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32) 내 장례식에 오신 분들께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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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4.04 05:00
오늘 ‘#하루천자’ 글감은 조선비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시리즈 중 자존(自存)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을 인터뷰해 엮은 단행본 《자존가들》(어떤책, 2020)에서 골랐습니다. 저자인 김지수 부장에게 추천받은 대목을 통해 여느 토요일 콘텐츠와는 다른 스타일의 글에서 색다른 필사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죽음을 구체적으로 마주 봐야 한다"는 유성호 교수를 인터뷰한 이야기입니다. 천자 남짓한 대화에서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만나보세요. /편집자 주

유성호 교수. 법의학자,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 겸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의문사 해결사로 등장하곤 한다.
나의 죽음을 나의 이야기로 만드세요 (질문 제외한 답변 글자수 723, 공백 제외 549)

─ 유서를 보면 평소의 인품과 더불어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애절합니다. 태종도 ‘세자는 몸이 허하니 상중에도 고기를 먹으라’는 유서를 남겼다지요. 저는 중국의 철학자 왕궈웨이의 유서를 늘 가슴에 품고 있어요. 자식들에게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남은 너희들은 열심히 살면 굶어죽지는 않을 거라던. 유서엔 거짓말도 허세도 없더군요.

네, 대개 죽기 직전의 말은 길지 않습니다. 타인의 유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한테 남기고 싶은 말은 평소에 자주 적어 두어야겠다고요.

─ 유서와 더불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탕진하고 싶지 않으면 심폐소생술 등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의지를 미리 밝혀 두라고 하셨어요. 그것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까?

미국과 한국의 보건의료 예산을 보면 생애 마지막 1년, 한 달에 가장 많은 돈을 씁니다. 우리는 거의 다 암이나 심장, 뇌 질환으로 사망할 거예요. 병에 걸리기 전에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해서 자녀들에게 전달해 두길 권해요.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정리할 시간 대신 반복되는 시술로 인생이 끝날 수 있습니다. 왜냐? 죽음에 가까울수록 환자도 가족도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길 꺼리거든요.

─ 암 진단을 받았을 경우, 살겠다는 희망으로 노력하는 것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 결정을 언제 내려야 합니까?

치료와 동시에 죽음을 준비해야 해요. 의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완치 가능성이 떨어지면 대비해야죠. 과거엔 의사가 환자에게 임박한 죽음을 알리는 걸 ‘나쁜 소식 전하기’라고 했어요. 요즘엔 그냥 ‘소식 전하기’라고 합니다.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소멸은 당연한 이치니까요.
퀴블러 이론에 따르면 죽기 전에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의 5단계를 거쳐요. 그런데 요즘엔 분노와 우울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레이 존이 길어져서죠. 죽음이 의사의 내레이션이 아니라 나의 내레이션이 되려면 결단이 필요해요.

─ 암 선고를 받자 빚 정리, 원고 정리부터 했던 이문구 작가와 자신의 장례식장에 탱고와 와인을 주문했던 그레이스 리 선생은 매우 좋은 사례더군요.

그렇죠. 저도 미리 아들한테 얘기했어요. 한번도 안 입어 본 뻣뻣한 수의 같은 거 입히지 말고, 결혼할 때 입은 예복 입혀서 보내 달라고요. 장례식장에 틀 영상도 미리 찍어 둘 참입니다. 와 주셔서 감사하고, 내 아들 피곤하니 10시 전에 돌아가라고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유성호 편 전문 보기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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