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길을 이용하는 항공기가 못가는 곳은 이론상 없지만, 안전을 위해 왠만해선 이용하지 않는 항로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8848m의 에베레스트산이 있는 히말라야 산맥이 그 주인공이다. 네팔 인근 도시에서 관광용으로 항공기를 운행하기는 하지만, 장거리 항공기는 왠만하면 화려한 풍경의 에베레스트 위를 날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고산지대에서는 예상치 못한 난기류가 잦다. 날씨가 화창하더라도 돌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말이다. 총 길이 2400㎞의 히말라야 산맥 위를 날다 난기류와 만날 경우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3만피트(9.1㎞) 상공에서 순항한다. 항공기에서는 기내 문제 발생 시 안전한 호흡을 돕는 산소호흡기를 제공하며, 빠른 시간 내에 1만피트(3㎞)까지 고도를 내린다. 산소호흡기를 통해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시간은 15~20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항공기가 에베레스트산 인근을 날고 있는 중 기체 문제로 고도를 낮춰야할 경우, 짧은 시간 내에 하강이 불가능할 수 있다. 순항 중인 항공기의 고도와 주변 산의 높이 간 고도 차가 크지 않으므로 기수를 바로 내리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제 때에 1만피트로 내려오지 못하면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위험 요인을 알고 있는 기장이나 항공사가 무리해서 히말라야 인근으로 항로를 잡을 이유가 적다. 조금만 돌아가도록 노선을 짜면 항공기 안전을 챙길 수 있다.
항공사는 비행 계획을 짤 때 기체 이상에 따른 비상 착륙 등 상황을 고려한다.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조류와의 충돌이나 비행 중 엔진 고장 등 비상상황이 발생한 항공기는 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 횡단 항공기가 하와이 인근을 항로에 반드시 포함하는 것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인천 공항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항공기가 앵커리지를 경유하는 항로를 택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안전이다"며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에베레스트산이 멋질 수는 있겠지만, 안전을 고려할 때 히말라야 산맥 위는 날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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