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북미와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시장 입지강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북미지역은 웹툰 서비스 인기를 기반으로 콘텐츠 서비스 지역 확대와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라인-야후재팬 합병을 계기로 소프트뱅크와 글로벌 사업 협력도 본격화한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과 라인 등 주요 자회사 마케팅 비용과 투자 확대 여파는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네이버 목표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네이버 제공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네이버 제공
"네이버에게 중요한 시장 북미·일본"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0일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집행된 투자 금액은 총 7000억원이다"라며 "중국과 동남아, 북미 등에 각각 1000억원 규모의 해외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사업진출 기회를 모색하려 해외투자 비중을 많이 늘렸다"며 "올해도 해외 신사업 투자에 약 5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네이버가 주목하는 시장은 일본이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손자회사 야후재팬 간 통합이 올해 말 예정돼 있다. 이를 계기로 소프트뱅크와 기술, 투자 등 다각도로 협력한다.

박 CFO는 "일본은 중요한 시장이다"라며 "세계 최대 펀드를 운영하는 소프트뱅크 자본력과 인프라에 네이버 기술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도 관심지역이다. 네이버웹툰과 네이버밴드가 인기를 끌면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여기에 힘을 더 싣는다는 목표다.

네이버웹툰은 북미지역에서만 월간이용자수(MAU) 10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충성 이용자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 놓고보면 네이버웹툰 이용자 수는 6000만명에 달한다. 북미지역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말에는 프랑스도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미국 이용자 75%는 Z세대(만 24세 이하)로 미국 장기 성장의 탄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며 "북미 거래액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전체 거래액도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네이버밴드와 관련해 "미국 현지에서 방과후 활동과 교회모임 등 소규모 그룹활동에 많이 사용되면서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분기 네이버 실적./ 네이버 제공
지난해 4분기 네이버 실적./ 네이버 제공
투자 서비스 확대 늘어나자 영업익 ‘주춤’

네이버는 올해 국내 사업 중에서는 금융과 쇼핑에 집중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설립한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테크핀(Techfin) 서비스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상반기 중 네이버통장을 선보인다. 네이버 아이디 하나로 계좌를 만들거나 증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인증서비스도 도입한다. 네이버는 쇼핑 신규 서비스로 브랜드스토어를 출시한다. 대형 브랜드사가 네이버쇼핑 내에 제품 홍보와 판매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 전시공간이다. 네이버는 브랜드사에게 매출과 이용자 유입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툴도 제공한다.

네이버는 올해 수익성을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라인과 네이버파이낸셜 등 자회사에 쏟아부은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박 CFO는 "사업 확대와 인력충원,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적자를 기록할 것이다"라며 "올해는 이용자들이 네이버금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간으로 삼고 가벼운 상품부터 출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라인은 네이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간 라인페이의 일본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억원 규모 마케팅 비용을 지원한 것이 독이 됐다.

지난해 4분기 네이버 영업익은 시장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으로 각각 1734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7% 감소했다. 라인도 29일 밝힌 실적에서 지난해 약 5060억원 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라인페이 서비스 개발과 마케팅 비용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올해 하반기 이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점쳐진다. 라인과 야후재팬 통합으로 네이버와 라인 간 재무구조가 분리되면서다. 라인 손실이 네이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앞으로도 국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잘 살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