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업계 생사 위기 호소에, 산업부 ‘팔짱’…기존 대책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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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4.21 16:54 | 수정 2020.04.21 17:20
부품업계 매출 최대 70% 감소…"금융지원 없으면 줄도산"
정부 ‘기존 대책’ 활용 강조…부품사 지원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부품업계가 정부에 신속한 유동성 지원책을 요청했다. 수출 절벽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대출금 만기연장,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이 없으면 연쇄 도산이 현실화 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같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를 위한 추가 지원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가 3월 말 간담회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호소한지 한달 남짓 흘렀지만 이미 발표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3월 24일), 수출활력 제고방안(4월 8일) 등을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밝힌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21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협회에서 개최한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광영 기자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1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협회에서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성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과거 와이어링 하니스(자동차용 배선 뭉치) 수급 차질 사례에서 보듯 한두 개 부품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자동차 생산 전반이 타격을 받는다"며 "정부는 그동안 발표한 대책을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알맹이 없는 산업부 지원책에 부품업계는 실망스런 반응을 보였다. 9000여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핀셋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상당수 부품업체들은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이미 임금 지불 유예와 삭감에 나섰다.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면 기업어음(매출채권) 현금화나 신규대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1차 부품업체가 납품대금으로 발행하는 기업어음(매출채권)은 연 7조2000억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차 협력회장을 맡고 있는 오원석 코리아FT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부품업계의 연간 매출이 2019년 대비 30% 이상 줄 것"이라며 "현대·기아차 1차 부품 협력사가 300여곳, 2·3차 부품협력사가 5000여곳인데 이중 10~20%가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오 회장은 "지난 한달간 정부에 목소리를 냈지만 부품업계에 실질적 지원은 없었다"며 "만기 연장은 물론, 상시 지출되는 고정비 부담에 필요한 운영자금 대출 등 과감한 금융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쌍용차협동회장을 맡은 오유인 세명기업 회장도 정부에 부품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회장은 "정부의 기업 대출 지원이 소상공인에 쏠려있어 정작 부품업체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 같다"며 "매출 감소가 지속되면 부품업체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진다. 최소 3개월 만이라도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안을 시행해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GM 협력사인 다성의 문승 회장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우리처럼 수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부품사는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력을 줄이거나 사업 철수를 할 순 없는 만큼 오늘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가 속도감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부품 업계는 이외 내수 진작을 위해 현행 개소세에 더해 취득세 감면 추가 시행을 요청했다. 또 자동차 개소세·부가세·관세 등 세금납부 기한 연장(6~9개월), 2019년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110g/㎞)을 올해도 유예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부품업계의 이같은 요청에도 산업부는 자동차 업계를 위한 종합 지원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성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동차산업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관계부처와 함께 지원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자동차 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당장의 지원책은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자동차 업종을 포함한 주력산업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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