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껐으면 ‘안전책’보다 ‘진흥책’이 나와야죠. 그게 산업부죠."

6일 발표한 ESS 화재사고 조사 결과 뒷말이 무성하다. 한국 경제 성장의 획을 그어온 산업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장 해당 업체 반응부터 의외였다. 정부와 코드를 맞춰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야 할 업계다. 그들이 정부 발표 당일 ‘반박’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자료 IT조선 DB 및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IT조선 DB 및 산업통상자원부
이러자 산업통상자원부 역할론이 도마위에 오른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사이에서 정체성을 못 찾는다"고 일갈했다.

모든 산업에 ICT가 접목된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뭉친 스타트업 몫이다. 산업부가 설 자리가 마땅찮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보다는 기존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이게 ‘규제’ 형태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산업 진흥에서 산자부가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ESS산업을 대비해보자. 삼성SDI와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을 리드한다. 하지만 아직은 초창기다. 이 분야 한 전문가는 "우리가 기술적으로 1등이 맞다고 하기엔 이르다"며 "CATL(중국업체)이 제대로 움직이면 바로 추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길이 멀다. 정부와 함께 해야할 일이 산적하다.

지난 2년여를 보자. 2017년 ESS사고 발발 후 2018년 11월 조사단을 꾸렸다. 수차례 미루고 나서야 발표가 이뤄졌다. 이것도 모자라 2차 조사단을 꾸려 6일 발표가 나왔다. 혼란스러운 내용이 많다. 진흥책은 안 보였다. 업계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연혁./자료 산업부 홈페이지 갈무리
산업통상자원부 연혁./자료 산업부 홈페이지 갈무리
민관 고위직을 경험한 업계 대표는 "산업부가 오랜기간 전통 산업을 챙기다보니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 결정과정에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새로운 트렌드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산업부가 함께 해야 할 산업계의 산업부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산업부 업무보고 받는 과정에서 "정부는 산업계 애로사항을 제대로 경청했는지, 소통이 충분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을 산업부는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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