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아이들 ‘스마트폰 중독’ 우려 높여
구글 ‘패밀리링크’, 아이폰 ‘스크린타임’ 등으로 중독 막는다

스마트폰 접촉이 잦은 아이들이 중독될까봐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은 여러가지 문제로 이어진다. 독일의 뇌 과학계 권위자인 만프레드 슈피처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는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거나 지능 지수 하락, 우울증, 주의력 결핍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한국 사회는 ‘n번방’ 사건이 발생한 후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 가능성에 우려한다. 우리 아이가 안전하게 스마트폰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스마트폰 이용법 교육과 부모와 자녀 간 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나 이용 행태를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앱)과 부가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것도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이프 스마트폰 캠페인 로고. / IT조선 DB
세이프 스마트폰 캠페인 로고. / IT조선 DB
부쩍 늘어난 사용…"우리 아이도 스마트폰 중독은 아닐까"

"우리 아이 스마트폰 중독 어떻게 해야 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집에만 머무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었다. 온라인 개학 여파로 스마트폰을 접촉하는 빈도가 늘었다.

스마트폰 중독 상담센터인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산하 스마트쉼센터 한 관계자는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상담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개학이 늦어지면서 부모와 아이 간 갈등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NIA의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0%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유·아동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34.7%)이 가장 높지만, 상승 폭은 유치원생이 2.3%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맞벌이 가정 유·아동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6.1%로 외벌이 가정(20.8%)보다 5.3%포인트 높았다. 맞벌이 가정의 전년 대비 증가 폭은 3.4%포인트로 외벌이 가정(1.7%포인트)보다 높았다.

설상가상 ‘n번방’ 사건이 터진 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 착취 영상을 찍은 후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을 통해 영상을 유통한 사건인데, 피해자 다수가 미성년자인 것으로 밝혀지며 부모들의 걱정을 키웠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결과'를 보면, 아동·청소년의 성매수와 알선 중 각각 91.4%와 89.5%는 스마트 기기 기반 메신저, 소셜미디어, 앱 등으로 이뤄졌다.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청소년·성인·고령층 대상 설문 문항 예시. 자가 진단용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고위험군일 경우 스마트쉼센터 등의 관련 기관의 전문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 NIA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청소년·성인·고령층 대상 설문 문항 예시. 자가 진단용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고위험군일 경우 스마트쉼센터 등의 관련 기관의 전문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 NIA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가정·학교에서 스마트폰 중독 예방 정기 교육 필수

전문가들은 아이의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이고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가 교육 지침을 마련해 가정과 일선 학교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아동학과)는 "최근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며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하는 부모가 늘었다"며 "급한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거나 훈육하기보다는 꾸준한 교육을 통해 행동 개선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줄 때부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위험한지를 교육해야 한다"며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가정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정기적인 교육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해 NIA가 운영하는 스마트쉼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에는 스마트폰 중독 진단부터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강의자료, 아이용과 부모용을 구분한 ‘스마트폰 바른 사용 실천 가이드’ 등도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아동·청소년 보호자의 경우 스마트폰 과다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아이와 직접 대화해보라고 조언한다.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 증상을 살피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아이가 수면 시간이 부족해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가족과 다툰 적은 없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한 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문화를 이해하고 아이의 활동에 관심을 두도록 노력하는 것도 스마트폰 중독을 막는 방법 중 하나다. 아이가 평소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자녀의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는 어떠한 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떤 때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 진로와 학업에 유용한 앱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는 것도 좋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염려된다면…다수 서비스·앱 이용 가능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면 유해물 차단 앱과 원격 스마트폰 제어 프로그램, 결제 차단 수단 등을 이용하는게 좋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와 다양한 소프트웨어(SW) 업체가 관련 앱과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아주는 다수 부가 서비스와 앱별 특징 비교표. / 김평화 기자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아주는 다수 부가 서비스와 앱별 특징 비교표. / 김평화 기자
가장 널리 알려진 앱은 ‘구글 패밀리 링크(Google Family Link)'다. 해당 앱을 사용하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유형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 시간도 제어할 수 있다. 자녀가 특정 앱을 내려받을 때 허용할지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 무료 서비스며, 자녀의 구글 계정을 등록하면 앱 사용이 가능하다. 아이폰에서도 쓸 수 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잼(ZEM)’도 자녀의 스마트폰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도록 돕는 무료 앱이다. 부모가 미리 설정한 시간표에 따라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어할 수 있다. 총 사용 시간과 현 위치 등의 정보 파악도 가능하다. 자녀가 SK텔레콤 고객이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안드로이드폰 뿐만 아니라 아이폰도 설치 가능하다.

‘모바일펜스' 앱은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자녀의 실시간 위치도 확인하도록 돕는다. 최대 10대까지 기기를 등록해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가격은 스마트 기기 지원 개수에 따라 연 단위 정액제를 부과하며 3만9600원에서 10만8900원 사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엑스키퍼’ 앱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유해 콘텐츠, 유료 앱 다운로드 등을 제어하도록 돕는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막고 증강현실(AR) 게임 과몰입 방지 기능도 포함한다. 앱 사용 시 기기 1대당 월 3300원을 지불하면 된다. 단, 엑스키퍼도 안드로이드 기종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KT와 LG유플러스(U+)에서는 각각 ‘KT 자녀폰 안심'과 ‘U+자녀폰 지킴이' 부가 서비스를 내놨다. 두 서비스 모두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 제어와 유해 콘텐츠 접근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두 서비스의 가격은 부가세 포함 월 2200원으로 동일하다. 단, 자녀의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기기여야만 하며 각 통신사 고객이어야만 가능하다.

애플은 아이폰의 기본 기능으로 ‘스크린 타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요일별 아이폰 이용 가능 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어떤 앱을 몇 분간 사용했는지 간편하게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은 스크린 타임을 쓸 수 없다.

조원희 지란지교데이터 대표는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걱정되는 학부모는 (여러 앱·서비스로)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점검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며 "자녀와의 대화 후 설치해 사용 시간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스마트폰 사용 관리 습관을 지니도록 옆에서 지도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