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의 기업가치가 5G 상용화 후 뚝 떨어졌다. 설비투자비(CAPEX)·마케팅비 증가에 따른 실적 부진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5G 통신장비·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의 가치는 크게 올랐다. 이통사에 5G 장비를 공급하는 대기업과 협업으로 한국 및 글로벌 통신시장에 납품하는 제품이 늘며 수혜자로 올라섰다.

27일 한국거래소(KRX) 통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시가총액은 31조9333억원(1월 23일 기준)이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 한 2019년 4월 3일 시가총액(33조1155억원) 대비 1조1822억원 줄었다. 감소율은 3.6%다.

SK텔레콤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19조1367억원으로 5G 상용화일 대비 2.5% 줄었다. KT는 6조815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7%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5조9816억원으로 동기 대비 가장 큰 6.8%의 감소율을 보였다.

케이엠더블유(KMW), 에이스테크, 오이솔루션, RFHIC, 서진시스템은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글로벌 장비사에 통신장비·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이다. 이들의 최근 시가총액 합계는 4조6321억원으로 2019년 4월 3일(2조185억원) 대비 2조6136억원 늘었다.

기업별로는 KMW의 시가총액이 상용화일 대비 317.1% 증가한 2조3932억원을 기록했다. 오이솔루션이 168.3% 증가한 5275억원, 에이스테크가 83.4% 늘어난 3758억원, 서진시스템은 38.4% 증가한 5512억원, RFHIC는 21.6% 늘어난 7844억원이다.

이통3사 및 국내 주요 통신장비·부품 기업 일별 시가총액. / IT조선 DB
이통3사 및 국내 주요 통신장비·부품 기업 일별 시가총액. / IT조선 DB
이통3사의 주가는 5G 상용화를 한창 준비했던 2019년부터 지속 하락 중이다. 특히 KT 주가는 21일 장중 최저 2만6050원을 기록했다. 2016년 1월 20일 이후 최저가다.

이통3사의 2019년 3분기 합산 매출은 14조191억원, 영업이익은 7705억원이다. 2018년 3분기 대비 매출은 6.8% 늘었고, 영업이익은 14.6% 줄었다. 5G 가입자 증가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필요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고, 5G 기지국 구축 등 설비 투자를 늘린 탓이다.

이통3사는 2019년에만 5G 설비투자(CAPEX)에 9조원 가까운 비용을 쓴 것으로 예측된다. 마케팅비도 8조원쯤 들였다. 그러면서 5G 상용화 이후 8개월간 VR, AR, 클라우드 등 다양한 5G 서비스를 쏟아냈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거나 5G하면 떠오르는 최적화된 서비스는 아직 발굴하지 못했다. LTE 네트워크 환경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통3사가 각각 내놓은 5G 클라우드 게임도 구색은 갖췄지만 게임팬의 눈길을 끌만한 대작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5G 스마트조선·스마트팩토리·스마트항만 등 기업간 거래(B2B) 사업이 본격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반의 기존 B2C 시장을 넘어 향후 융합서비스 B2B 신시장이 창출되면 5G 시장 전반이 확대되고, 이통사뿐 아니라 모든 시장 참여주체에게 성장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주가는 2020년부터 본격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KT의 연결 기준 2020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3854억원, 7433억원, 1조3051억원으로 각각 12.3%, 14.2%, 8.9%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통신 장비업체의 올해 기업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5G 투자가 본격화돼 성장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노키아 등 주요 기업에 핵심 설비를 공급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만큼 당분간 실적 개선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