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엔 아마존고, 한국엔 아이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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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4.23 13:43 | 수정 2020.04.24 14:30
박진석 도시공유플랫폼 대표 인터뷰
한국판 아마존고 꿈꾸는 무인매대 ‘아이스고’
딥러닝·핀테크로 무장…집어들면 바로 인식
무인매대가 주인 대신 물건 판매·결제까지
가게 유휴공간 활용해 코로나19 불황 극복

#피자가게를 운영했던 A씨는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에 들어가는 금액에 비해 매출이 나오지 않아 최근 폐업했다. 새 가게를 준비하던 그는 우연히 인천 송도에 위치한 카페에서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무인매대를 경험했다. 매장 고객이 키오스크에 신용카드만 꽂으면 판매기 문이 열렸다. 음식을 집어들면 딥러닝 기술 등 AI가 도입된 무인매대가 자동으로 제품을 인식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새 가게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건비를 줄여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A씨 사례처럼 소상공인들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가장 부담스러워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은 이를 이유로 폐업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도시공유플랫폼이라는 회사다. IT조선은 21일 A씨가 방문했던 인천 송도 벨에크랑 카페에서 한국 최초로 AI 기술을 결합한 무인매대를 출시해 주목받는 도시공유플랫폼의 박진석 대표를 만났다.

이 회사는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직면한 소상공인 매장을 선정해 24시간 무인운영이 가능한 ‘아이스고(AISS Go·스마트오더와 무인쇼핑, 간편 결제를 한번에 지원하는 일체형 디바이스)’를 무료 공급했다. 임팩트 투자자 결정으로 가능했던 시나리오다. 앞으로 10여곳으로 무료 공급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진석 대표가 자사 무인매대 ‘아이스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IT조선
박 대표는 20년간 대기업에서 핀테크와 모바일 결제, 홍채 인식 기술 등을 다룬 베테랑이다. 그는 2018년 도시공유플랫폼을 설립하고 무인매대 1.0버전인 ‘QR마트’를 출시했다. 박 대표는 "당시만 해도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 간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무인매대로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한국형 공유경제 산업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도시공유플랫폼은 소상공인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아이스고로 쓸모있게 만드는 동시 매장 무인화를 통해 소상공인 부가수익을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 무인매대가 다양한 제품군을 수용하면서 대기업 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제품의 상품 판로를 개척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도시공유플랫폼의 아이스고는 이런 식으로 활용된다. 고객이 신용카드를 꽂아놓은 상태에서 매대 문을 열고 상품을 집어들면 상품 정보와 가격이 자동으로 인식돼 결제까지 진행된다. 박 대표는 "아이스고 내부 진열칸마다 달린 카메라와 딥러닝 기술이 물건을 인식한다"며 "재고상태 또한 자동으로 확인돼 영업주가 매장에 방문해 재고량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더라도 확인 및 주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모이면 무인매장"… 한국판 아마존고 꿈꾼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무인매대는 소상공인들에게 사막 위 오아시스같은 존재다. 고객은 가게 주인과 얼굴을 마주보는 대신 무인매대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한다. 손님은 감염 위험을 높이지 않아 좋고, 업주는 가게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24시간 운영하는 것으로 부가수익을 낼 수 있어 이득인 구조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교육과 업무 등 모든 것이 생각보다 빨리 디지털화됐다"며 "이런 시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소상공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스고같은 무인매대는 소상공인 가게 내 1평 남짓한 유휴공간에서 24시간 내내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공유플랫폼의 아이스고 무인판매기로만 이뤄진 무인매장 이미지/도시공유플랫폼
아이스고는 소상공인 매장 안팎뿐 아니라 구청과 관공서, 대기업, 공장 등 다양한 곳에 설치되고 있다. 박 대표는 "24시간 무인영업이 가능해 밤낮없이 일하는 일부 공장과 기업 등에 인기가 많다"며 "특히 아이템 바코드 스캔과 화면 누르기, 결제 선택 등 고객에게 요구하는 점이 적어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제품을 집어 들면 계산이 자동으로 완료되는 것이 꼭 아마존고와 비슷하다는 기자의 의견에 박 대표는 "아이스고가 여러 대 모이면 아마존고같은 무인매장이 된다"며 "아마존고가 미국판 대형 무인 매장이라면 아이스고는 한국판 소형 무인 매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별점도 있다. 그는 "아마존고와 달리 아이스고는 유휴공간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하다"며 "아파트 현관에서 두부와 콩나물을 판매할 수도,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공장에서 간편식을 판매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필요로 하든 맞춤형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미니 매장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제품 판로 개척에 경쟁사도, 협업사도 속속

한국판 미니 아마존고 등장에 경쟁사도 속속 나온다. 일부 편의점과 식품 대기업은 무인매대에 이어 무인매장까지 선보였다. 박 대표는 "편의점은 30평 기준 11억원을 내고 이 같은 사업을 한다"며 "현재로서는 막대한 비용에 체인점을 늘어나지 못하면서 시범운용 느낌의 데모샵을 운영한다고 볼 수 있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실정과 맞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이다.

식품 대기업 M사는 2019년 신선식품 무인매대를 선보였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유통기한을 넘긴 상품 등이 판매돼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운영 체제나 사후관리시스템, 전산화 시스템 개선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넘쳐났다.

아이스고는 이런 걱정이 없다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그는 "우선 아이스고를 활용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부여되는 물량이 유통기한과 재고관리를 할 만큼 많지가 않다"며 "무엇보다 운영 체제와 사후관리 시스템 등은 도시공유플랫폼에서 하고, 유통관리는 협력을 맺은 유통사 대리점에서 물량 체크를 하면서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소상공인은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정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협업을 제안한다. 최근에는 한국 대형 제약사와 무인판매기 계약을 체결했다. 박 대표는"약 제조 공장과 회사 내부 직원 간식 제공 목적으로 무인매대를 들여놓기로 했다"며 "특히 약국 내부 매대에 어지럽게 깔린 제품을 깔끔하게 무인판매기 안으로 정리해 자동 판매하는 것에 대한 수요도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사업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도시공유플랫폼은 신용카드를 꽂는 형태에서 완전한 비대면 결제로 결제 형식을 바꿀 예정이다. 박 대표는 "얼굴 인식으로 손도 안대고 결제가 가능한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 카드사 등과 협업해 얼굴이 결제 수단이 되는 새로운 혁신 금융 환경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조만간 냉동고와 온장고, 실온기 등도 출시한다. 박 대표는 "오는 5월 말쯤에는 냉동식품과 아이스크림 등을 진열할 수 있는 냉동고를 출시할 예정이다"라며 "소비자들이 아파트 로비나 사무실, 개인 사업공간 등 편의점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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