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36) 파우스트 ④… 존재는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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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4.09 04:00
지난 주 시작한 ‘#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1주일에 5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번 주 고전으로는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Faust)를 골랐습니다. 괴테가 60년에 걸쳐 썼다는, 작가의 삶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막연히 어렵고 지루하게 느꼈을지 모를 이 작품을 필사하면서 이전과 다른 독서 경험을 해 보세요. 열린책들 출판본을 참고했습니다. /편집자 주

헬레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간 여성들 중 최고의 미녀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 제공자였다. 그리스 시대로 간 파우스트는 자신이 바라던 구원의 여인상이라 믿고 헬레나와 사랑에 빠져 결혼, 아들을 낳고 살지만 그 아들이 사고로 죽자 헬레네는 지하세계로 사라져 그 인연도 허무하게 끝난다. 이미지는 파우스트가 헬레네를 만나는 장소로 설정된 미스트라스(Mystras), 수도사이자 신학 지도 제작자인 빈센조 코로넬리(Vincenzo Coronelli; 1650~1718)가 그렸다.
파우스트 ④ (글자수 817, 공백 제외 639)

파우스트 먼저 무릎 꿇고서
고귀하신 왕비님께 충성을 맹세하게 해주십시오.
저를 옆으로 부르시는 손에 입 맞추게 해주십시오.
한없이 넓은 왕비님 나라의
공동 통치자로서 저를 뒷받침해 주시고,
제 한 몸을 숭배자, 하인, 파수꾼으로 받아 주십시오!

헬레나 경이로운 일들을 많이 보고 들으니,
정말 놀랍고 또 물어보고 싶은 일도 많답니다.
그런데 저 남자의 말이 어째서 기이하게,
기이하면서도 친절하게 들리는지 알고 싶군요.
말소리들이 서로 순응하는 듯 들리고,
한 낱말이 귀에 어우러지면
이어지는 낱말이 앞선 낱말을 애무하는 것만 같아요.

파우스트 우리 백성들의 말투가 왕비님의 마음에 드는가 보군요.
오, 그렇다면 틀림없이 노랫가락도 왕비님을 황홀하게 하고
귀와 마음을 깊이 흡족하게 할 겁니다.
당장 우리 말투를 연습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 않나 싶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노라면, 저절로 그 말투가 우러나오고 솟아 나오지요.

헬레나 어떻게 그렇듯 아름답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먼저 말해 줘요.

파우스트 그거야 아주 쉽지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마음이 갈망으로 넘치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묻게 되지요

헬레나 누가 함께 즐긴 건지를.

파우스트 정신은 앞을 바라보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아요.
오로지 현재만이

헬레나 우리의 행복이지요.

파우스트 현재만이 보물이고 최고의 수익이며 재산이고 담보이지요.
누가 그걸 증명할까요?

헬레나 제 손이 증명하지요.

(중략)

헬레나 이미 다 살았으면서도 새롭게 사는 듯하고,
잘 모르는 당신과 신의로 굳게 묶인 듯해요

파우스트 더없이 하나뿐인 운명에 대해 너무 골똘히 생각하지 마시오!
비록 순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존재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요.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두뇌운동! 내가 쓴 하루천자 기록에 남기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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