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원격지원 서비스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알서포트에서 근무한다. 알서포트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1월 28일부터 원격제어 ‘리모트뷰’와 화상회의 ‘리모트미팅’ 등 재택근무 서비스 2종을 일반 기업과 단체를 대상으로 무상 제공하고 있다. 재해·재난이 익숙치 않은 국내 기업에 업무연속성계획(BCP) 대책이 부족할 것이란 판단에서 선제적 제공을 결정했다.
사실 알서포트는 원격지원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재택근무는 실시해 봤지만 전사적 재택근무 경험은 없다. 전사적으로 재택근무를 해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기업이 그렇듯 알서포트도 설마설마 하는 마음에 재택근무를 결정하지 못했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했다.
하지만 2월 23일 국가 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월 24일부터 대기업을 비롯해 IT인프라가 탄탄한 기업 중심으로 재택근무 체제 전환을 실행했다.
이에 우리는 긴급 회의를 진행했고 서비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전사 재택근무를 전격 결정했다.
이는 사내 임직원 감염 예방과 건강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자사 서비스를 이용해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에 지속적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전사적 재택근무는 새로운 업무 방식 시험대 위에서 직접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재택근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만큼 업무 도구 부족함이나 커뮤니케이션상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진작부터 활용하던 원격제어, 화상회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이메일, 메신저를 통해 사무실에서 업무 보는 것과 별 차이없이 재택근무가 진행 중이다. 2주차에 들면서 재택근무를 낯설어 하던 직원들도 적응을 완료하고 재택근무를 칭송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3가지 장점과 단점을 꼽을 수 있게 됐다. 우선 장점은 ▲낭비되는 시간과 비용 절감 ▲계획된 일정에 따른 효율적 업무 진행 ▲일과 삶의 균형 잡힌 생활 가능이다. 단점은 ▲가족이 업무 중인 것을 잘 알아주지 않는다 ▲독립 공간이 없다면 방해요소가 많다 ▲쉬는 시간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장점이 측정 가능한 성과적 측면이라면 단점은 측정이 어려운 정서적인 측면이 커 보인다. 또 1인 가구와 자녀가 있는 기혼 가구 간 차이가 분명하다. 1인 가구의 경우는 단점 중 3번인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단점을 찾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반면 자녀를 둔 가정은 재택근무가 낯선 모습이다 보니 가족들 간섭과 방해가 함정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알서포트는 재택근무 중 생산성과 효율성을 보다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3가지의 업무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알서포트의 재택근무 업무 지침]
1일 1회 부서 전체 화상회의 실시 – 근무 중이라는 리마인드와 긴장감 유지
간단한 일일 업무 일지 작성 – 스스로의 일정 조정 및 Goal 설정
부서장(팀장)의 업무 코칭 및 매니징 강화 – 관리 받고 있다는 안도감과 신속한 의사결정
3가지 업무지침처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사무실 근무와 동일한 생산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관리자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물리적 공간이 늘었다고 의사결정이나 업무 진행 또한 늘어나 버린다면, 재택근무는 비효율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선 각 부서장과 팀장이 사무실 근무보다 더 자주 구성원과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 업무 진행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재택근무는 낭비되는 공간과 자원을 지키는 최적의 방법
현재까지 알서포트는 재택근무 적응 중이다. 불편한 점도 어색해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했지만 분명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기회라고 판단된다.
자사의 서비스 유용성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고 결과로 나타내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서포트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 역시 직원과 회사 입장에서 낭비되는 공간과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 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재택근무는 더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데 복지로서 효율로서 공간을 극복하는 도구로서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부산에서 서울로 온라인 출퇴근이 얼마든지 가능한 근무 환경이 될 테니까.
필자는 재택근무가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미 재택근무 효용성을 경험한 기업과 직원이 그 달콤한 맛에 중독됐기를 바란다. 이제 대한민국 근무 방식은 사무실 근무 방식과 재택(원격)근무 방식 2가지로 선택권이 늘어난 문화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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