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집에서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는 이들이 늘었고, 여가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상당하다. 재택 시간 증가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PC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다. PC 업계에서는 때 놓친 신학기 특수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계속되는 핵심 부품 공급 불안정과 환율 상승 여파에 따라 낙관만 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 19로 국내 PC 업계는 기회와 위기의 기로에 섰다. / IT조선
코로나 19로 국내 PC 업계는 기회와 위기의 기로에 섰다. / IT조선
재택 문화 확산으로 재조명받은 가정용 PC

가정용 PC 시장은 고성능 게이밍 PC를 제외하면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었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과 메일 송수신, 온라인 쇼핑, 인터넷 뱅킹,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 등 상당수의 기능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대체함에 따라 PC를 들일 이유가 줄어든 탓이다. 그나마 남은 수요도 이동이 자유로운 노트북(랩톱) 쪽으로 쏠리면서 일반 가정에서의 데스크톱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및 대기가 늘며 PC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화면이 작고 조작계가 단순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 장시간 업무하기 편하고 생산성이 높은 PC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TV와 게임 콘솔용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어 가족간 리모컨 쟁탈전을 펼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PC의 장점 중 하나다.

늘어난 PC 수요의 상당수는 데스크톱 특히 조립PC로 몰린다. 중국에 몰려있는 주요 노트북 제조사의 공장은 한 달 가까이 가동을 멈췄는데, 자연스럽게 조립PC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PC방이 잠시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몇몇 확진자의 동선에 일부 PC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며 이용자 수가 크게 줄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집에서 통제하기 위해 PC를 구매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주춤했던 노트북 판매량도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월만 해도 갤럭시북 ‘플렉스’와 ‘이온’ 등 최신 노트북 제품군의 공급이 지체되며 소비자들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중국 현지 공장들이 가동을 재개하면서 공급 상황이 빠르게 나아지는 중이고, 길었던 국내 대기 수요자의 요구를 빠르게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으로 주춤했던 노트북 판매량도 3월 들어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북 이온(왼쪽)과 갤럭시북 플렉스. / IT조선 DB
공급 부족으로 주춤했던 노트북 판매량도 3월 들어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북 이온(왼쪽)과 갤럭시북 플렉스. / IT조선 DB
여전한 공급 불안정과 급등한 환율로 웃을 수 없는 PC 업계

PC 업계의 표정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중국 공장들이 재가동을 시작했어도 100% 정상화가 된 것이 아닌데다 일부 핵심 부품은 부족한 공급이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PC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PC를 구성하는 기본 부품인 메인보드와 게이밍 PC의 필수품인 그래픽카드의 품귀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등한 환율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1월 초 달러당 1160원대였던 환율은 2월 24일 1219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9일 기준 1202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가 수입에 의존하는 PC 부품의 구매 대금은 국내 하선 시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 및 결제된다. 신학기 특수에 맞춰 사전 발주한 물량이 가장 환율이 높은 시점에 국내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조립PC 업계는 모처럼 살아난 소비자들의 PC 구매 수요가 되려 위축될까 우려한다. 한 용산 PC 업계 관계자는 "2월 말부터 소비자들의 PC 구매가 체감될 정도로 늘어났고, 중국 현지 공장들도 하나둘 재가동하면서 공급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 원가가 크게 오른 상태"라며 "현재 PC 부품들의 가격은 공급 불안정의 여파로 이미 한 차례 오른 상태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추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하고 싶어도, 모처럼 살아나는 PC 구매 수요에 찬물을 끼얹을까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