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세계 전역을 휩쓸었다. 이에 예술 관련 기업과 기관도 큰 타격을 입었다. 대형 전시와 행사가 연기 혹은 취소됐고,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는 문을 닫았다. 세계 경매회사 중 가장 많은 예술품을 거래하는 경매회사 크리스티(Christie’s)마저 경매 일정을 여름으로 연기하자 예술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하지만, 아트파이낸스 활동은 자금공급자 및 수요자에게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아트파이낸스, 예술품 담보대출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파인아트그룹(The Fine Art Group) 아트파이낸스 부서장 프레야 스튜어트(Freya Stewart)는 "이미 1분기에도 예술품 담보대출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2주 동안 예술품 담보대출에 관한 문의가 평소의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세가지 목적으로 예술품 담보대출을 고려한다. ▲자산 총 금액은 많지만 현금 부족으로 유동자본을 필요로 하는 경우 ▲비유동성 자산으로 수익을 내려는 경우 ▲예술품 담보대출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 또 다른 투자에 현금을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다.

최근 유가가 30% 하락하고 주가도 폭락하면서 많은 이들이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다. 예술품을 많이 소장한 세계 억만장자(슈퍼리치)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품 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한다.

예술품은 주식 및 채권 등의 전통 금융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다. 주식이 폭락하더라도 이로 인한 예술품 평가액 감소는 미미하다. 3월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슈퍼리치는 바스키야(Jean-Michel Basquiat)의 작품 중 1000만달러(122억4400만원)에 거래된 작품을 담보로 뉴욕 파인아트그룹(The Fine Art Group)에 대출을 요청했다.

세계 슈퍼리치는 유동성 확보뿐 아니라, 다른 예술품을 사기 위한 예술품 담보대출도 적극 이용한다. 현금이 부족한 이들이 모네, 르느와르 등 이름난 예술가의 작품을 헐값에 팔기 시작하자, 일부 예술품 수집가는 기회로 여기고 훌륭한 작품을 더 싼 값에 구매하려고 한다. 이 때 슈퍼리치는 주택 담보대출로 부동산을 사는 것처럼, 예술품 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해 작품을 산다.

초저금리 시대, 예술품을 수집하는 슈퍼리치는 ‘부채’를 ‘자산증식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와 아트택틱(ArtTactice)에서 발행하는 ‘Art & Finance Report 2019’에 따르면 2019년 예술품 담보대출 규모는 2016년에 비해 40% 증가했다. 2019년 210억~240억달러(24조3264억~27조8016억원)에 달하던 규모가 40%나 커진 것이다.

동산 담보 대출에 대한 인식이 오래전 자리 잡혀, 동산금융 시스템이 잘 구축된 미국의 예술품 담보대출이 가장 활발하다.

하지만, 한국 동산금융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또한 고가 예술품을 증여나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금융기관이 예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지원할 경우 이를 악용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팽배하다.

세계 슈퍼리치가 자산증식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동산금융, 아트 파이낸스가 부정적 의견 때문에 거의 이뤄지지 않는 지금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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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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