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 음향 디테일 강한 펄어비스, '섀도우 아레나'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

입력 2020.05.14 14:29

펄어비스가 21일 미리 해보기(얼리 액세스) 버전으로 출시할 배틀로얄 액션게임 섀도우 아레나는 검은사막의 이용자 간 전투 모드 그림자 전장을 바탕으로 만든 스핀오프 게임이다. 게임 출발은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의 모드에서 시작했으나,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전혀 다른 게임성을 갖춘 게임으로 탈바꿈했다.

게임 음향 측면도 상당 부분 차별화됐다. 현 개발 버전에서는 칼소리, 발소리 등 게임 효과음 중 검은사막에 쓰였던 소리는 단 하나도 없다. 펄어비스 사운드실은 캐릭터 별 개성과 실시간 전투가 중요한 섀도우 아레나의 게임성에 맞게 모든 효과음을 새로 만들어 삽입했다. 이 덕에 캐릭터의 개성은 물론, 적의 소리를 듣고 거리, 방향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사운드 플레이’ 게임성까지 확실히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펄어비스는 핵심 기술력으로 꼽히는 게임 엔진은 물론 음향도 직접 만들어 쓰는 등 게임 제작에 필요한 디테일한 분야에 공을 들인다. 사내에 별도의 오디오실 시설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연내 사실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음향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인 ‘폴리 레코딩 스튜디오’도 구축할 예정이다. 펄어비스 오디오실은 최근 출입기자에게 신작 게임 섀도우 아레나의 소리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 오시영 기자
생동감 넘치는 소리를 만드는 오디오실에는 현재 10명쯤 근무한다. 이 팀은 2018년 11월 8일 출시한 검은사막 리마스터에 컴퓨터 합성 방식의 소리 대신 독일·헝가리·체코 등에서 활약 중인 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담았다. 이와 별도로 펄어비스가 서비스 중인 검은사막 모바일은 2018년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사운드 부문 기술 창작상’을 받았다.

오디오실을 이끄는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는 한국 게임 음향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이지투디제이(EZ2DJ)’, ‘디제이맥스(DJMAX)’ 등 리듬 게임에 가미한 음악을 제작한 경험이 있으며,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이 NHN 게임즈에 있을 때 개발한 ‘C9’ 음악감독을 맡았었다. 이 인연으로 펄어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류 디렉터는 "음악에 관심이 많지만 무엇보다 게임, 게임 제작이 좋아서 게임 음악 제작에 뛰어들었다"며 "게임 음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어떤 장르 게임이든 상관없이 멋진 음악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는 검은사막, 검은사막 모바일, 킹오브파이터 올스타즈, 섀도우 아레나 등 게임에 넣은 사운드를 만드는 데 참여한 인물이다.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와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에게 배틀로얄 액션게임 섀도우 아레나의 소리를 만들었던 주요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질의 응답 중 일부다.

- 류 디렉터는 오래도록 게임 사운드 업계에서 종사했는데, 앞으로의 게임 음악에 대한 전망을 알려달라

류휘만 디렉터 대형 게임사는 게임 사운드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하지만 대부분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 유명 작곡가를 섭외하는 홍보 효과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게임 음악 인프라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은 영화음악, 애니메이션 음악이 발달한 덕에 이후 게임 음악에 노하우가 고스란히 전승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르다. 영화·애니 음악이 그 정도로 발달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한국 게임 음악 수준도 점점 높아진다. 일단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멋진 게임 음악을 작곡해서, 외주 안 줘도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해외에도 알리고 싶다. 펄어비스는 그런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 앞으로도 사운드의 많은 영역을 자급자족 할 것이다.

펄어비스 사운드 스튜디오의 모습 / 펄어비스
- 견학해보니 펄어비스 사운드실이 다른 게임사보다 규모가 큰 것 같다. 게임 개발 과정에는 얼마나 관여하나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 펄어비스가 한국 게임회사 중에서는 음향 분야 투자도 많고 규모도 크다. 외주보다는 자체 제작을 선호하는 탓이다. 특히 차기작을 개발할 때, 콘솔 플랫폼을 지원할 것을 고려하므로, 오디오실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플랫폼에 맞게 게임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 최근 작업한 섀도우 아레나와 전작 검은사막에서 느낄 수 있는 음향적 차이는 무엇일까

류휘만 디렉터 MMORPG인 검은사막과 액션게임인 섀도우 아레나는 장르가 다르다. 이 탓에 음악·음향이 게임에서 맡는 역할이 전혀 다르므로 섀도우 아레나가 검은사막 세계관을 차용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새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다.

박종찬 디자이너 섀도우 아레나는 캐릭터를 골라 대전을 벌이는 게임이므로, 각 캐릭터의 성격이나 배경 이야기를 음향·음성으로 소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각 효과로 캐릭터를 나타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데, 소리로 이를 뛰어 넘고자 노력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캐릭터 어떤 거리, 방향에서 공격하는지 소리로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캐릭터 별 특징에 대해 설명하자면 마법사 캐릭터인 헤라웬은 다른 캐릭터보다 훨씬 조용히 이야기한다. 슐츠는 ‘힘 쓰는 일꾼’ 같은 기합을 지른다. 검으로 기를 모으는 동작이 많은 매화 캐릭터의 경우 칼의 잔음을 표현하는 소리가 많이 들어갔다.

- 액션·대전 게임에서는 소리를 듣고 적에 대처하는 ‘사운드 플레이’가 매우 중요한데, 섀도우 아레나는 어떤가

박종찬 디자이너 섀도우 아레나에 매우 많은 양의 소리를 마련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이 중에서도 전투할 때 필요한 소리를 최대한 이용자가 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전투할 때 적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발소리의 경우, 적의 위치마다 거리감을 다르게 해 작업했다. 이런 식으로 게임 내 소리는 혼전 상황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대전 게임에서는 특히 거리, 방향에 따른 사운드 설계가 더 중요한데, 우리가 활용하는 오디오 엔진의 3D 음향 성능이 탁월해 이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류휘만 디렉터 / 오시영 기자
- 섀도우 아레나는 네 번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사운드 관련 피드백이 있었나

류휘만 디렉터 사운드 관련 피드백은 많은 편은 아니다. 다만 3차 테스트 당시 게임 플레이 초반에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게임 초반에 음악을 적용해봤는데, 정작 중요한 발소리 등이 묻히는 것 같아 다시 뺐다. 음악이 게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안되는 탓에 이 부분은 아직도 고민한다.

- 특히 공들여 만든, 자신 있게 선보이고 싶은 사운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박종찬 디자이너 탑승물 관련 사운드를 소개하고 싶다. 탑승물의 음성은 마치 거대 병기 같은, 들어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있을 것 같은 묘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게이머가 탑승하면, 캐릭터를 조종할 때와는 아예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공하려 노력했다.

음성 녹음도 ‘제대로 됐다’고 표현하고 싶다. 캐릭터 선택 창에서 캐릭터를 고를 때 음성을 재생한다. 이용자가 음성만 듣고도 어떤 성격이고, 어째서 이런 대사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구현했다고 본다.

- 전작 검은사막의 소스를 바꾸거나 재해석한 사운드가 있나

류휘만 디렉터 가장 대표가 되는 타이틀곡은 오로지 섀도우 아레나를 위한 새 곡으로 작업했다. 다만 검은사막 리마스터를 위해 작업했지만, 아직 선보이지는 않은 음악을 섀도우 아레나에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넣은 것이 있다. 특이하고 교향곡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한국 이용자에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신나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이다.

검은사막의 ‘드리간 대륙’ 지역 테마를 이용한 부분도 있다. 들어보면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 타이틀곡은 검은사막에서 쓸 수 있는 것이 없다.

효과음의 경우, 섀도우 아레나 개발 초창기에는 검은사막의 효과음으로 테스트했었다. 하지만 이는 MMORPG 장르에 맞는 음향인 탓에 서로 커스터마이징, 호환, 분류 할 수 있도록 나름의 규칙이 짜여있었다. 이는 멋진 음향을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캐릭터 별 개성이 중요한 섀도우 아레나에는 맞지 않는 방식인 탓에 캐릭터의 움직임에 맞춰 소리를 모두 새로 만들었다. 현 개발 버전에서 검은사막에서 차용한 소스는 전혀 없다.

박종찬 디자이너 / 오시영 기자
- 섀도우 아레나 글로벌 버전을 제작할 때 AAA급 게임 다수의 음성 녹음을 담당한 유명 스튜디오와 협업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알려달라

류휘만 디렉터 원래 섀도우 아레나 이후에 나올 차기작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 유명 스튜디오와 접촉했었다. 세계에서 일류로 꼽히는 성우를 초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섀도우 아레나에도 이 인프라를 활용해 유명 성우의 음성을 담아보고 싶었는데, 이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섀도우 아레나 관련 협업을 진행한 것이다.

- 게임 사운드를 이렇게 공들여 작업하는데, 게이머는 어떤 수준의 음향 장비로 즐기는 것이 좋을까

류휘만 디렉터 이어폰을 끼고 즐기면 귀가 피로해질 수도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5000원 하는 저가 PC 스피커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도록 설계했다.

박종찬 디자이너 어떤 환경이든 소리 품질이 다소 다를 수는 있으나 결국 우리가 의도한 소리를 적절히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류 디렉터, 박 디자이너의 모습 / 오시영 기자
- 폴리 레코딩 스튜디오를 구축 중인데, 관련 작업물은 언제 만나볼 수 있나

류휘만 디렉터 게임 음향을 만들 때는 크게 전자음을 기반으로 합성해서 만드는 것과 직접 녹음해 합성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폴리 스튜디오는 후자 쪽의 음향을 생동감 있게 제작할 때 유용한 곳이다.

다만 아직은 구축하는 단계로, 작업물은 차기작부터 만나볼 수 있다. 이를 도입하면 음향 품질이 차기작부터 많이 올라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섀도우 아레나에 새 콘텐츠를 추가할 때도 활용할 것이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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