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中 VR시장 규모 2020년 9조3000억원 이를 것"
스코넥, YJM, 드래곤플라이, 스마일게이트 등 中 공략
고급형 VR 체험관에 맞는 양질 콘텐츠 준비해야
위정현 교수 "건전하고 아기자기한 콘텐츠가 유리"
"中 정부가 추진하는 B2B 사업에도 韓 기업 수요 있어"

중국 정부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2017년 3월부터 막았다. 이후 한 건도 허용하지 않았다. 시장이 열리지 않는 탓에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중국시장 문을 두드리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 판호가 나올 때까지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가상현실(VR) 기술과 함께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업계 관계자 다수에 따르면 VR게임 콘텐츠의 경우,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판호를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중국 가상현실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VR시장은 2020년 9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규모 시장이다.

. / 픽사베이
. / 픽사베이
VR 전문 기업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섰다.

중국 지사를 마련한 이후 현지 VR 하드웨어 업체, 대형 게임센터, 노래방 프랜차이즈, VR 플랫폼, VR 체험관 업체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8년 11월에는 시안시에 플래그십 체험관을 열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로 ‘짝퉁’을 꼽는 경우가 많다. 스코넥도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작 ‘비트세이버 아케이드’의 불법 복제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마구 생겨나 ‘쓴맛’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자체 개발 콘텐츠를 온라인 서버에 연결하는 모델을 도입해 불법 복제 제품에 대응하고 제품 퀄리티를 관리하며 위기를 이겨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VR 방탈출 작품 중 4종. /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VR 방탈출 작품 중 4종. /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코넥은 2019년까지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묶어 판매했으나, 하드웨어 관리, 사후 관리(AS) 등에 어려움을 겪어 2020년부터는 콘텐츠에 집중할 예정이다. 2019년 광동지역 하드웨어 업체와 대리 판매 계약을 맺고 유통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회사는 2020년 전략 콘텐츠로 ‘방탈출 VR’을 꼽았다. 2019년에 100여개 VR체험관에 보급해 시장점검을 마쳤다. 스코넥 측은 "방탈출 VR의 경우 중국산 제품과 확실히 차별화한 콘텐츠로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스코넥 측은 또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에도 중국에 구축한 협력망을 활용해 교육, 전시, 문화 등 B2B 영역 개발도 주력할 예정"이라며 "실제로 최근 중국 국영기업과 화학안전, 교통안전 교육VR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이멀스의 VR게임 ‘마이타운 스카이폴’, ‘마이타운 좀비’ 이미지. / 와이제이엠게임즈 제공
원이멀스의 VR게임 ‘마이타운 스카이폴’, ‘마이타운 좀비’ 이미지. / 와이제이엠게임즈 제공
IT부품, 실감콘텐츠, 모바일게임을 다루는 기업 와이제이엠게임즈는 관계사 원이멀스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원이멀스는 세계 10개국 200개쯤 스테이션에 자체 개발한 VR게임 10종을 서비스하는 VR게임 개발·공급사다. 대표 VR게임으로는 ‘디저트 슬라이스’, ‘마이타운 좀비’, ‘마이타운 스카이폴’. ‘마이타운 다이어트 스매시’ 등이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8월, 마카오에 있는 VR테마파크 ‘레전드 히어로즈 파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고소 공포 VR게임 ‘마이타운 스카이폴’을 공급한다. 원이멀스는 테마파크에 어트랙션 시설을 설치해 방문객이 이 게임을 생동감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12월에는 베이징러커 VR테크놀러지 손잡고 현지에 VR게임 콘텐츠 ‘마이타운 좀비’와 ‘로디안 카르마’를 공급하기로 했다.

와이제이엠게임즈 한 관계자는 "러커VR은 2015년에 설립한 중국 VR콘텐츠 기업으로 세계 50개국 7000개쯤 VR스테이션에 600개 게임을 공급한다"며 "앞으로 이 회사는 물론, 다양한 파트너와 손잡고 자체 개발 VR게임을 추가 공급하고 중국 VR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스페셜포스 VR 인베이전’ 게임 플레이 영상. / 드래곤플라이 유튜브 채널

드래곤플라이는 중국의 유명 독립형 가상현실 헤드셋(VR HMD) 제조·VR 플랫폼 기업인 피코인터랙티브와 손잡고 ‘스페셜포스 VR 인베이전’을 2019년 12월 26일 선보였다. 피코는 2020년 이 게임의 e스포츠 대회도 열 계획이다.

회사 측은 "2020년에 피코의 최신 6DOF(위치 인식) 기기로도 이 게임을 출시해 중국 VR 시장에서 유력 타이틀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인찬 드래곤플라이 대표이사는 "향후 VR기기 시장에서 스탠드얼론 VR 헤드셋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본다"며 "해당 기기 탑재를 목표로 제작한 스페셜포스 VR 인베이전을 출시해 중국 전역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대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피코와 협력을 강화하고 우수한 게임을 계속 출시해서 드래곤플라이가 2020년에는 중국 VR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포커스 온 유’ 소개 영상. /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 유튜브 채널

스마일게이트는 VR 연애 시뮬레이션게임 ‘포커스온 유’와 VR 액션게임 ‘로건’을 스팀에 글로벌 원빌드로 서비스한다. 중국어 번체, 간체를 모두 지원한다.

스마일게이트 한 관계자는 "아직 세계적으로 VR시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 한 국가만 노린다기 보다는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분위기다"라며 "앞으로도 VR게임을 꾸준히 개발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설명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2018년 11월 중국에 개점한 ‘VR 스퀘어’의 모습. /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2018년 11월 중국에 개점한 ‘VR 스퀘어’의 모습. /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
업계에서 바라보는 중국 VR 시장 상황은 어떨까. 김용권 스코넥 중국사업팀 이사는 "중국 VR시장은 2015년에 VR체험관이 2만개 이상 생기면서 폭발적으로 시작·성장했으나, 4D 콘텐츠를 VR로 급조하는 등 콘텐츠의 질적 수준이 따라오지 못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VR체험관은 2016년부터 쇠퇴하기 시작해 그 수가 줄어 2019년 말에는 7000~8000개쯤만 남았다. 김 이사는 "쇠퇴하는 시기에 소규모 VR체험관은 도태되고, 양질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 탓에 최근에는 자금력을 갖춘 중·대형 사업자가 고급형 VR 체험관을 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게임센터, 노래방, 스포츠 등 기존 엔터테인먼트 공간에서 VR을 도입해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외 교육, 관광, 여가 등 분야 VR시장도 급속도로 커지는 추세다. 오큘러스 퀘스트, 화웨이 글라스 등 VR기기의 형태가 변하고 가벼워지면서 이에 맞는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김 이사는 중국 VR시장이 시장을 재편하고, 하드웨어·콘텐츠를 개선하고, 5G를 도입하면서 ‘2세대’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 IT조선 DB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 IT조선 DB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음란하거나 폭력적인 성향이 강한 콘텐츠는 중국에서 차단당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은 건전하고, 아기자기한 콘텐츠로 공략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 현지 기업도 정부에 잘보이기 위해 이런 콘텐츠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위 학회장은 "세계 추세와 마찬가지로 중국 VR B2C 시장이 아직 제대로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이 탓에 아무리 판호 없이 진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 시장만을 바라보고 대박을 터뜨리기를 바라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위 학회장은 B2B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 수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 VR의 경우 최근 엔터테인먼트보다도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 흐름에 맞춰 문화재를 VR로 복원하는 등 지방 정부에 예산을 많이 쓰고 있다"며 "실제로 현지 관련 사업자를 만나보면, 아트·기술이 좋은 한국 기업이 들어오길 바라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사업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일회성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키즈 VR 콘텐츠 개발·공급하는 정휘영 브래니 대표는 "중국에서도 VR 콘텐츠를 잘 만드는 기업은 정말 잘 만들기 때문에 한국 기업도 퀄리티를 높이고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