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손편지에 담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하루천자’ 필사 콘텐츠를 ‘손편지’ ‘감사’ 테마로 꾸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편지를 부치기 전에 사진을 찍어 ‘감사편지’ 태그를 달아 페이스북 ‘하루천자'그룹에 공유해 주세요.

조선비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시리즈 중 자존(自存)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을 인터뷰해 엮은 단행본 《자존가들》(어떤책, 2020)에서 골랐습니다. 저자가 직접 추천한 대목을 통해 여느 수요일 콘텐츠와는 다른 스타일의 글에서 색다른 필사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존재에 주목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곧 심폐소생술"이라는 정신과전문의 정혜신을 인터뷰한 이야기입니다. 일부 발췌한 인터뷰에서 ‘튼튼한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만나보세요. /편집자 주

자존가들 ② 정혜신 편 (글자수 736, 공백 제외 567)


Q. 그 ‘듣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지요.

A. 듣다가 못 참고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욕구가 발동해서 그렇습니다. ‘충조평판’만 안 해도 성공입니다. 끊지 않고 들어 주기만 하면, 상대가 다 알아서 정리를 해요. 말하는 사람은 이미 답을 알고 있거든요.

Q. 튼튼한 관계에는 존중과 경계가 함께한다고 했는데, 경계란 무엇인가요?

A. 국경처럼 너와 나 사이의 선이죠. ‘너와 나는 다르고 개별적인 존재’라는 인정입니다. 자기 욕구를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상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약속. 경계가 지켜져야 존중할 수 있어요. 저와 남편도 듣고 말하는 데는 한 몸처럼 반응하지만, 경계에는 서로 예민해요.

Q. 당신을 보며 인생에서 배우자가 주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의 ‘영감자’와 ‘후원자’가 되어 주는 부부 관계의 비결이 뭔가요?

A. 저는 남편이 미운 적이 한번도 없어요. 섭섭한 적도 없어요. 얘기하면 이해하고 해결이 되지요. 서로가 어떤 마음을 갖고 사는지 아니까. 우리는 서로를 엄마, 아빠라는 역할로 규정하지 않아요. 너와 나, 존재로 보지요. 호기심을 갖고서요. 순간순간 힘들어도 대화를 하면 충전이 돼요. 늘 에너지가 남습니다.

Q. 하지만 그런 다정하고 구체적인 화법은 평범한 남자들에겐 익숙지 않습니다.

A. 제 조언을 듣고 한 여성이 남편한테 "요즘 당신 마음이 어때요?" 물었더니 무슨 소리냐며 딴청을 피우더래요. 당장 호응이 없어도 그런 질문은 존재에 가 닿아 파장을 일으켜요. 반드시 우연한 순간에라도 화답을 받을 거예요.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1만2천여 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눈 이야기에서 그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충고, 조언, 평가, 판단만 하지 않아도 공감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1만2천여 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눈 이야기에서 그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충고, 조언, 평가, 판단만 하지 않아도 공감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정혜신 편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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