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대화의 문 열려’…SK ‘협력 파트너’ 언급
ITC 조기패소 판결 후 합의 사례 많아 앞으로 양사 움직임 주목
조기패소로 최종 확정시 SK이노 미국 사업 차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 손을 들었다. 최종 확정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SK는 이의제기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합의 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4일(현지시간) 양사간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별론 등의 절차없이 10월 5일까지 ITC의 최종결정만 남게 됐다.

양사 로고 일부(왼쪽)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위)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아래)./자료 각사
양사 로고 일부(왼쪽)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위)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아래)./자료 각사
이번 결정은 LG화학이 지난해 11월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했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소송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하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제재를 내린 것"이라며 "추가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 내렸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이어 "조기패소 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ITC가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SK측에서는 이의절차 의사를 명확히 하는 등 강경대응 입장이지만 합의도출에도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에서 "결정문을 검토한 후, 이의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면서 "LG화학과는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합의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ITC의 ‘조기패소’ 결정 후 합의를 시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측도 ‘SK이노베이션과의 대화의 문을 닫은 적은 없다’며 대화를 요청시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는데 있다"며 "대화 여부는 SK측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사가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은 미국 ITC가 조기패소를 결정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포함해 모두 6건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고, 5월에는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대응한 데 이어 9월에는 미국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LG화학은 특허침해 맞소송을 제기해 ITC는 특허침해 소송도 진행 중이며 델라웨어주 법원은 현재 소송 중지 상태다.

ITC의 조기패소 결정은 이들 6건의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예비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