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롤파크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베이드 아트’ 전시회
전시회에 참여한 최미경 작가, 문현철 큐레이터 인터뷰
"게임계 예술성 발전하려면 열린 태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배경 상황을 떠나서 ‘게임은 예술이다’라는 구호에 자연스럽게 동의합니다. 게임 하나를 만들 때 들어가는 아트워크, 세계관, 이야기 등 전부 예술 분야와 본질 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미경 작가)
"게임 일러스트만 봐도 예술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기존에는 예술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을 뿐, 이를 어떤 식으로 소개하고 풀어내느냐에 따라 이미 충분히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현철 큐레이터)

최미경 작가(왼쪽), 문현철 큐레이터(오른쪽)이 광화문 롤파크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베이드 아트’ 전시회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시영 기자
최미경 작가(왼쪽), 문현철 큐레이터(오른쪽)이 광화문 롤파크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베이드 아트’ 전시회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시영 기자
15년 차 아티스트 최미경 작가와 문현철 큐레이터는 ‘게임은 예술이다’라는 구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게임은 이미 훌륭한 예술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문현철 큐레이터는 "게임은 패션 등 문화 콘텐츠로 확대되는 추세다"며 "세계적으로 이제 게임은 그저 한 장르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베이드 아트’ 전시회에 참여했다. 이 전시회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출시 10주년을 맞아 라이엇게임즈가 국내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10팀과 손잡고 진행한다.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19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최미경 작가는 ‘센 언니’·‘걸크러시’ 등 매력을 뽐내는 가상 걸그룹 ‘K/DA’를 서정적이고 차분한 소녀감성을 담은 자신의 화풍으로 풀어냈다. 작품에서는 각 캐릭터를 상징하는 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평소 ‘여성’과 ‘식물’이 자주 등장하는 작가의 화풍을 반영한 것이다. 최 작가는 "작품 속 식물은 인물 대신 그의 이야기와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소녀감성 여성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최미경 작가의 ‘현실과 환상사이’ 중 한 작품.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는 가상 걸그룹 ‘KDA’를 소녀감성으로 풀어냈다. 작품에 있는 꽃은 KDA캐릭터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 오시영 기자
소녀감성 여성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최미경 작가의 ‘현실과 환상사이’ 중 한 작품.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는 가상 걸그룹 ‘KDA’를 소녀감성으로 풀어냈다. 작품에 있는 꽃은 KDA캐릭터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 오시영 기자
‘현실과 환상 사이’라는 제목은 K/DA의 멤버 ‘카이사’의 "환상과 현실 사이에는 ‘꿈’이라는 세계가 있고,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우린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에서 영감받아 지었다.

최 작가는 "이 작품에서 ‘현실’은 챔피언의 이야기에 드러난 아픔 같은 부분으로, 배경에 드러나 있다"며 "‘K/DA’라는 ‘환상’의 이야기가 현실적인 아픔을 깬다는 느낌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아리의 경우, ‘현실’은 아이오니아의 눈 덮인 숲에 버려졌던 이야기다.

최미경 작가는 "게임을 직접 즐기지는 않지만, K/DA 뮤비가 나왔을 때 인상 깊게 봤다"며 "뮤직비디오, 음악 퀄리티가 높아 자주 감상했는데, 이번에 K/DA를 주제로 작업하게 되어 보람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프닝 행사에 참여해 방문객 반응을 직접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문현철 큐레이터와 최미경 작가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문현철 큐레이터와 최미경 작가의 모습. / 오시영 기자
그래픽 디자이너 경력도 있는 문현철 큐레이터는 각종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한다. ‘스튜디오 바이 문’이라는 전시기획사를 운영한다. 그는 "순수미술도 좋지만, 브랜드와 미술을 연결하거나 상업적으로도 소화할 수 있는 전시회를 주로 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도슨트 프로그램’에서는 방문객과 직접 만나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는 "큐레이터는 전시회의 작가 작품이나 기획자 의도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문현철 큐레이터는 이번 게임을 소재로 한 ‘롤 인베이드 아트’ 전시가 색다른 경험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시장이 아니라 경기장과 통로 같은 상업 공간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도전이었지만, 실제로 잘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문현철 큐레이터는 전시장에서 방문객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 오시영 기자
문현철 큐레이터는 전시장에서 방문객과 직접 소통하며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 오시영 기자
현장을 찾는 방문객 성향도 색달랐다고 한다. 그는 "게임 이용자는 게임 관련 사전지식에 비춰 전시를 감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작가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는 일반 전시회 방문객과 달리, 이번 전시회 방문객은 자신이 아는 챔피언의 특성을 어떻게 변용·변주해 표현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게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방문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전시를 시작하기 전에 게임 관련 공부를 많이 했다"며 "작가 10팀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작품을 방문객에 생생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문현철 큐레이터와 최미경 작가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문현철 큐레이터와 최미경 작가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최미경 작가, 문현철 큐레이터는 전시회를 주최한 라이엇게임즈와 일하는 것이 수월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미경 작가는 "라이엇게임즈는 원래 예술·문화 분야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기도 하고, 특히 담당자가 그림·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소통이 원활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문현철 큐레이터는 "라이엇게임즈 주도로 10명이나 되는 아티스트를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과 협업해 하는 다른 전시에 비해서는 준비 기간이 6~7개월로 다소 긴 경향이 있어 다음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다면 이 부분을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주제를 정하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작업 방향이나, 참여 여부 등이 결정된 바가 없어서 영감이 떠올라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현철 큐레이터는 전시회를 염두에 두는 게임 기업에 조언을 건넸다. 그는 "아티스트와 협업을 고려한다면 브랜드·클라이언트의 기획 의도는 물론 아티스트의 생각과 자율성, 의도를 가급적 잘 살리는 방향으로 전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클라이언트와 아티스트 사이에서 적당한 조율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미경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다. / 오시영 기자
최미경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다. / 오시영 기자
두 사람은 게임이 예술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틀을 깬, 자유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미경 작가는 과거 게임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 원화 스타일을 살려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와 게임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게임 원화는 스타일이 정해져 있는 탓에 점점 ‘이 그림은 게임에 안맞다, 쓸 수 없는 그림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게임 업계는 자유분방하다는 이미지가 있으나, 실제로 일했을 때는 ‘게임 일러스트’라는 틀에 갇혀 예술적인 확장이 가로막히는 느낌이 있었다"며 "게임 이용자는 새 느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으니, 게임 업계에서 도전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미경 작가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최미경 작가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문현철 큐레이터는 "게임 이용자 또한 새 게임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게임이 예술적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미경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전시뿐 아니라 이용자를 위한 선물, 이벤트 등을 만나볼 수 있으니 오셔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림 외에도 앞으로 K/DA같이 음악적인 시도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현철 큐레이터는 "방문객과 독자분들 모두 오늘도 내일도,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겠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작품 앞에 선 최미경 작가와 문현철 큐레이터. / 오시영 기자
작품 앞에 선 최미경 작가와 문현철 큐레이터. / 오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