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대기업 가운데 처음 전사적 재택근무를 실시중이다. 정광용 SK텔레콤 스포츠comm팀 매니저의 하루를 그의 시각으로 소개한다.

D-1, 나에게도 재택근무할 날이 오는구나

평일에 재택근무를 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회사로부터 재택근무 하라는 소식을 들으니 반갑기도 또 두렵기도 했다. 빠르게 치고 가야하는 업무, 대면보고가 필요한 업무 등은 어쩌나 시작부터 걱정을 하며 선잠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08:00 기상, 집에서도 ‘출근’은 해야 한다

14개월된 사랑스러운 아들의 깔깔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아내와 아들에게 입을 맞추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 시간이 50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덕분에 아침에 여유 있게 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이유식과 디저트를 먹이고 집안 정리를 할 수 있다.

집에서도 ‘출근’은 해야 한다. 오전에 팀 화상 미팅이 있으니 머리도 감고 옷도 잠옷에서 ‘작업복’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서재방으로 간다. 옷을 갈아입고, 집에서도 나만이 정해둔 공간에서 업무를 시작하는건 일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나만의 전략이다.

10:00 T전화, Teams… 재택근무를 위한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아침 9시면 팀 채팅방이 활성화된다. 날씨 이야기며 아침메뉴 이야기며 밝은 분위기에서 아침을 시작한다. 10시가 되면 ‘T전화 그룹통화’를 통해 업무 진행관련 각 담당자들이 업무내용을 공유한다. 협업/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은 체크하며 비즈니스 파트너 및 관계자분들에게 피드백을 전달한다.

재택근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나에겐 ‘T전화’, ‘팀스’ 그리고 클라우드PC(My desk) 3가지가 있다. 재택근무라고 해도 사무실과 별반 다를 거 없이 일할 수 있다.

T전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T전화 내 그룹통화 기능은 어느새 재택근무의 필수가 되었다. 그 동안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장기화되자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00명까지 한번에 통화가 가능하면서도 맑고 깨끗한 통화품질.. 역시 최고의 통화품질을 자랑하는 SK텔레콤이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건 덤이다.

한숨 돌릴 겸 화장실을 나서는 순간, 아이가 나를 발견하고 아장아장 기어오며 나의 품에 쏘옥 안긴다. 화장실 가는 길 마저 즐겁고 자꾸자꾸 화장실을 가고 싶게 만든다. 재택근무, 이거 이거~ 업무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12:00, 아이를 위한 셰프(Chef)로 변신

점심시간이다. 슈퍼파파의 요리가 시작된다. 평소였으면 직장동료들과 ‘오늘 뭐 먹지?‘를 고민하며 1시간 남짓 수다를 떨며 점심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재택근무시 나에게 주어지는 식사시간은 길어야 10분. 30분은 아기를 위한 코스요리에, 20분은 설거지와 뒷정리를 한다. 1차 이유식, 2차 유기농 우유, 3차 계절과일, 4차 과자타임까지 끝나면 전쟁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14:30, 아이가 잠든 시간, 집중과 몰입

아이가 낮잠에 드는 오후 2시 반,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오후에는 몰입해야 하는 기획업무, 보고서 업무를 진행한다. 5월에 준비중인 SKT OPEN 골프대회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각 담당자들의 자료 취합할 내용이 많다 보니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이용한다.

16:00, 재택근무에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재택근무가 오히려 더 피곤하다는 사람도 있다. 회사에서는 잠시 동료들과 수다를 떨거나 커피 한잔 사오는 등 짧은 리프레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재택근무에서는 잘못하면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기도 한다.

중간에 10분 정도 쉬는 시간은 업무 집중에 도움이 된다. 16시 정도 서재를 나가 10분정도 거실에서 장난감놀이를 하며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점심시간 50분 육아에 대한 보상으로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준다.

집 밖으로 나가 한바퀴 산책을 도는 것도 기획업무에 도움이 된다. 우리 회사만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콘텐츠 기획을 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데, 책상 위에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잠시 걸으며 산책을 할 때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20:00 효율적인 시간 배분, 오늘 업무는 오늘 안에

집에서 업무를 업무 시간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아이 저녁을 해결한 후, 서재로 들어가 잠시 1시간 정도 업무를 본다. 올해 새롭게 ‘스크라이크(SK-Like)’라는 종합스포츠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타기업/스포츠 관련 채널들을 살펴보며 리서치를 한다. 그리고 기촬영된 영상 편집본을 보고 피드백을 남겨 놓는다.

재택근무… 생각보다 할 만하네..?!

재택근무 시작 전에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오히려 사무실에서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지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메일과 전화로 일원화 되며 업무의 히스토리 관리는 더 효율적으로 바뀐 느낌이다.

물론, 제약사항도 존재한다. 얼굴을 보며 상대방의 표정까지 세세히 살펴야 안도가 되는 회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목소리만으로는 상대방의 상태를 짐작하기 어렵다. 업무시간 중간중간 동료들과 수다를 떨지 못하는 것도 애석한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결론은 이것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해왔고, 4차산업 혁명시대에 맞게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 환경은 분명 필요하다는 점.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재택 근무는 단순 새로운 경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의미가 훨씬 더 크지 않을까...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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