를 둔 후 그는 자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3번째 수에서 실수가 이어지며 결국 초반 좌상귀에서 4점을 잃게 됐다. 현장 해설을 맡은 조인선 국가대표 코치는 "32수만에 AI가 판단하는 승률이 30%쯤으로 떨어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탓에 이세돌 9단은 시종일관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흑을 잡은 이 9단은 중반 이후 백돌을 몰아치며 승부를 뒤집으려 시종일관 노력했으나, 벌어진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복기할 때도 아쉬운 듯 초반을 위주로 되짚었다.

이 9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애초에 호선으로는 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패배 자체보다는 초반의 때 이른 실착이 너무 아쉽다"며 "순간적인 착각 때문에 좋지 않은 수를 두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찬율 NHN 팀장도 "더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조인선 코치는 이 9단의 초반 실책에 대해 "사람 사이의 대결에서 이렇게 이른 시각에 패착이 나오는 경우는 드문데, 아무래도 너무 강한 인공지능과의 대결이라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기 종료 후 친필 사인 바둑판을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오른쪽)에 선물하는 이세돌 9단. / 오시영 기자
경기 종료 후 친필 사인 바둑판을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오른쪽)에 선물하는 이세돌 9단. / 오시영 기자
이번 패배로 21일 이세돌 9단의 고향 전남 신안에서 진행하는 3국은 2점 접바둑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이세돌 9단은 "1국은 철저히 준비해온 대로, 이기는데 집중했던 경기로, 내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마지막 대국인 3국에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이세돌 스타일 바둑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접바둑으로 맞붙는 점에 대해서는 "중국 절예 등 AI에게는 이기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돌은 (준비를 급하게 하다보니) 접바둑 면에서는 조금 완성이 덜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국 중 행사장을 찾은 가수 김장훈 씨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대국 중 행사장을 찾은 가수 김장훈 씨의 모습. / 오시영 기자
가수 김장훈도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1국에서 이 9단이 이긴 뒤 축하한다고 연락했는데, 전화가 와서 현장에 왔었냐고 물어 거짓말을 했다"며 "이 탓에 원래 신안에 깜짝 방문하려던 일정을 당겨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하는 이 9단에게 "바둑 팬으로서는 아쉽지만 나이를 떠나 친구로서 이세돌 9단이 내린 판단(은퇴)를 존중한다"며 "앞으로 무엇을 하든 머리가 워낙 좋은 사람이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덕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