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만원으로 ‘피카소’의 작품을 살 수 있다면, 예술품에 투자할 것인가? 한국에도 크라우드 펀딩 형태의 ‘예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2018년 10월에 ‘아트투게더’, 2019년 1월에 ‘프로/라타아트(PRO/RATA ART)’등이 각각 탄생했다.
예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예술 작품을 산다. 투자금 비율에 따라 예술 작품의 소유권을 나눠갖는다. 투자금을 모으기 위한 홍보 문구로 ‘예술 시장에서 유명한, 명성 높은 작가의 작품을 산다’는 것을 주로 활용한다.
아트투게더는 ‘피카소를 만원에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2018년 11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 했다. 이들은 피카소의 판화를 사기로 했는데, 이유로 ‘피카소가 좋아하는 서커스를 도상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 ‘해외 경매 시장에서 판화 작품 가격이 상승세라는 점’, ‘예술시장에서의 피카소의 위치가 매우 높다는 점’을 들었다.
정말 피카소의 판화는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을까? 파블로 피카소라는 작가의 유명세가 투자의 정당성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피카소는 약 5만점의 예술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 중 정확한 작품 수가 알려진 것은 회화와 조각, 도자 작품 뿐이다. 드로잉, 판화 작품 수는 대략적으로만 알려진다. 그렇기에 피카소의 예술 작품 중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회화뿐이다. 드로잉, 판화 작품은 개수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만큼 진위여부도 불분명하다.
예술시장 데이터 수집·분석 기관인 아트프라이스(artprice.com)에 따르면 세계 경매회사에서 매년 거래되는 피카소의 예술 작품의 수는 3000점 전후다. 낙찰률도 80% 전후다. 피카소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거래 성사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그 유명한 피카소의 예술 작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시장에서 작품이 판매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예술품 공동구매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투자 의사결정 시 심미적 측면만 고려하고 정작 투자 자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예술품의 진위 여부, 투자 자산의 유동성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물론, 신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투명하고 검증 가능성이 높은 분석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두번째로 단일 작품에만 투자하면 분산투자 및 위험 관리를 할 수 없다는 문제다. 투자의 기본 원칙은 분산투자다. 한국 예술품 공동구매는 단일 작품을 사려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형태로 분산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보유자산의 포지션을 조정하며 위험을 관리한다. 이 때 투자자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하나로만 구성됐다면, 상황 변화로 일어나는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다.
예술 작품 하나에만 크라우드 펀딩 투자한 투자자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작품이 위작이 아니기를, 앞으로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뿐이다.
한국에도 예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항상 있었다. 하지만, 여기 뛰어든 많은 기관들이 5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숱한 실패사례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국 내 예술품 투자의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지금, 투자 자산을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예술품 투자는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다.
한국 예술품 투자, 아트파이낸스 시장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리서치를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한 예술품 투자’가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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