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부터 ‘#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1주일에 5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첫 고전으로 대니얼 디포(Daniel Defoe) 의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를 골랐습니다. 재일(在日) 학자 강상중 교수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에 추천한 고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고립상황에서 이 책을 필사하시면 어릴 때 독서와 전혀 다른 독서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2015년작 영화 《마션》(Martian)은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린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국 개봉 때의 포스터(왼쪽)와 화성에서 조난당한 주인공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오른쪽).
2015년작 영화 《마션》(Martian)은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린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국 개봉 때의 포스터(왼쪽)와 화성에서 조난당한 주인공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오른쪽).
로빈슨 크루소 ③ (글자 수 881, 공백 제외 658)

이후 나는 내 한 몸을 지키고 먹여 살리는 일에만 온 정신을 쏟았다. 내 처지를 하늘이 내린 천벌로 생각한다거나 하느님의 손길이 내게 반하고 있다는 사실로 괴로워한 적은 전혀 없었다. 이런 생각은 좀처럼 해본 적이 없었다.

일기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곡식을 재배하게 된 일이 처음에는 내게 다소 영향을 미쳤다. 그 일에 뭔가 기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 동안에는 내게 진지하게 감명을 주었다. 그러나 그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사라지자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그 감명도 서서히 사라졌다.

지진도 그랬다.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사건은 없으며, 그런 일을 유일하게 주재하시는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존재를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최초의 공포감이 사라지자마자 지진으로 인한 충격 역시 깨끗이 사라졌고 곧바로 그럭저럭 행복하게 잘 살던 여느 때처럼, 하느님이니 하느님의 심판이니 하는 것들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하물며 현재의 고통이 하느님의 손길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생각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비참한 죽음이 직접 내 앞에 다가오고 있음이 서서히 인식되고, 격심한 질병의 무게에 마음이 짓눌리기 시작하고, 격렬한 열병 탓에 체력이 고갈되고 나니, 그토록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내 양심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나는 과거의 삶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 삶이 보기 드물 정도로 악했기에 하느님의 천벌을 불러 그토록 가혹한 타격을 입었던 것이고, 그토록 징벌과 같은 방식으로 벌받게 된 것이었다.

이런 반성이 병에 걸린 후 열이 펄펄 나던 이틀 혹은 사흘째 되던 날 격렬한 고통 속에서 내 마음을 짓눌렀다. 그리고 내 양심이 가하는 질책들이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 비슷한 몇 마디 말을 하라고 내게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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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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