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기 직면한 車산업…정부 '미래차 선점 전략'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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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07 06:00
미래차 선점 글로벌 경쟁 둔화 추세…코로나19가 불씨 당겨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 악화로 유동성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반면 미래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시장 선점 경쟁에서는 한발씩 물러나는 추세다. 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미래차 선점 경쟁의 둔화는 코로나19 확산 전에도 예고된 흐름이었다.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최근 초유의 저유가 국면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법·제도 미비와 소비자의 신뢰 부족이 발목을 잡으면서 상용화 시기가 차츰차츰 늦어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흐름에 불씨를 당긴 것이 코로나19다.

포드가 테스트 중인 자율주행차/ 포드
자율주행차 상용화 꾸준히 연기하는 車 업계, 왜?

글로벌 시장은 미래차 개발 속도를 낮춰 서행하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등장하는 시점이 2023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2년 가량 늦어질 것으로 본다. 기술 개발이 예상보다 늦고, 자동차 업체 투자 여건도 나빠져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제한적 자율주행 상태인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 시기를 당초 2021년에서 2년 이상 늦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등은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하며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을 연기했다"며 "기술적 준비와 함께 실제 도로 테스트가 늦어지면서 일반 도로에서 레벨3 자율주행차를 볼 수 있는 시기는 2023년 정도"라고 전망했다.

2018년 7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개정한 자율주행 표준에 따르면 레벨3 자율주행은 고속도로에서 사람의 관여 없이 시스템이 운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SAE 기준에 부합하는 레벨3 자율주행차는 아직 양산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를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다시 2023년으로 두 차례 늦췄다. 이스라엘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인 ‘모빌아이’와 BMW도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 시기를 2023년으로 연기했다.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준비는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포드는 2021년 선보이려 했던 자율주행차 상용 서비스 출시를 2022년으로 1년 미루기로 했다. 최근 경영 위기는 물론 코로나19가 수요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시험 운행중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진행 중인 자율주행 테스트도 일시 중단한 상태다.

GM의 자율주행 부문인 크루즈도 3월 중순 자율주행 서비스를 중단하고, 샌프란시스코 소재 테스트 시설을 폐쇄했다.

GM 자회사 크루즈 자율주행차/ GM
코로나19 악재에 최악 실적 마주한 車업계…투자 차질 우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이들이 예전처럼 자율주행 기술에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을지는 비관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역대 최악의 실적을 마주하고 있다. 포드는 최근 1분기 20억달러(2조4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에는 50억달러(6조원) 손실이 예상된다.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인 다임러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9% 급감한 7억1900만유로(9544억원)에 그쳤다. 폭스바겐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81% 감소한 9억유로(1조1947억원)라고 발표했다.

미국-이탈리아 합작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1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GM은 3월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며 1분기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GM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생산에 30억달러(3조5040억원) 투자를 발표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차 보급도 마찬가지 이유로 확산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저유가로 인한 유지비 부담 감소와 기존 글로벌 완성차의 주도권에 대한 향수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019년 10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조선일보 DB
"코로나19 이전에 머무른 미래차 로드맵 재검토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로 도약’이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친환경차의 기술력 증진 및 보급 확대, 완전자율주행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추격자에서 개척자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레벨4 자율주행차의 시스템·부품·통신 등에 필요한 핵심부품·차량시스템 및 인프라 기술개발에 2021년부터 2027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예산도 지속 늘리고 있다. 올해 친환경 보조금 지원 및 인프라 확대를 위한 예산은 지난해 대비 68.5% 증가한 1조1497억원이 책정됐다. 총 8만3000여대에 대한 보조금도 지급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각국이 코로나19 퇴치에 대한 천문학적 재정 투입으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떠나있는 상태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환경에 따른 시의 적절한 로드맵 설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친다.

김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가 우선하면서 미래 친환경차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국제 사회에서 떠나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내연기관차와 더불어 친환경 요소를 강조한 하이브리드차의 과도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류에도 정부는 미래차 분야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코로나19 이후 5대 분야에서 추진할 8대 대응과제를 발표했다.주력 산업인 자동차에서는 수소 연료전지 핵심 부품 제조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도 4월 28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수립한 ‘미래자동차 발전 전략’을 이행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4개 부처가 공동 추진한 것으로 사업비는 2021년부터 7년간 총 1조974억원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미래차 개발 및 보급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는데 한국의 로드맵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른 상태"라며 "미래차에 대한 본격적인 수요가 일어나기 전에 앞서만 가는 것이 과연 기업 생존과 경영에 효율적인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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