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도 출시하는 차세대 맥(Mac)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CPU를 사용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IBM 대신 인텔의 CPU를 채택해 한 차례 파장을 일으켰던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PC용 CPU까지 독자생존에 나선다.

블룸버그는 23일(현지 시각) 애플이 2021년 선보이는 신형 맥 제품부터 자체 개발한 새로운 CPU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차세대 아이폰12(가칭)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진 A14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3개의 새로운 맥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

애플이 2021년 선보일 차세대 맥에 자체 개발 CPU를 탑재할 전망이다. 사진은 2020년형 신형 맥북 에어. / 애플
애플이 2021년 선보일 차세대 맥에 자체 개발 CPU를 탑재할 전망이다. 사진은 2020년형 신형 맥북 에어. / 애플
애플은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독자 개발한 ‘A시리즈’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A시리즈 AP는 동시대 경쟁사 제품 대비 우수한 처리성능과 그래픽 성능, 전력효율로 아이폰 및 아이패드 제품들의 경쟁력 강화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신용 모뎀 칩 분야에서도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이 정리한 모바일 5G 모뎀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애플이 자체 개발 칩을 고집하는 이유는 제조 원가를 낮추고, 인텔이나 퀄컴 등 특정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과 관련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특히 최근 인텔의 차세대 CPU의 개발이 예정보다 지체되면서 자사 로드맵까지 영향을 받게 됨에 따라 애플의 자체 맥 프로세서의 개발도 더욱 탄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A14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3개의 맥 SoC(System-on-Chip)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PC 환경을 고려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용 AP보다 한 수 위의 성능을 제공할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개의 SoC 중 하나는 코드명 파이어스톰(Firestorm)으로 알려진 8개의 고성능 CPU코어에 코드명 아이스스톰(Icestorm)으로 알려진 4개의 저전력 코어를 추가한 12코어 구성을 채택한다. 기존 A시리즈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그래픽기능(GPU)이 통합되어 있으며, 대만 TSMC의 5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될 예정이다.

다만, 고성능 컴퓨팅 부문에서는 여전히 인텔의 CPU가 성능 면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당분간은 맥 프로, 아이맥, 맥북 프로 등 전문가용 제품군에서는 인텔 CPU와 AMD GPU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자체 개발 프로세서가 2021년에 나올 맥북 에어나 맥 미니 등 저전력 고효율 PC 제품에 우선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점진적으로 자체 프로세서의 성능을 끌어올려 최종적으로는 고급 맥 제품에도 자체 개발 프로세서로 완전히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ARM 기반 프로세서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맥OS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RM 계열 프로세서는 인텔의 x86 프로세서와 작동 구조가 달라 기존의 앱을 그대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애플에 앞서 ARM 프로세서 기반 서피스(Surface)를 출시한 바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RM 프로세서에서 작동하는 별도의 윈도를 따로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