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스쿨 학생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가 말하는 '인디게임'

입력 2020.04.14 06:00

게임으로 소통하는 게 좋아 창업
법조인 돼도 게임 기술 관련 일 하고파
말리던 부모가 이젠 아이디어 제공도
한국 인디게임 생존 쉽지 않아
과금 벗어난 비즈니스모델 만들터

로스쿨 학생과 인디게임 개발사 대표, 전혀 접점이 없는 두 분야를 병행하는 사람이 있다. 만 25세 청년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대학 4년과 로스쿨 2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한 그는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에 선보인 ‘서울 2033’이 톱3에 든 후 게임 회사 창업을 결심했다. 법인 등록까지 마치자 올해 1년간 휴학하기로 결정했다. 반지하게임즈 정직원 수는 4명이며, 5월에 한명 더 늘어난다. 정직원은 아니지만 짧게 짧게 회사 프로젝트를 돕는 인원도 꽤 된다.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 오시영 기자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를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에 자리한 창업허브센터에서 만났다. 반지하에서 이미 탈출했다.

"법조인 업적을 쌓는 것보다 게이머와 소통하는 것이 즐거울 것 같다"

이유원 대표는 로스쿨을 다니는 중 게임 제작사를 차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먼 훗날 검사가 되어 권력을 얻거나 법조인으로서의 업적을 쌓을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도 게임을 만들고 게이머와 소통하는 것이 더 즐거울 것 같아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법조인이 된다 하더라도 게임이나 IT 산업 발전을 위해 법적으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꾸준히 돕고 싶다"며 "부모님들은 처음에는 게임 개발을 그만두라고 조언하셨지만, 지금은 ‘이런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냐’고 말해줄 만큼 인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반지하게임즈는 이유원 대표를 포함해 고등학교 동창생 3명이 만든 인디게임 개발사다. 회사 이름을 반지하게임즈라고 지은 것은 이 대표가 대학 재학 시절 반지하 자취방에서 게임을 만들었던 추억과 함께 게임에 ‘B급 감성·개그 코드’ 등을 담겠다는 게임 철학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플래시 게임 200개쯤 만들 만큼 게임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며 "학업 중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게임 개발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었고, 게임을 통해 걷어 들인 이익은 로스쿨 학비를 낼 때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지하게임즈 구성원들은 초창기 ‘허언증 소개팅’을 만들 당시 게임에 쓸 ‘버튼’ 하나도 만들지 못할 만큼 초보였지만, ‘중고로운 평화나라’를 시작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취미 생활 중 일부였지만,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었다"며 "로스쿨 학비를 낼 때 보탬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다보니 게임 개발이라는 직업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감성 담은 ‘독특한’ 형식의 대표작, 서울 2033

서울 2033 플레이 화면. / 구글 이미지 갈무리
반지하게임즈의 대표작은 텍스트 기반 스토리게임 ‘서울 2033’이다.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게임은 보드게임과 텍스트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마치 잘 짜인 소설책을 읽는 듯한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도 지원한다.

이 대표는 "서울 2033은 아이템, 선택지 등을 활용한 논리적인 게임 진행 형식을 채택함으로써 기존 인터랙티브 소설과 차별화했다"며 "게임을 텍스트로 즐긴다는 신선함과 함께 인터랙티브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전략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서울2033에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설정에 맞는 다양한 인물과 지역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대표의 모교 '성균관대학교'나 혜화동의 단골 술집 '마님'이 대표적인 예다. 독특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설정을 담은 덕에 출판사나 방탈출 카페에서 지식재산권(IP) 관련 사업 권유를 받기도 한다. 방탈출 카페 관련 사업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대표는 "원 소스 멀티유즈(OSMU)도 좋지만, 우리가 확립한 독특한 텍스트 기반 게임 플랫폼으로 유명 웹툰 등 다양한 IP를 풀어내고 싶다"며 "말하자면 ‘멀티 소스 원 유즈’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반지하게임즈는 실제로 게임에 후원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가공해서 게임에 넣는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만들고 싶은 게임 만드는 ‘인디 정신’은 대기업 정교한 과금 구조 못지 않은 무기

이 대표는 인디 정신을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시장에는 이미 소위 말하는 ‘돈 되는’ 게임이 많고 이용자는 이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 생태계에서 인디게임사는 새 재미를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반지하게임즈의 철학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롱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인디게임사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반지하게임즈의 경우, 게임 업계 출신 인물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마케팅, 경영, 사업, 비즈니스 모델(BM) 구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의 존속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회사 운영을 위해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인디게임사 관계자는 다 나같은 대학생일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큰 회사에서 경력을 많이 쌓고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며 "BM 구성이 잘못된 상태에서 마케팅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면 다음 게임을 만들 의욕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묻히는 팀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구글플레이가 주최한 ‘개발자와의 대화’에 참여한 이유원 대표(왼쪽) 모습. 반지하게임즈는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 TOP3에 이름을 올렸다. / 오시영 기자
인디게임은 보통 게이머가 불편함을 느끼거나 한계를 만났을 때 과금을 유도하는 구조가 아니다. 반지하게임즈의 경우 기존 서울 2033 앱과 큰 차이가 없는 후원자용 별도 ‘서울 2033 후원자’라는 앱을 따로 만들어주고 대가를 받는다. 후원자만을 위한 전용 앱이 나온 것처럼 만족감을 높인 셈이다.

반지하게임즈는 기존 서울 2033 앱에서 도입한 비즈니스 모델 외에도 새로운 BM 설계에 힘쓴다. 고정 수익을 위해 새 이야기를 게임에 계속 추가하는 것은 물론, 서울 2033을 즐기는 게이머가 원하는 스토리 라인을 게임에 넣기도 한다.

이 대표는 "BM 개발을 위해 구글 플레이나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업체 전문가를 만나 배우기도 했다"며 "기존 게임은 단발성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이 결정됐는데, 서울 2033은 꾸준한 수익을 내는 ‘지속 가능한 게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지하게임즈의 감성과 철학, 방법이 좋다고 말하는 팬들께 감사를 보낸다"며 "게이머 기억에 오래 남는 ‘계속 기대할만한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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