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건강관리(health care)에 적용해 혁신을 일으키는 사례가 연이어 보고된다. 과연 AI는 가까운 장래에 건강관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수 있을까? 아니면, 인공지능의 지난 역사처럼 과장(hype)과 환멸(disillusionment)의 과정이 반복될 것인가?

미국 의학학술원(National Academy of Medicine)은 최근 ‘건강관리에서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in Health Car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는 관련 내용을 종합 정리해 개발자, 임상종사자, 환자, 규제 및 정책기관 등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문서는 인공지능 기본개념, 인공지능이 건강관리에 가져올 혁신 현황과 전망, 권고 등을 담았다. 부제 ‘희망, 과장, 약속 및 위험(The Hope, the Hype, the Promise, and the Peril)’에서 나타난 것처럼 내용들이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기술됐다.

이 문서를 참고로 가까운 장래에 AI가 활발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강관리 분야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AI는 환자 본인이 심장질환, 당뇨, 우울증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는 AI와 함께 약물치료, 식습관, 운동 등 활동을 대화행위자(conversational agent), 건강 모니터링, 위험예측 도구 등을 활용해 관리할 수 있다. 대화행위자는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및 이해를 통해 양방향 대화가 가능한 애플 ‘시리’, 아마존 ‘알렉사’ 등 사례가 있다. 영상이 결합된 내재된 대화행위자(embodied conversational agent)도 있다.

AI는 현재 우울증, 금연, 천식, 당뇨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앞으로는 증상을 진단하고 관찰 결과를 전달하며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행동을 제안하는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음성과 영상인식 기술을 이용해 감정을 인식하면 그 효과는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현재 보편화되는 웨어러블 기기와 모바일 건강관리 앱 데이터 수집 능력이 더해지면 더 나은 건강관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기준 미국 성인의 33%는 웨어러블 장비를 사용한다. 48%는 모바일 건강관리 앱을 쓰고 있다.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카메라 등 휴대폰과 웨어러블에 탑재된 장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AI 기술로 처리해 개인 행동양식과 건강 현황을 도출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적기 맞춤형 개입(JITAI, Just in time adaptive intervention)’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한 흐름이다. 기분, 혈압, 불안 등 신체 내부 상황과 위치, 지역, 활동 등 외부 상황을 인지하고 이에 따른 제안을 환자와 임상의에게 적시에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AI는 치매 등 인지장애를 가진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1600만명이 인지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인구의 9%가 치매로 고생하는데 2050년에는 그 비율이 두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가족, 지인 등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관리체계로는 이러한 급속한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인공지능과 결합된 스마트 모니터링과 로봇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한다면 개인의 자립이 향상되고 요양시설이 아닌 집에서도 필요한 관리를 받을수 있다.

파로(PARO), 카보찬(Kabochan), 페페르(PePeRe) 등의 소셜로봇은 인지장애 환자들에게 동료감(companionship)과 자극을 제공하여 불안을 감소시킨다. 예를 들어, 병원과 요양원의 치매환자 대상 실험에서 아기 물개 모습 파로는 환자에게 안정감을 줘 환자의 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관찰되었다.

AI는 또 임상 치료의 획기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개인 건강에 관련된 데이터는 건강기록 외에도 웨어러블 기기, 소셜미디어, 공공의료정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된다. AI는 이렇게 다양한 정보를 가공해 질병 예방 및 조기 발견, 위험 진단, 치료 등 임상과정 전체에 혁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학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진단은 이미 여러 사례가 있다. 현재 AI로 흑생종이 양성 또는 음성인지를 판단하고, 망막병증(retinopathy)을 진단한다. 무릎 연골 병변을 판단할 수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은 방사선의학과, 피부과, 심장외과 등에서 의사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AI는 수술에도 사용된다. 환자의 다양한 위험요인, 해부학적 정보, 병력 등 정보를 종합해 수술 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 내릴수 있도록 지원한다. 뇌전증 환자 수술효과를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AI는 수술결과 예측뿐 아니라 수술중 위험을 줄여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데 사용된다. 방사선 등 영향으로 위험한 환경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이용한 원격수술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환자의 맞춤형 관리와 치료에서도 AI 역할이 기대된다. 화학요법을 통한 암치료에서 주사량과 그 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후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노력이 진행된다. 또 전자의료기록을 자연어 처리로 이해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대장내시경 주기를 결정하는 사례도 있다.

여러가지 치료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는 임상적 평형(clinical equipoise)에서도 AI는 활용될 수 있다. 환자 병력과 치료 정보를 기계학습 등 방법으로 분석해 그 효과를 예측하고 치료법을 제안할 수 있다.

AI 기술 발전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 효과와 비용 개선, 공중보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매우 드문 기회이다. 다만 모든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 그 효과를 객관적이고 균형있게 판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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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싸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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