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쉐어러스 대표 인터뷰
5060과 젊은층 통합 쉽지 않아
‘나 때는 말이야’ 절대 안 통해
독서토론도 서로 다른 시각 공유에 초점
‘세대 통합’에서 ‘세대 공감’으로

100세 시대를 맞은 가운데 오팔세대가 주목을 받는다. 오팔세대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다. 활기찬 인생을 사는 신노년층을 가리킨다. 전쟁을 겪지 않고도 성장기에 청년시기를 보낸 현 5060세대들이다.

젊을 때 바쁘게 살다가 은퇴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오팔세대가 겪는 상실감이 크다. 시간과 돈에 여유가 생겼지만 막상 누군가의 부장, 팀장이었다가 ‘나’를 정의하던 직함이 없어지니 우울감도 밀려온다. 이러한 5060세대가 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적교류 서비스를 내놓은 곳이 있다. 시니어 경험 공유 플랫폼을 표방한 사회적 기업 ‘쉐어러스(ShareUs)’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경험을 수업으로 만들어 젊은층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중·장년층과 젊은층을 단순히 연결하는것을 넘어 세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병훈 쉐어러스 대표가 최근 런칭한 ‘반서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쉐어러스 제공
이병훈 쉐어러스 대표가 최근 런칭한 ‘반서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쉐어러스 제공
IT조선은 30일 오후 금천구에 위치한 쉐어러스 사무실에서 이병훈 대표(43)를 만났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어머니를 보고 이 사업을 구상했다. 음식 솜씨와 식물 가꾸기 등 다방면에서 재능이 뛰어난 어머니를 보고 ‘시니어의 이런 재능과 지혜를 젊은층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시니어에게도 재능 기부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회사 설립 이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며 운을 뗐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시니어 경험을 젊은 층에 공유한다는 슬로건 아래 쉐어러스를 설립했다. 그 사이 변화가 있었나

"결론부터 말하면 시니어와 젊은층을 연결하는 사업은 실패했다. 당초 목표한 ‘세대간 융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8월 창업 당시 쉐어러스는 5060세대의 ‘꼰대’ 이미지를 깨고 젊은층과 접점을 만드는 ‘세대 통합 플랫폼’으로서 고군분투했다. 그들이 얻은 경험이 젊은층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8년에 시니어 강사를 모시고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클래스를 여럿 진행한 이유다.

수업을 진행할수록 각 세대가 바라보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 다양하고 저렴한 취미 플랫폼도 속속 등장했다. 시니어 재능 공유 플랫폼으로 사업적 성장을 기대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9년부터 비즈니스 모델이 바뀐 이유다."

― 젊은 세대와 오팔세대가 바라보는 방향성이 어떻게 달랐나

"젊은 세대는 우스갯소리로 거론되는 ‘나 때는 말이야’처럼 시니어 경험을 듣는 걸 바라지 않는다. 시대적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빠르게 변환하는 사회에 발맞춰 개인적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회사와 학교가 줄 수 있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에 젊은층은 독서토론 등을 통해 지식을 끊임없이 공유하고 제2외국어 학습을 통해 본인 스스로 성장하는 활동을 꾸준히 한다.

반면 오팔세대는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발휘할 만남의 장에 갈증이 컸다. 은퇴시기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사람을 만나고 지적 교류를 할 장이 차츰 없어지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현역에서 뛰는 젊은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큰 이유다."

―두 세대간 융합은 불가능한가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그간 쉐어러스 경험에 비춰볼 때 ‘공통분모’가 없으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서로 겪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대적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이어줄 매개를 찾는 게 관건이다."

― 쉐어러스가 찾은 매개는 무엇인지

"‘독서’에서 찾았다. 책에 나오는 아이디어와 문장을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이 구절을 어떻게 보는지, 나보다 창의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층의 시선은 어떻게 다른지 서로 자연스럽게 파악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 쉐어러스의 비즈니스 모델도 독서 기반 서비스 아닌가

"그렇다. 두 가지다. 하나는 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원데이클래스와 독서모임의 결합체 ‘교보북살롱’이다. 나머지는 오팔세대를 위한 시니어판 교보북살롱 ‘반서재’다.

세대간 특성을 먼저 파악하자는 생각에 쉐어러스는 2019년 젊은층에 주목했다.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와 함께 30대 직장인을 겨냥한 ‘교보북살롱’이라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선보였다. 독서모임 안에 월 1회 시니어 강사가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포함시켰다.

올해 쉐어러스는 시니어에만 초점을 맞춘 ‘반서재(書齋)’ 서비스도 시작했다. 반서재는 원래 어긋나다는 뜻의 반(反)을 써 ‘서재에는 꽂혀있으나 미처 읽지 못한 책’, 곧 지식에 대한 겸손을 의미한다. 쉐어러스는 이 뜻도 함께 가져가면서 한자로 절반을 뜻하는 ‘반 반’자를 썼다. 100세 시대에 있어 인생의 반인 50세부터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반서재는 시니어 사업으로 시작한 회사 정체성과 교보북살롱 운영노하우를 결합한 서비스인만큼 애착이 크다. 반서재를 통해 5060세대는 매월 정기 독서모임과 문화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문화 예술을 체험할 수 있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로 불리던 중·장년층은 반서재를 통해 스스로에 집중한다."

― 반서재같은 서비스는 이미 문화시설 등 공공기관에서도 진행하지 않나

"추구하는 방향성과 결이 다르다. 그간 내가 배우고 얻은 걸 나누고 남을 통해 배우길 원하는 시니어는 공공기관 서비스보다 높은 수준의 지적교류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동네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었네 안읽었네 하는 수준이 아니다. 책이라는 매개로 자신의 지적 욕구를 풀고 예술을 즐길 수 있다."

― 올해 목표와 쉐어러스의 꿈은

"2020년 쉐어러스는 반서재 서비스에 집중할 예정이다. 시대가 발전하고 변화할수록 은퇴 시기가 부쩍 앞당겨지면서 앞으로 오팔세대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지적교류를 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서재 서비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겠지만 쉐어러스는 시니어와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세상을 꿈꾼다. 독서 외에도 이들 세대가 가진 공통분모를 찾고 있다.

시니어에게서 배운다는 아이디어를 뒤집어 젊은 세대를 강사로 세우고 시니어가 배우는 역발상도 해봤다. 오팔세대가 젊은층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해하는만큼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세대 통합에 앞서 세대 공감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