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활주로를 통해 이착륙을 하는데, 활주로에는 다양한 마크와 숫자, 영어 등이 적혀있다. 숫자의 경우 공항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3, 19 등 숫자가 적혀있는 반면, 또 어떤 곳은 13, 31 등이 새겨져있다. 숫자 뒤에 영어 ‘R’과 ‘L’이 병기된 곳도 있다. 활주로 디자인을 고려한 것은 아닐테고, 활주로에 기재된 이들 숫자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자동차가 일단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항공기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동한다. 민간 항공기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정한 항로로 날고, 이착륙을 하는 공항에서는 관제소의 통제를 받는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공항에는 활주로(Runway)와 유도로(Taxiway)가 있다. 이착륙 하는 길은 활주로, 이동하는 길은 유도로다. 활주로는 수십톤 무게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길’이다. 60㎏ 무게의 성인 500명이 보잉747-400 기종에 탑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항공기 총 무게는 사람만 따져도 30톤에 달한다. 항공기 기체와 화물까지 고려하면 50톤 이상이 될 수 있다. 활주로는 이런 육중한 항공기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특수한 방법으로 설계되며, 무거운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돕는 장치가 여럿 마련됐다.
항공기 이착륙은 활주로 양방향에서 가능하다. 관제소는 바람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해 이착륙 방향을 결정한다. 15 활주로는 필요에 따라 180도 반대인 33 활주로가 될 수 있다.
항공기 기장과 부기장은 활주로 이름 확인 후 어느 방향으로 착륙할 지 손쉽게 알 수 있다. 방위를 나타내는 숫자 뒤에 붙는 L(왼쪽)·M(가운데)·R(오른쪽) 등 영어 이니셜은 활주로가 여러개 있을 때 어느쪽 활주로인지를 구분해주는 글자다. 예를 들어 33L은 330도 방위에 있는 왼쪽 활주로라는 의미다. 동서남북을 의미하는 방위는 최대 360도까지다. 그래서 활주로 이름은 최대 36을 넘지 못한다. ‘37R 활주로 쪽으로 착륙하라’고 안내하는 관제소는 없다.
ICAO는 시정 등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주는 환경을 고려해 활주로 운영등급(CAT. 카테고리)을 정했다. 안개가 자욱하거나 폭우 등 기상 상황이 나쁠 때 항공기의 발이 묶이는데, 이는 국제기구가 정한 등급에 따른 결정이다.
인천공항(RVR 75m) 전 활주로는 CAT-IIIb 등급으로 한국 공항 중 최고등급을 자랑한다. 김포공항 활주로 중 14R은 2018년 11월 8일 CAT-IIIa에서 CAT-IIIb로 승급했지만, 32L은 CAT-I이다. 제주공항 07 활주로는 CAT-II 등급이고, 24 활주로는 CAT-I이다. 김해공항 36L 활주로는 CAT-II 등급이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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