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의 글 쓰기 지침서 《문장강화》(文章講話) 중에서 골랐습니다. 필사의 최종 목적은 나의 글을 쓰기 위한 훈련일 것입니다. 오래 전 나온 책이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는 이만한 책이 아직 없습니다.

《문장강화》는 그 내용도 그렇지만 글 자체로 문장의 깊은 맛을 음미하기 좋습니다.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세요. /편집자 주

1949년에 박문출판사(博文出版社)에서 보완·교정해서 발간한 《증정 문장강화(增訂文章講話)》의 표지들.
1949년에 박문출판사(博文出版社)에서 보완·교정해서 발간한 《증정 문장강화(增訂文章講話)》의 표지들.
문장강화 ② 제재(題材)에 대하여 (낱말풀이 제외한 글자 수 864, 공백 제외 657)

붓을 들기는 쉽다. 그러나 ‘무엇을 쓰나?’에서 막연해진다.
어느 영문학자는 ‘무엇을 쓸까’라는 제목에서 "쓸 것이 생각나지 않으면 꿈꾼 것을 적으라" 하였다. 지난밤에 꾼 것이든지 며칠 전에 꾼 것이든지 아무튼 자기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을 생각해가며 적어보라 하였다. 물론 꿈은 아무리 똑똑한 것이라도 현실에 비기면 흐리다. 기억만이 흐릴 뿐 아니라 사건도 대체로 허황하다. 그것을 선후를 가려서 남이 알아보도록 적기는 현실에서 체험한 일을 적기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쓰나’ 하고 막연해하는 이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말이다. ‘꿈을 적어라’ 하는 말을 고지식하게 그대로 받아들여 꿈을 적어보는 것도 좋으나, 그보다도 흐리멍덩한 꿈 속에서 쓸 것을 찾노라고 애를 쓰다가는 필경 ‘기억이 똑똑한 일이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 생각나지 않는 꿈에서리요’ 하고 스스로 재료를 현실에 돌아와 찾는 그 깨달음을 주는 데 이 말의 본의가 있는가 한다.
글이 될 만한 재료는 꿈에 비기어 현실에는 무진장이다.
현실, 인생과 자연, 그 속에서 제재(題材; 이야기의 재료)를 찾는 데는 먼저 자기의 태도다. 염세적인 우울한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암담한 제재만 띌 것이요, 몽상적인 낙천의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명랑한 제재만 띌 것이다. 자기의 철학적인 지반이 확호부동(確乎不動; 확고부동)하게 닦아진 후에는 자기의 인생관이나 자연관에서 주저할 것이 없을 것이나, 아직 그 이전에 있는 사람으로는 제재를 명, 암의 양극단으로 치우쳐서 취해서는 안 된다. 슬픔도 너무 크면 울음이 나오지 않는다. 기쁨도 너무 크면 말이 막힌다. 심각한 것일수록 첫 솜씨엔 부적당하다.
제재는 진기해야만 쓰는 것은 아니다. 뉴스재료와는 다르다. 아무리 평범한 데서라도 자기의 촉각으로 느끼기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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