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의 글 쓰기 지침서 《문장강화》(文章講話) 중에서 골랐습니다. 필사의 최종 목적은 나의 글을 쓰기 위한 훈련일 것입니다. 오래 전 나온 책이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는 이만한 책이 아직 없습니다.

《문장강화》는 그 내용도 그렇지만 글 자체로 문장의 깊은 맛을 음미하기 좋습니다.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세요. /편집자 주

이태준이 1933~46년 사이 살면서 많은 작품을 쓴 집. 당호를 ‘수연산방(壽硯山房)’이라 하고, 생전에 왕십리 목수들을 고용해 기와며 기둥이며 자재를 일부러 이북에서 옮겨다가 지었을 만큼 많은 애착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1999년부터는 상허의 외종손뻘 되는 후손이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성북동 소재.
이태준이 1933~46년 사이 살면서 많은 작품을 쓴 집. 당호를 ‘수연산방(壽硯山房)’이라 하고, 생전에 왕십리 목수들을 고용해 기와며 기둥이며 자재를 일부러 이북에서 옮겨다가 지었을 만큼 많은 애착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1999년부터는 상허의 외종손뻘 되는 후손이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성북동 소재.
문장강화 ③ 서두(書頭)에 대하여
(낱말풀이 제외한 글자 수 906 / 공백 제외 685)

김황원(金黃元; 고려시대의 문신이자 시인)이가 대동강에서
"장성일면용용수(長城一面溶溶水; 긴 성의 한쪽엔 넘실대며 흐르는 강물)
대야동두점점산(大野東頭點點山; 넓은 벌판 동쪽 끝엔 점점이 산)"
을 짓고는 다음 구가 나오지 않아 붓을 꺾었다는 말이 있다. 첫 한 구에서 할 말을 다 해버린 까닭이다.

더욱 산문에선 첫머리 몇 줄, 몇 줄이라기보다 제1행의 글, 다시 1행이라기보다 첫 한 마디, 그것을 잘 놓고 못 놓는 것이 그 글의 순역(順逆), 길흉(吉凶)을 좌우하는 수가 많다.

너무 덤비지 말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 것이다. 기(奇)히 하려 하지 말고 평범하려 하면 된다.
화가 고흐는 화포(畵布) 위에 ‘무엇’이 깃들기 전에는 채필(彩筆; 색을 칠하는 붓)을 들지 않는다 하였다. 종이 위에 쓰려는 것이 확실히 깃들기 전에는 붓을 들지 말 것이다. 쓰려는 요령만 눈에 보인다고 덥석 쓰기 시작하면 중요한 부분이 첫 몇 줄에서 다 없어져버린다. 용두사미가 된다. 능히 문제(文題)부터 써놓을 수 있도록 글의 전경(全景)을 빈 종이 위에 느끼고, 그리고 첫머리를 잡을 것이다. 마음속에 그 글의 전경을 느끼기 전에 붓을 들면 머리가 안 나오고 중간부터 불거지기 쉽다.

소설 이외의 글은 흔히 일인칭이다. 그러므로 무슨 소감이든 말하는 주인은 ‘나’다. 이 일인칭 명사 ‘나’를 첫말로 쓰는 것도 평이한 한 서두법(書頭法)이 되리라 생각한다.
실례로 보더라도 ‘나’에서 시작한 글이 상당히 많고 또 말이 순탄하게 풀려 내려간다.
(중략)
그러나 ‘나’라고 꼭 박아야 ‘나’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워낙 성미가 게을러서 문밖에 나가기를 즐겨하지 않는데다가 근년에는 몹시 추위를 타기 때문에…" [양주동 씨의 <노변잡기(爐邊雜記)>의 서두]
이 글에서는 ‘나’가 없어도 역시 ‘나’로 시작된 글이다.

그런데 이 ‘나’에 구속을 받아서는 안 된다. 벌써 구속을 느낄 만한 정도면 이런 ABC식 강의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 하루천자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매일매일 두뇌운동! 내가 쓴 하루천자 기록에 남기는 방법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