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29) 로빈슨 크루소 ③… 각성 혹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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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4.01 05:00
#하루천자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부터 ‘#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1주일에 5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첫 고전으로 대니얼 디포(Daniel Defoe) 의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를 골랐습니다. 재일(在日) 학자 강상중 교수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에 추천한 고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고립상황에서 이 책을 필사하시면 어릴 때 독서와 전혀 다른 독서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2015년작 영화 《마션》(Martian)은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린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국 개봉 때의 포스터(왼쪽)와 화성에서 조난당한 주인공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오른쪽).
로빈슨 크루소 ③ (글자 수 881, 공백 제외 658)

이후 나는 내 한 몸을 지키고 먹여 살리는 일에만 온 정신을 쏟았다. 내 처지를 하늘이 내린 천벌로 생각한다거나 하느님의 손길이 내게 반하고 있다는 사실로 괴로워한 적은 전혀 없었다. 이런 생각은 좀처럼 해본 적이 없었다.

일기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곡식을 재배하게 된 일이 처음에는 내게 다소 영향을 미쳤다. 그 일에 뭔가 기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 동안에는 내게 진지하게 감명을 주었다. 그러나 그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사라지자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그 감명도 서서히 사라졌다.

지진도 그랬다.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사건은 없으며, 그런 일을 유일하게 주재하시는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존재를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최초의 공포감이 사라지자마자 지진으로 인한 충격 역시 깨끗이 사라졌고 곧바로 그럭저럭 행복하게 잘 살던 여느 때처럼, 하느님이니 하느님의 심판이니 하는 것들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하물며 현재의 고통이 하느님의 손길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생각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비참한 죽음이 직접 내 앞에 다가오고 있음이 서서히 인식되고, 격심한 질병의 무게에 마음이 짓눌리기 시작하고, 격렬한 열병 탓에 체력이 고갈되고 나니, 그토록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내 양심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나는 과거의 삶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 삶이 보기 드물 정도로 악했기에 하느님의 천벌을 불러 그토록 가혹한 타격을 입었던 것이고, 그토록 징벌과 같은 방식으로 벌받게 된 것이었다.

이런 반성이 병에 걸린 후 열이 펄펄 나던 이틀 혹은 사흘째 되던 날 격렬한 고통 속에서 내 마음을 짓눌렀다. 그리고 내 양심이 가하는 질책들이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 비슷한 몇 마디 말을 하라고 내게 강요했다.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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