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의 글 쓰기 지침서 《문장강화》(文章講話) 중에서 골랐습니다. 필사의 최종 목적은 나의 글을 쓰기 위한 훈련일 것입니다. 오래 전 나온 책이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는 이만한 책이 아직 없습니다.

《문장강화》는 그 내용도 그렇지만 글 자체로 문장의 깊은 맛을 음미하기 좋습니다.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세요. /편집자 주

1946년 월북 직후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태준 사진.
1946년 월북 직후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태준 사진.
문장강화 ⑤ 퇴고(推敲)의 중요성
(낱말풀이 제외한 글자 수 986 / 공백 제외 755)

일필휘지(一筆揮之)니 문불가점(文不加點; 글이 매우 잘되어서 점 하나 더 찍을 곳이 없음)이니 해서 단번에 써내려뜨리는 것을 재주로 여겼으나 그것은 결코 경의를 표할 재주도 아니려니와, 또 단번에 쓰는 것으로 경의를 표할 만한 문장이 결코 나올 수도 없는 것이다.

소동파(蘇東坡)가 <적벽부(赤壁賦)>를 지었을 때 친구가 와 며칠 만에 지었느냐니까 며칠은 무슨 며칠, 지금 단번에 지었노라 하였다. 그러나 동파 밖으로 나간 뒤에 자리 밑이 불쑥한 데를 들쳐보니 여러 날을 두고 고치고 고치고 한 초고(礎稿)가 한 삼태(‘삼태기’의 방언)나 쌓였더란 말이 있거니와 고칠수록 좋아지는 것은 문장의 진리다. 이 진리를 버리거나 숨기는 것은 어리석다.

같은 중국 문호라도 구양수(歐陽修) 같은 이는 퇴고를 공공연하게 자랑삼아 하였다. 초고는 반드시 벽 위에 붙여놓고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읽어보고 고치었다. 그의 명작의 하나인 <취옹정기(醉翁亭記)>를 초할 때 첫머리에서 저주(滁洲)의 풍광을 묘사하는데 첩첩이 둘린 산을 여러 가지로 묘사해보다가 고치고 고치어 나중엔 ‘환저개산야(環滁皆山也; 저주의 주위가 다 산으로 둘러싸였다)’ 다섯 자로 만족하였다는 것은 너무나 널리 전하는 이야기거니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도 톨스토이를 부러워한 것은 그의 재주가 아니라 "그는 얼마나 유유하게 원고를 쓰고 앉았는가!" 하고, 고료에 급(急)하지 않고 얼마든지 퇴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을 부러워한 것이다.

러시아 문장을 가장 아름답게 썼다는 투르게네프는 어느 작품이든지 써서는 곧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책상 속에 넣어두고 석 달에 한 번씩 내어보고 고치었다는 것이요, 고리키도 체호프와 톨스토이에게서 무엇보다 문장이 거칠다는 비평을 받고부터는 어찌 퇴고를 심히 했던지 그의 친구가 "그렇게 자꾸 고치고 줄이다간 ‘어떤 사람이 났다, 사랑했다, 결혼했다, 죽었다’ 네 마디밖에 안 남지 않겠나?" 했단 말도 있다.

아무튼 두 번 고친 글은 한 번 고친 글보다 낫고, 세 번 고친 글은 두 번 고친 글보다 나은 것은 진리다. 고금에 명문장가치고 퇴고에 애쓴 일화가 없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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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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