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직항 기준으로 인천 공항에서 미국 뉴욕의 JFK 공항까지는 14시간, 영국 런던의 히스로 공항까지는 11시간 55분이면 날아갈 수 있다. 보잉 747 기준으로 순항 속도(3만피트 이상 고도)는 시속 912㎞에 달한다. 경부고속도로 최고 주행 속도가 시속 100㎞~110㎞임을 고려하면 9배쯤 빠른 속도다.

항공기 사고 관련 데이터를 조사하는 항공안전네트워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항공 여객기 사고 건은 226건이고, 사망자 수는 4221명이다.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한국 교통사고 건은 608건인 것을 고려하면 적은 수다.

하지만 항공기는 하늘을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사고 발생 시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온전히 조종사의 비행 실력에 생명을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순항 중이던 항공기의 엔진이나 유압계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착륙 중 바퀴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비행기 하나에 탑승한 승객 전원이 사망할 수 있다.

항공기 운항 역사상 최대 사망자를 낸 참사는 1985년 8월 12일 발생한 일본 JAL 123편 사고다.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오사카 이타미 공항으로 향하던 JAL의 보잉 747 기종은 509명의 승객과 15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는데, 정비 불량으로 인한 수직꼬리날개 파손으로 불시착해 승객 4명만 생존한 사고였다. 유압계 고장으로 비행기 조종 자체가 불가능했다.

항공기 상판 금속이 뜯겨 나간 알로하 243편 당시 사진. / 위키피디아 갈무리
항공기 상판 금속이 뜯겨 나간 알로하 243편 당시 사진. / 위키피디아 갈무리
1988년 4월 28일 미 하와이에서 발생한 알로하 243편의 사고는 항공기 기장의 노련한 대응이 없었다면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하와이 힐로 공항에서 호놀룰루 공항으로 비행하던 알로하 243(보잉 737-200)은 2만4000피트 상공에서 비행 중 상판 금속이 뜯겨 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잦은 이착륙으로 인한 금속 피로도 증가가 사고의 원인이었고, 95명의 탑승객 중 승무원 1명이 사망했다.

초음속 비행이 가능했던 콩코드 여객기의 티켓 가격은 일반 항공기 1등석의 4배에 달할 만큼 비쌌다. 평생 한번쯤 타고 싶은 비행기였다. 하지만, 콩코드 여객기는 2000년 7월 25일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에서 이륙 88초만에 발생한 에어프랑스 4590편 사고로 113명의 사상자를 냈고, 안전 문제로 결국 2003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에어프랑스 4590 사고 장면을 재구성한 영상. / 유튜브 갈무리

일반적으로 항공기 엔진 두 개 중 하나가 고장 날 경우, 나머지 엔진 하나로도 어느 정도 비행이 가능하다. 항공기는 남은 엔진의 출력을 자동으로 최대로 끌어올려 실속(stall) 하지 않도록 돕는다. 엔진이 모두 꺼지면 비행 중 고도와 공항까지의 거리 등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지만, 글라이더처럼 자유낙하하는 방식으로 일정 거리까지 활공 비행이 가능하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과 부기장을 비행 실력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하지만,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 볼 문제다. 승객 전원이 운항 중인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맨 채 뛰어내리는 상상을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무작정 탈출할 수도 없고, 활공 중인 항공기가 공중에 떠 있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블라드미르 타타렌코가 고안한 탈부착식 항공기 소개 영상. / 유튜브 갈무리

눈에 띄는 해결법으로는 러시아의 엔지니어 블라드미르 타타렌코가 고안한 탈부착(모듈)식 비행기가 있다. 타타렌코는 2016년 승객이 탑승하는 모듈과 운항에 필요한 모듈을 붙이는 방식의 항공기를 특허 출원했다. 기체 이상 발생 시 승객이 탑승한 모듈이 자동으로 기체에서 떨어져 나온 후 낙하산을 이용해 자유낙하 하는 방식이다. 모듈 하단에 설치한 고무 튜브는 착륙 시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항공기 제조사 중 이 방식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곳은 없지만, 항공기 사고가 많은 탑승객의 생존과 직결된 만큼 도입을 고려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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